정예지·허지웅 두 미국수의전문의가 전한 이정표
조직병리 수의사, 응급중환자의학 전문의 역할과 미국 전문의 커리어 소개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BK21 준비단이 10월 28일(수) 익산 전북대 특성화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미국 수의전문의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AI 시대, 수의 전문가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정예지·허지웅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미국에서 수의전문의로 활약하는 생생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조직병리 수의사의 세계
현미경 앞에 선 ‘진단 최후의 보루’
미국수의병리전문의(DACVP)인 정예지 교수는 조직병리 수의사를 ‘환자에서 채취한 조직과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질병을 최종 확진하는 수의사’로 소개했다.
생검 검체에 대한 조직병리 검사는 수의 임상 진단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내과, 외과, 피부과, 안과 등 다양한 임상과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치료 계획 수립과 경과 모니터링, 수술 후 최종 진단에 기여하는 ‘팀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그 주된 업무는 부검과 조직 검사다. 정 교수는 부검이 미국 수의과대학의 4학년 로테이션의 필수 과정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질병의 병인 발생과 육안 증상을 감별하는 데 귀중한 교육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도 학생들에게 비장 종괴 파열이나 육아종성 피부염 등 실제 수의 임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부검 및 조직 검사 케이스의 육안 소견과 현미경 사진을 소개하며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병리학적 진단 업무 외에도 비교종양학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을 이끄는 임상 과학자(Clinician Scientist)로서의 비전도 공유했다. 정 교수팀은 개와 고양이의 폐암, 췌장암 모델을 활용하여 종양의 유전체 변이와 생물학적 특징을 분석하는 ‘정밀 종양학(Precision Oncology)’을 연구하고 있다.
환자의 종양을 배양해 유전자 변이에 특이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권장함으로써, 동물을 넘어 사람까지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조직병리 수의사의 확실한 장단점과 미국 진출
“자신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직군 찾길”
현실적인 직업의 장단점과 미국 진출 가능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 교수는 다른 과의 전화 문의가 많고 타 진료과 대비 급여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근무시간이 확실히 보장되어 워라밸을 챙길 수 있고, 고통받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으면서도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케이스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큰 매력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미 여러 한국인 출신 병리 전문의가 미국 교수로 활약하고 있고, 병리과는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진료과라며 학생들의 도전을 격려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워라밸을 중시하며 새로운 자극(도파민)을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병리 수의사를 적극 추천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한국에 와서 만난 수의대 학생들은 엄청 똑똑하고 진취적인 것 같다. 학교 다니시는 동안 본인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직군과 잘 맞는지 잘 알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아우르는 병원의 지휘자
미국 수의전문의 커리어 패스와 학계의 매력
미국수의응급중환자과전문의(DACVECC) 및 신장비뇨기학전문의(DACVNU) 허지웅 교수는 응급중환자전문의(Criticalist)를 인의의 응급실 의사와 중환자 전문의가 결합된 독특한 역할로 정의했다.
주로 2·3차 전문 의뢰 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외과·내과·마취과 등 여러 임상과와 긴밀히 소통하여 중환자의 치료 방향을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강연에서는 생사를 오가는 중증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고도의 집중 치료 과정을 생생히 다뤘다. 응급실에서의 초기 환자 분류(Triage)를 시작으로 수혈·승압제 활용·집중 모니터링 등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진료를 소개했다.
특히 심각한 폐렴 환자나 중독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계 환기, 고유량 비강 산소 치료(HFNC), 혈액 투석과 같은 침습적이고 고도화된 생명 유지 장비가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선보였다.
미국에서 수의전문의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커리어 패스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도 이어졌다. 수의대 졸업 후 임상 로테이션, 1년의 인턴십, 그리고 3년간의 레지던트 과정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소개하며, 레지던트 기간 동안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과 연구 활동을 견뎌야 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자신이 일선 사립 병원이 아닌 학계에 남은 이유로 ‘미래의 수의사들을 교육할 수 있는 지식 공유의 장이자 임상·연구·교육이 균형을 이루는 커리어의 매력’을 꼽았다.
더불어 미국 수의학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장비뇨기학전문의(DACVNU) 과정과 체외 치료(Extracorporeal Therapy) 펠로우십 제도를 소개하며, 수의학 내 세부 전문 분야의 발전 양상을 조명했다.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점 관리도 중요하지만, 인턴 및 레지던트 매칭 시에는 훌륭한 추천서와 면접이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합격 팁을 제공하기도 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허 교수는 “학생 여러분 모두 훌륭한 교수님들의 지도 아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성장하며, 앞으로 각자가 꿈꾸는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나가시길 응원한다”며 따뜻한 격려를 남겼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전북대 오상익 교수는 “두 교수와는 2012년 검역본부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 만났다. 그 시절에도 꿈을 향해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참 멋졌다”면서 “그 길 위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나누어진 만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현빈 기자 gusqls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