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어야 동물의 고통을 이해할 것인가?

인천지방법원의 개 전기도살 무죄 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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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공동논평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어야 동물의 고통을 이해할 것인가? 인천지방법원의 ‘개 전기도살 무죄’ 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 15부는 자신의 개농장에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묶어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해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주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이유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전살법으로 개를 도축한 것이 학대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가 전살법으로 개를 실신시켜 도축한 것이 다른 동물의 도살방법과 비교했을 때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법원의 해당 판결은 법관의 재량권을 심각하게 일탈한 판결로써 국민의 법감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한편, 나아가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위험한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현행 동물보호법, 축산법,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 심지어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혹자는 축산법에서 규율하고자 하는 대상에 ‘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을 이유로 식용목적의 개 사육, 도축, 유통행위 역시 정당화 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축산법은 ‘식용’뿐만 아니라 번식 등 포괄적인 목적의 가축사육을 규율하고 있는데 반해,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오로지 ‘식용’ 목적의 동물들에 관한 법률로써 축산법과는 달리 그 규제대상에 ‘개’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축산물위생관리법이 별도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축산법에 개가 포함된다는 것만을 이유로 식용 목적을 위한 개의 사육, 도살, 유통마저 합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을 악용한 범죄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또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동물에 대해 상해를 가하거나 살해를 하는 것이 정당화되는데, 식용목적 개 도살은 이와 같은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는바, 이는 도살 방법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법에 저촉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또한 죽이는 방법에서도 ‘도구·약물’ 또는 ‘열·전기·물을 이용한 상해 행위’가 법적 처벌의 대상인 만큼(예로 죽지는 않았더라도 물에 빠뜨려 학대한 경우나 도구로 구타한 경우 등) 당연히 전살법에 의한 개의 살해행위는 위법임이 명백하다. 더구나 이미 영국, 미국 등지에서는 개과 동물이면서 모피로 희생되고 있는 여우 등에 대한 전기 도살을 잔인한 행위로 간주하여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번 판결이 얼마나 동물의 고통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천지방법원은 ‘전살법’을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인도적인 도살이 행해진 것처럼 판시하였는데, 이는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그 하위법령들에서 도살방법은 물론 도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법들의 취지와 맥락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일차적 판단에 근거한 판결에 해당할 뿐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모든 동물에 대하여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며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도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으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따라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도 도축하는 경우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동물도축 세부규정>을 통하여 하차, 계류, 보정, 기절, 방혈 등 도살의 모든 과정에 대하여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을 도살장으로 이동, 하차 시에는 ‘큰 소리를 내거나 폭력 및 전기몰이도구를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라든지, 도축 전 ‘자유롭게 서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적절한 밝기의 조명과 환기장치’가 있는 계류시설에 두어야 한다든지 하는 조항들이다. 또한 도살 직전 동물의 몸을 묶거나 고정하는 ‘보정’시에도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보정방법’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식용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동물을 죽이더라도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최대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천지방법원이 ‘잔인하지 않다’고 판결한 ‘전살법’은 이런 과정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런 법률의 맥락을 무시하고 ‘전살법’ 하나만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 해당 판결은 아무리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하여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법관의 고민이 담겨있다 하더라도 명백히 재량권 일탈에 해당한다. 

이미 지난 2016년 9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누구든지 동물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일시, 장소에서 하루 평균 2~3마리의 개를 전기충격기 또는 칼을 이용하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였다.”며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와같은 선행된 유사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지방법원은 ‘전살법’ 행위 하나만을 두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임의로 확대해석, 개를 전기로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다. 

대한민국의 형법이 제66조를 통해 사형의 방법으로 ‘교수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이 임의로 누군가를 목매달아 죽이는 것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식용목적 동물에 대한 도살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하여, 해당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은 개나 고양이 등 다른 동물들까지 그 도살방법 일부만을 따른다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인천지방법원의 비인도적이고 목적론적인 확대해석에 근거한 해당 판결은 즉시 파기되어야 마땅하다.  

2017년 07월 10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공동논평] 얼마나 더 잔인하게 죽어야 동물의 고통을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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