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단 프로젝트:Peek a book③] `미국 수의사 도전기` 이기은

`Dr. Lee의 좌충우돌 미국 수의사 도전기` 저자 이기은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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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수의학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종종 수의학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책들이 교양서적으로써 많은 사람의 관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부분도 생기고 저자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7기에서 수의학 관련 서적의 저자들을 만나 책과 관련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Peek-a-book’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Peek-a-book’ 프로젝트에서는 각 학교 데일리벳 기자들이 작성한 10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세 번째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해 Center for Veterinary Health Science of 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PAVE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고 계신 <Dr. Lee의 좌충우돌 미국 수의사 도전기>의 저자 이기은 수의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Dr. Lee의 좌충우돌 미국 수의사 도전기>는 미국 수의사 면허 취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미국 대학교에서의 실습 과정, 면허 취득 후 취업까지의 과정 등 미국에서 한국인 수의사로 서의 삶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진솔하게 설명하고 있어 미국 수의사 생활의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이기은 수의사
이기은 수의사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에 서울대 수의대 졸업 후 Center for Veterinary Health Science of 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1년의 Clinical Rotation으로 PAVE 과정 이수한 뒤 현재 Orange County에 있는 General practice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기은이라고 합니다.

Q.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책을 쓰고자 글을 썼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일기를 자주 쓰는데, Oklahoma 로테이션 동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일기로 쓰다가 나중에 그걸 모아보니 책을 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또 저처럼 미국 수의사를 희망하시거나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PAVE를 통해 미국 수의사가 되는 방법과 그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미국 수의사를 준비할 때는 마땅히 정보를 구할만한 곳도 없었고, 아는 선배 수의사분들도 없었기 때문에 준비하면서 막막함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선배 수의사분들께 연락해서 직접 만나 뵙거나 이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을 여쭤보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모았습니다.

저는 저 이후에 오는 분들이 그런 수고를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거쳤던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 공유하면 이후에 미국 수의사로 일하실 후배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Q.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가장 간단하게는 ‘저도 PAVE 이수하고 미국 수의사 면허 땄으니 여러분도 다 할 수 있어요!’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주제는 ‘졸업하기 전에 미리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자’ 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도 설명했듯이 저는 대략 본과 2학년부터 미국 수의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준비했습니다. 방학 기간과 학기 기간을 이용해 필수 영어 점수를 따고 미국 실습에 지원해서 1개월간 미국에서 실습했으며, 갔다 와서는 필기시험을 쳐 졸업 전에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저는 미리 목표를 이루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어떤 것을 어느 기간 동안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의대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도 좋지만 학부생 때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나서 ‘이제 뭐 하지?’하면 이미 다른 동기들보다 2년은 뒤처진 셈이니까요. 자신이 원하는 진로가 임상이든, 연구든, 회사든 간에 미리미리 스펙을 쌓아서 졸업할 때쯤엔 원하는 자리에 바로 지원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책 본문 내용에서 Center for Veterinary Health Science of 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9개월간, 캘리포니아에서 3개월간 일하시며 한국과 미국 수의대 커리큘럼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랐나요?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다 말로 전달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큰 차이는 미국 수의대에서는 학생이 직접 하도록 하는 hands-on 교육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의대 학부생 때 실습 경험을 많이 해보기 어렵지만, 미국 수의대는 본과 4학년 학생부터는 뭐든지 직접 하게 하며 학생들이 실습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주사도 직접 놓고, 치료 플랜도 직접 짜고, X-ray도 직접 찍고, 수술도 합니다. 설령 학생이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instructor의 감독하에 진행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직접 해보고 졸업하는 것과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졸업한 것은 차이가 정말 크니까요.

