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식용 업계 친환경 사육?―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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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 1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코너에 게재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유난히 더운 날, 한 지역 방송사에서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에 취재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담양에 한 개농장에서 개의 사체를 방치하고 있고 도사믹스견들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너무 처참했다. 개 사체들이 철창과 바깥에 그대로 방치되어 악취와 함께 해충들이 붙어있었고, 사체와 함께 있는 개들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그늘막 없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열사병도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죽어있는 개들이 그런 이유 때문에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부패한 듯 심한 악취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 위에는 수많은 파리들이 붙어 있었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아보니 처음에 군청에서 개농장을 허가해주었고 이후 소음, 악취 때문에 민원들이 생기자 군청,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명백한 동물학대 상황이며 공중위생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해당 군청에서는 개인의 소유물이고 적절한 보호시설이 없어 격리조치가 힘들다고 했다. 방송이 나간 후 사체처리는 되었고 남아있는 개들을 계속 확인해본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는 이런 상황을 법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민간에서 개를 구입하고 구출하는 방법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다. 그 후 사육부터 질병관리, 입양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남아 있다. 동물보호법은 역시 아직은 상징적인 법이며 이를 활용한 동물보호활동은 쉽지 않다. 개식용 문제를 희석하기 위해 만든 동물보호법이 개식용 때문에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동물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식용 문제 해결이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개식용 업계에서 홍보하는 친환경 사육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는 사육이다. 전국의 모든 식용 목적의 개농장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 키우고 있다. 개농장 운영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개식용 업계의 여러 관련 기사에 의하면 개사육과 음식물쓰레기 해결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기동물에게도 음식물쓰레기를 주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유기동물도 안락사 시켜 폐기물로 처리하기보다 키워서 식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잔반은 출처를 모르는 여러 사람의 타액이 섞인 음식물 찌꺼기, 도계장, 도축장 폐기물, 생선가공공장 등의 폐기물과 섞여 있는 형태다. 그 타액에는 간염 바이러스 등 경구전염병이나 인수공통전염병 등의 병원균 등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고 다른 동물의 폐기물의 섭취시 역시 알 수 없는 병원균을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 사육하는 개들의 건강상 문제 역시 만들어 낼 수 있다. 

잔반에는 파리, 바퀴벌레, 쥐 등의 해충이 서식하며 여러 병원균의 침투가 용이하고 이를 섭취한 동물이 중간 매개체로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병원균이 돌연변이할 가능성이 있을지 알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바 없다. 

개식용과 관련해 직접적인 질병 연구는 없지만 연관된 자료들을 소개하면, 중국에서 1974년에서 1999년까지 개 근육에 사는 기생충인 선모충 발병이 집단적으로 발생(81건) 했으며 이는 대부분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유행했다. 중국의 동북부 9개 지역의 개, 1만9662마리의 검사 결과 지역별로 7%에서 39.5%의 감염이 확인되었다. 

베트남에서는 2008년 개고기가 비브리오 콜레라 세균의 주된 전염원이 되어 북부베트남에 여름 콜레라 전염병을 유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급성 간염 및 간 손상 환자 분석 자료에 개소주를 섭식한 사람들도 포함이 되어 있다. 

중국, 베트남 역시 질병관리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며 개농장에서 내부기생충·심장사상충 등 감염 결과, 식약청 위생 검사 결과 등을 보았을 때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중금속의 체내 축적은 미량이라도 독성이 강해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납, 비소, 카드뮴 등은 생물체 본래 구성성분이 아니고 동물의 사육과정이나 식품의 제조과정에 외부에서 오염되어 들어가는 환경오염성 중금속이다. 이 중금속들은 독성물질로 생체 조직과 강한 결합을 하여 생체 내에 축적되어 아주 천천히 제거되는 유해물질이다. 급성 중독, 만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개고기에서도 중금속이 다량 검출이 되고 있다. 어떤 이유들로 중금속이 축적되는 문제들이 생길까. 이는 친환경 사육이라 홍보하는 음식물쓰레기 위주의 사육과 저급사료(도축장 및 도계장의 잔여물 등) 급여를 통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오래전부터 개고기도 위생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08년도 충격적인 결과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지금은 외부에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당시 한 방송에 소개된 위생 검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 경기 일원에서 수거한 개고기 17점, 인터넷에서 구입한 개소주 10점 등 총 27점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항목은 식중독균(일반세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항생제(합성항균제, 항생제), 중금속(납, 비소, 카드뮴) 등이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을 준용할 때 총 17점의 개고기 중 일반세균 4건, 대장균 8건, 황색포도상구균 1건이 기준치 보다 높게 검출됐다. 

