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습후기 공모전] 글로벌 케어 in 모로코/전남대 신윤정

꿈을 찾아 떠난 여행, Global Care in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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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동기

국제기구, NGO, KOICA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꿈을 고등학교 때부터 키워왔다. 대학 입학 후 꿈에 다가가기 위해 레소토에서 국제자원활동을 하며 UNESCO 활동가로부터 국제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OIE 컨퍼런스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OIE 직원을 만나보고,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본과에 진입하고 나서 점점 꿈은 잊혀져 가고, 새로운 다른 길을 열심히 찾아 다니게 되었다. 검역원, 동물병원, 종돈농장, 한우농장, 젖소농장 등 다양한 곳을 가보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를 통해 어렸을 적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탕헤르 지역 직원들과 함께
탕헤르 지역 직원들과 함께

지원 방법

실습 기회는 ‘글로벌 케어’라는 NGO단체에 1년 동안 파견나가 있는 수의대 친구를 통해 모로코 지부와 연락하여 얻을 수 있었다.

현재 그곳에서 결핵 사업을 맡고 있고, 한국의 의대에서도 학생들이 실습을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결핵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수의’와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며, 실습생도 받기 때문에 수의대 학생인 나 또한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직접 현장에 나가 그곳에서 겪는 여러 일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그렇게 머나먼 땅 아프리카, 모로코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 공식적인 신청 절차가 없어 신청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실습생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하시니 관심 있는 분은 제 메일(yjshin4u@hanmail.net)로 알려주세요) 

 

실습 단체 및 국가

실습을 다녀온 단체는 국내에서 시작된 국제의료구호 NGO단체다. 국내외에서 긴급의료구호활동을 펼치면서, 클리닉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보건의료 환경개선과 현지의료인 교육 및 예방사업 등의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다녀온 모로코에서는 ‘결핵 관리 역량 강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http://www.globalcare.or.kr/)

모로코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결핵 고위험 국가 중 하나로 매년 2만7천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가난과 문맹으로 인해 결핵치료 중단율이 매우 높은 나라다. 하지만 국제정치적 이유로 개발, 보건 사업에서 소외되어 심각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글로벌 케어 공식블로그 참고).

내가 다녀온 ‘글로벌 케어’에서는 ‘모바일 보건(mHealth)’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스마트 약상자를 보급하여 치료 중단율을 감소시키고, 환자와 보건인력에 대한 교육을 통해 결핵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실습내용

이번 실습은 크게 두 곳에서 진행됐다. KOICA의 시민사회협력사업(CPP, CSO Partnership Program)이 진행되고 있는 수도 라바트(Rabat)와 스마트 약상자 개발업체 JEYUN과 KOICA가 결핵·당뇨·고혈압 환자를 돕는 혁신기술 창의적 가치창출 프로그램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사업’을 펼치고 있는 탕헤르(Tanger)다.

주로 글로벌 케어 현지 직원들과 함께 지역 보건소 혹은 환자 가정에 방문하여 글로벌 케어가 진행하는 사업을 보고, 배우는 일을 하였다.

결핵 환자 관리 차트(왼쪽)와 결핵 시 복용하는 약물들(오른쪽)
결핵 환자 관리 차트(왼쪽)와 결핵 시 복용하는 약물들(오른쪽)

# 결핵,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왜 도움이 필요한지.

실습 첫날 모로코 수도에서 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Sale 지역에 다녀왔다. 이 지역은 모로코 내에서도 결핵 발생률이 약 3배가량 높은 지역으로 결핵 퇴치 사업이 절실하고,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사업이 시행된 지역이었다.

이 날 결핵이 완치된 한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였는데 이 날의 경험이 나에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17살의 여학생이었는데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5개월 간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더욱 악화된 후에야 결핵임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에 16개의 알약을 14개월 동안 먹으며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 완치판정을 받고, 내년부터 학교에 다시 나갈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 환자가 완치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핵은 전염병이다. 이 여학생의 7남매 중 큰 언니와 15살 남동생도 결핵이 발생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결핵약을 복용하며 수많은 환자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고, 두려워하지만 그런 환자들을 위해 이 단체에서는 *TB club과 **TBMM을 진행한다고 한다.

*TB club은 보건소 의사와 간호사들이 함께 결핵환자들을 대상으로 약 복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등 동기부여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활동이다. **TBMM은 비 순응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와 의사 및 관계자들이 직접 대면하면서 약 복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활동이다.

