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견에서 반려견으로` 비글과 새 삶을 함께 할 가족을 찾습니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실험견 생활 마친 비글 9마리 구조..입양 지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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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의 실험견 생활을 마친 비글 9마리가 제2의 삶을 함께할 가족을 모집한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은 26일 “용인 소재 연구소에서 3년여간 실험에 참여한 비글 9마리를 인수했다”며 이들의 입양처를 모집한다고 전했다.

3년여의 연구소 생활을 마치고 새 가족을 기다리는 비글 `레드`
3년여의 연구소 생활을 마치고 새 가족을 기다리는 비글 `레드`

동행은 2015년에도 같은 연구소에서 지내던 비글 13마리를 구조한 바 있다. ‘나비야-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된 당시 프로젝트에서 7마리는 미국에, 6마리는 한국에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번에 동행이 단독으로 구조한 실험견 9마리는 모두 46개월령 수컷 비글이다. 3년 가량 연구소에서 생활하며 신약개발 과정의 약동학 실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물질의 위험성을 가늠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자극을 가하는 독성평가시험과 달리, 약동학 실험은 신약후보물질을 투약하고 시간에 따른 혈중농도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험견에도 별다른 무리를 주는 실험이 아니라 입양이 가능하다.

지난 24일 연구소를 나선 비글 9마리는 곧장 수도권 내 여러 병원과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로 옮겨져 건강검진과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동행 관계자는 “오랜 연구소 생활로 위장관 기능이 조금 떨어져 있거나, 발가락 사이에 염증이 관찰됐지만 대부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분간 임시보호처에 머물며 입양가족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행 측은 단체 홈페이지(바로가기)를 통해 입양지원과 임시보호 봉사 신청을 모집하고 있다.

비글들은 건강은 대체로 좋지만 일부 개체는 추가 건강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네이버 해피빈 성금 모금(바로가기)도 개시했다.

동행 관계자는 “실험을 위해 힘들게 살았던 아이들이니 만큼, 보통의 반려견과는 조금 다르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며 살아갈 가족이 나타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입양처를 찾고 있는 비글들.  (왼쪽 위부터) 레드, 민트, 바다, 베이지, 보라, 분홍, 수박, 주황, 초록
입양처를 찾고 있는 비글들.
(왼쪽 위부터) 레드, 민트, 바다, 베이지, 보라, 분홍, 수박, 주황, 초록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사용된 실험견은 13,487마리다. 부검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올해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검사 결과 정상적으로 회복한 실험동물은 분양하거나 기증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이 생겼지만, 실험견 입양은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동행 관계자는 “2015년 비글을 구조한 후 여러 연구소에 입양 가능성을 타진해봤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각 연구소별로 실험을 마친 동물들을 처분하는 내규가 있고, 이를 바꾸는데 적극적이지는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실험동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성평가에 쓰이는 실험견의 경우, 실험종료시점의 부검이 전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약동학 실험에 쓰인 개들은 일정기간의 워시아웃(wash-out) 기간을 두고 다른 실험에도 활용할 정도인 만큼, 별다른 문제없이 입양됐다면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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