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장교 최초로 미군 우수야전의무휘장 획득한 전인성 중위

체력·전투력에 응급후송·부상자처치 역량 평가..한국군에서는 역대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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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장병 최고 전투원을 뽑는 E3B 자격시험에 합격한 수의장교가 처음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공군에서 수의장교로 복무 중인 전인성 중위가 그 주인공이다.

전인성 중위는 지난달 15일부터 2주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훈련장에서 진행된 E3B 자격시험에 참가해 우수야전의무휘장(EFMB, Expert Field Medical Badge)을 획득했다. 수의장교로는 최초, 한국군에서는 역대 세 번째 쾌거다.

EFMB 휘장을 수여 받는 전인성 중위(왼쪽)

E3B는 미육군 여단급 부대가 시행하는 자격인증 평가다. 우수보병휘장(EIB), 우수군인휘장, 우수야전의무휘장(EFMB) 3종을 통칭한다. 주한미군에서도 E3B 자격시험을 실시하는데, 한국군 희망자도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다.

최고 전투원을 선발하는 평가인만큼 난이도도 높다. 엄선된 참가생 가운데에서도 평균 합격률은 30% 수준이다. 올해는 한미 양국군 장병 1,000명이 참가해 191명만 합격하는데 그쳤다. 한국군은 96명이 참가해 26명이 합격했다.

특히 EFMB는 전장순환체력평가·급속행군과 함께 응급후송, 부상자 처치 역량을 함께 평가한다. 올해 한국군에서는 EFMB 평가에 3명이 출전했지만 합격자는 전인성 중위 1명뿐이었다.

2021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전인성 중위는 당해 공군 수의장교로 임관, 현재 공군 청주17비행단에서 복무하고 있다.

전인성 중위는 “EFMB는 미국 의무계통에서 얻을 수 있는 명예로운 휘장 중 하나”라며 “미국 수의장교 중에서도 EFMB를 취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 제 도전정신을 자극했다”고 참가 취지를 전했다.

전인성 중위는 “한국군에서 3번째, 수의장교로서는 처음 휘장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면서 “같이 훈련에 참가한 의무병,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의견과 지식을 나눴다. 수의사라는데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고된 훈련과 평가였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전인성 중위와의 일문일답.

EFMB 자격평가 급속행군 중인 전인성 중위(오른쪽).
급속행군은 최소 15.8kg의 완전군장 상태로 19.3km을 3시간 이내에 주파해야 한다.

Q. EFMB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하다

EFMB에 대해서는 지난해 처음 알게 됐다. 처음에는 막연히 ‘미군의 체력평가 비슷한 것인가’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2022년 주한미군에서 시행하는 38군진수의학회에서 미군 수의사들을 만나고 느낌이 바뀌었다. EFMB는 미군 의무계통에서 취득할 수 있는 명예로운 휘장 중 하나였다.

수의사도 EFMB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로 휘장을 취득한 수의장교는 미군에서도 매우 드물다고 했다. 그런 점이 제 도전정신을 자극했고, 2023년에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Q. 평가 난이도가 무척 높다고 들었다

EFMB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력검정 전 종목 특급, 사격 특급, 필기시험 통과 자격을 갖춰야 한다.

실제 EFMB 평가에서는 9일간 훈련 및 표준화 기간을 거친 후 5일간 전장순환체력평가, 독도법, 응급후송, 전투능력, 전투부상자처치, 급속행군 등의 과목을 연속으로 평가한다.

이중 응급후송에서는 도수운반, 들것운반, 헬기들것사용, 야전구급차 환자싣기, 일반트럭 환자싣기 등 응급후송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한다. 실제 사람이나 80kg 이상의 마네킹을 환자 역할로 사용한다.

전투부상자처치에서는 1시간 45분 동안 3명의 부상자를 처치해야 한다. 실제 사람 혹은 마네킹에 표시된 21개 처치 대상 과제를 직접 보고 판단해 처치해야 한다.

급속행군은 완전군장 상태로 12마일(19.3km)을 3시간 이내에 완주해야 한다. 군장은 최소 35파운드(15.8kg) 무게다.

 

Q. 체력뿐만 아니라 의무분야 역량까지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올해 2월경 EFMB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미군에 비해 체력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체력 준비에 집중했다.

전장순환체력평가(1마일 달리기-팔굽혀펴기 30회-100m전력질주-모래주머니 들어올리기 16회-물통들고 달리기 50m-낮은포복 25m-엄폐 후 달리기 25m-1마일 달리기를 30분 내 완주), 급속행군을 연습하면서 ‘정말 대단한 체력을 요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EFMB 필기시험은 JTSCPG(Joint Trauma System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을 기반으로 한다.

약칭 CPG로 불리는 이 가이드라인은 미군에서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상황별로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화상, 동상, 폭발에 의한 부상, 화생방 손상 등 상황별로 분류되어 있어 매우 실무적이었다.

군견에 대한 CPG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의무, 간호 등 수의사가 아닌 다른 의무계통 군인들도 군견 CPG를 공부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미군에서는 군견을 전장의 동반자로 여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EFMB 전투부상자처치 교육 현장

Q. 한국군과 다른 미군의 분위기는 어땠나

EFMB 훈련·평가에 참여하면서 미군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유롭다. 계급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다. 심지어 교관이 설명하는 와중에 껌을 씹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평가에 있어서는 칼 같았다. 평가 매뉴얼에서 하나라도 벗어나면 바로 탈락이다. 평가 도중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해도 교관들은 끝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것이 있었다면 상호존중이다. 정말 다양한 배경의 인원이 모여 있어 그런지 서로의 일에 대한 존중이 확실했다.

제가 수의사라는 점을 밝혔을 때도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같이 훈련에 참가한 의무병, 의사, 간호사 등과 의견과 지식을 나눴다. 고된 훈련과 평가였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Q. EFMB 휘장을 수여받은 소감은

이번이 한국군에서 역대 3번째로 EFMB 수여받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 수의장교로서 휘장을 수여받게 되어 자랑스럽다.

수의장교로 선발됐다면 EFMB와 같은 보람찬 기회가 있으니 꼭 참여해 보시길 추천한다.

수의장교 최초로 미군 우수야전의무휘장 획득한 전인성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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