또 중금속 중 납은 식품공전을 준용할 때 개고기에서 1건, 개소주에서 1건이 기준을 초과했다. 27점 중 15건이 유사 기준을 넘은 것이다. 

또 다른 검사 결과다. 서울시가 시내 보양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개고기 14점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일부에서 납과 비소, 카드뮴 등 중금속과 일반세균,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됐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법정 기준치는 없으나 납의 경우 1㎏ 당 최저 0.003㎎에서 최고 0.029㎎이 검출됐고, 비소는 0.088∼0.402㎎, 카드뮴은 0∼0.001㎎이 검출됐다. 일반세균은 1g 또는 1㎠ 당 최저 135.2마리에서 최대 381.6마리가 검출됐고, 대장균도 최저 808마리에서 최대 927마리가 나왔다.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도 검사 대상 14점 중 3점에서 검출됐다. 

그렇다면 개식용 합법화를 통해 중금속이나 위해세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개식용 업계에서 잔반사육을 포기하고 저급사료가 아닌 좋은 사료로 사육을 할 수 있을까. 

사육 단가 문제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개식용 업계에서는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사육단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개고기 비용 역시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다. 

개농장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스테로이드는 사람이 먹어도 괜찮을까. 

국내에서 식용 목적의 개농장과 관련하여 질병 관리에 대한 연구 자료는 많지 않다. 심장사상충, 내부 기생충 감염과 관련된 내용들이 있는데 이 내용만 보더라도 질병관리 문제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개농장 165마리 개에서 83마리(50.3%)가 내부기생충 감염, 23마리(20.2%)가 심장사상충 감염됐고, 대전지역 개농장 206마리의 개에서 18마리(8.7%)가 심장사상충 감염 등이 확인됐다. 

사육견과 비슷한 집단관리 구조를 가진 유기동물보호소도 설치한지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지자체, 수의사,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운영한다 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질병관리에 실패하며 전염병의 온상지가 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개체가 호흡기질환 등에 노출이 되어 있다. 반면 비전문인이 질병관리를 하는 식용목적 개의 질병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지난해 이슈가 된 번식업 관련 방송으로 동물의 자가진료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일반인이 전문적인 교육 없이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제 등을 주사하고 인공수정, 제왕절개 하는 모습들이 방송에 나가면서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식용 목적의 개농장도 마찬가지다.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관리자에 의해 고농도의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된다. ‘수의사 처방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약사법의 ‘약사예외조항’과 수의사 처방제에 포함되지 않은 각종 호르몬제, 마취제, 항생제 등의 약물들은 여전히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개농장에서 쓰이는 항생제 및 여러 약제들, 하나의 주사기로 여러 약을 여러 동물에게 사용하고 있다. 

개농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은 항생제와 복합 강력 지사제, 그리고 피부병약인데, 방송에서 고발한 농장의 관리인은 20kg 개에 15~20㏄를 3회 나누어 사용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물의 경우 1kg당 0.08~0.1㏄가 적량이다.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양이 투약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개의 고기를 충분한 휴약기간을 두지 않고 사람이 먹는다면 항생제 내성이 생겨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처럼 식용 목적의 개농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집단사육으로 생기는 홍역, 파보바이러스 장염 등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 등에 대한 대책으로 무분별하게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다. 

소, 돼지 등 산업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사육, 도축, 유통까지 전 과정이 전문화, 체계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국내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문제는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이와 관련된 보고들은 다수 확인되었으며 축산물의 고농도 항생제 배합 사료, 자가 치료 등이 큰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항생제의 사용은 공장식 축산에서 현재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어 동물복지형 사육 방식으로의 전환 외에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는 농장 역시 공장식 축산화가 되어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개고기를 합법화 하더라도 자가진료가 허용된 상태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다. 

개식용 관련 글에는 항상 ‘소, 돼지, 닭 등을 먹는 것과 개고기를 먹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고 문제가 있으면 합법화를 하면 해결되지 않느냐?’는 댓글이 달린다. 

과연 합법화를 하면 위생적이고 인도적인 도축이 가능할까. 개식용 업계에서 지금 상황의 사육방식과 도축방식을 포기하고 질 좋은 음식과 인도적인 도축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떠나 개식용의 합법화는 가능하지 않고 먹거리로 부적합하다. 

흑인노예, 여성차별 문제 역시 예전에는 당연시 되었던 사안들이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면서 현재는 사라지고 있다. 개식용 문제 역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기고] 개식용 업계 친환경 사육?―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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