이런 힘든 과정을 모두 겪고 완치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복용의 중요성도 알려주고, 중도에 복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시간을 갖게 된다.

# 현장에 있어야 느낄 수 있는 문제

이 날은 Kenitra 지역의 CS(보건소)와 CDTMR(호흡기질환관리센터)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환자 차트를 보며 중도에 치료를 그만둔 환자를 찾아 연락하거나 가정 방문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되었다. 아직 모로코에 도로 주소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었던 것이다. 주소가 써 있어도 실제로 찾아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중간에 새로 생긴 도로들이 뒤죽박죽 섞여 지도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 주소를 찾기 어려운 점은 환자관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문제는 현장에 나가보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하고, 생각해보지 못할 문제일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헤매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때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그래서 단지 사무실 안에서 단순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 약상자(오른쪽)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왼쪽)
스마트 약상자(오른쪽)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왼쪽)

# 결핵 완치를 돕는 스마트 약상자

모로코에서 결핵 완치율을 높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스마트 약상자’는 환자들에게 약복용 시간이 되면 알람을 울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은 상자크기의 기계다.

알람이 울리면 환자들은 약을 스마트 약상자에서 꺼내 복용을 하고, 약상자의 무게 센서를 통해 변화가 감지되면 wifi/3G로 지역 보건센터에 복용여부를 전송하게 된다.

만약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 지역 보건센터에서 이를 확인해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 또는 가정방문을 하여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업 초반 글로벌 케어는 모로코의 결핵 약 복용 목표치를 90%로 잡았지만, 스마트 약상자 덕분에 이를 훨씬 넘은 98.8%까지 올릴 수 있었다.

실습 기간 중에 이 스마트 약상자를 신규 결핵 판정 환자 가정에 설치해주고 사용방법을 안내해 주어 약을 꾸준히 복용할 수 일도록 돕는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로부터 스마트 약상자를 반납 받아 수거하는 일도 병행했다.

Sale 지역의 CS(보건소)에서
Sale 지역의 CS(보건소)에서

# 더욱 도움이 필요한 취약 계층 환자에 대한 지원

모로코에서는 결핵 퇴치를 위해 결핵 환자에게 약이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하지만 취약 계층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결핵에 걸리게 되면 일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경제적으로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

그래서 이 단체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이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Supporting 물품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모로코의 주식인 쿠스쿠스를 포함해 쌀, 기름, 우유 등 식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이 포함된다. 또한 주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검사 비용 등을 지원해 준다.

실습 중 몇몇 환자 가정에 방문해 물품 및 검사비용을 지원해 주는 일도 함께 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약을 받고 잘 치료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에 가야 하는데 교통이 힘든 환자의 경우 보건소에 데려다 주고, 데려옴으로써 결핵을 완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실습 중에도 완치 판정을 위해 CDTMR(호흡기질환관리센터)에 가야 하는 환자를 함께 데려다 주며 완치 판정의 순간도 함께 하였다.

탕헤르 사무실에서의 회의
탕헤르 사무실에서의 회의

# 주간 회의

Rabat에 사무실이 있고 인근 도시 Sale, Kenitra, Temara, Khemissat 등 여러 지역을 관리하다 보니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진행 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 마다 모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실습 중 주간 회의에 참여했던 날에는 각 팀의 한 주간 리뷰로 시작해서, Sale 팀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의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주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토의하고, 다음 주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계획을 말하는 시간으로 끝을 맺었다.

약 3시간 동안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며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가 회의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분야에서는 특히, 여러 지역과 함께 협업하는 경우, 그리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잦은 소통이 꼭 필요한 것 같았다.

그만큼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잘 알 수도 있고, 발생된 문제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회의를 지켜보며 느낄 수 있었다.  

*   *   *   *

마지막으로,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강연에서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옛날에는 컴퓨터도 없고, 책은 정보가 한정되어 있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경험했어야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어서 원하는 일을 검색하더라도 지레 겁먹거나 혹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해 도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도전하기 전까지는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 일을 하면서도 계속 나와 맞는 일인지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실습을 통해 알게 된 한 가지는 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평생 그 일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일의 가치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월례 회의를 위해 모인 모로코 전 직원들
월례 회의를 위해 모인 모로코 전 직원들

[2018 실습후기 공모전] 글로벌 케어 in 모로코/전남대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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