물론 이런 시스템 때문에 미국 수의대가 한국에 비해서 비싼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감독하는 supervisor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과 달라서 신기했던 점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미국은 학부생 때부터 이미 ‘치료 비용’에 대한 개념을 진료와 접목해서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동물 환자가 아파서 왔을 때, 혈액 검사, Xray, 초음파, CT/MRI 등의 검사에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때 보호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호자도 답답하고 수의사도 답답한 상황이 되게 됩니다. 이때 치료 비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미국에서는 중요시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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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에서 수의침술이 성행한다는 내용이 독특했습니다. 정작 한국에서는 수의 침술과 한방수의학이 미국에서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수의침술이 성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미국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 중에서도 ‘약’이라 하면 부작용을 낳는 화학약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약’을 안 쓰려고 하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나요법 (chiropractic), 각종 보조제, 심지어 대마와 같은 것들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큽니다. 이런 ‘자연주의’ 성향의 클라이언트들을 저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보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인들 생각으로는 수의침술도 ‘약’이 아니라 재활의학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주목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람이 받는 추나요법처럼 특히 허리나 만성 관절염을 앓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수의 침술을 자주 찾습니다.

Q.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할 때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수의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미국 수의사 준비과정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PAVE의 QSE, ECFVG의 CPE, 그리고 NAVLE를 대비할 때는 Zuku나 Vetprep이라는 예시문제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입해서 문제들을 풀면 됩니다. 그리고 시험을 대비할 때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는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것이 나왔을 때는 그 부분을 펴서 공부하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Merck Veterinary Manual이 책보다 더 이용하기 쉽고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책의 제목 ‘Dr. Lee의 좌충우돌 미국 수의사 도전기’로 개설한 네이버 카페에 들어오시면 PAVE나 ECFVG 대비하는 데 있어서의 현실적인 팁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 수의사 과정을 준비하다 보면 뭔가 아리송하고 불확실해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을 미국 수의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하고자 만든 카페입니다.

Q. 평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활발히 SNS 활동을 하는 것이 인상 깊은데요, 혹시 SNS 활동을 꾸준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SNS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책 홍보를 위해서 하고 있고, 네이버 카페는 미국 수의사 준비 시 실질적인 어려움이나 궁금한 점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제가 미국 수의사를 준비할 때는 인터넷에 실질적인 팁을 얻을만한 곳이 없었으며, 있더라도 너무 옛날 정보여서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직접 일면식도 없는 선배님께 연락 드려서 조언을 구하고, 협회 같은 곳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서 정보를 얻는 과정이 힘이 많이 들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미국 면허가 나오면 최소한 내가 경험한 것만이라도 다른 후배들한테 알려줘야지’라고 생각하고 후배들한테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답하다 보니 상당수의 질문이 중복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카페에다가 질문과 답 또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개인적으로 저한테 연락하면, 그냥 카페에다가 질문 글을 올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그 똑같은 질문이 있는 누군가가 그 글을 보고 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Q. 현재 미국 수의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미국에서 수의사를 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아카데미에 있다가 귀국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민’입니다. 즉,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미국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지 않은 이상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와서 수의사로 일할 때, 아무런 연고가 없으니 혼자서 어려움을 해결하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야 합니다. 미국 수의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본인이 타지에서 혼자 살아갈 자신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원어민 수준을 목표로 잡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은 진료 스타일상 처음에 진료실에서 History taking에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입니다. 개나 고양이 환자들은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 직접 말할 수 없으므로 보호자에게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병력으로 얻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영어가 막힘없이 나와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수의사가 테크니션에게 어떤 procedure를 하고 이후 플랜은 무엇인지 설명해 줘야 합니다. 병원 스태프 간에 커뮤니케이션 면에서도 영어가 제대로 안 되면 진료 전체 방향이 이상해져 버릴 수가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이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영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진료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으로 올 분들은 영어를 꼭 열심히 준비해 오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미국에 와서 수의사를 하기 이전에 미국에 1달이라도 직접 와서 미리 실습을 해보고 결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좋은 점도 많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직접 와서 보통의 미국 동물병원의 규모와 시설이 어떤지 본인 눈으로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손수경 기자 sally38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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