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수하게 봉사해요`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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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기동물보호소 동물의료봉사와 동물보호정책을 위해 2013년 결성된 수의사 모임이 있습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유기동물의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수의사들이 모여 순수 동물의료봉사 활동과 함께 유기동물 관련 정책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VCAA, 버동수)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사적인 이익 없이 순수하게 유기동물을 생각하고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수의사 회원들로 구성되어 많은 수의사들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버동수는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 매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선정해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모인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순수한 봉사가 가능하고, 이 때문에 회원들 간의 관계도 매우 좋습니다.

현재 버동수에는 1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봉사 때 마다 10여 명의 수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버동수 회원들을 만나 버동수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체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답변은 버동수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작성한 것입니다. 개별 답변의 경우 답변자들의 요구에 따라 익명으로 답변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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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는 어떤 단체인가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버동수는 버려진 동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유기동물의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수의사들의 모임입니다. 유기동물 분야 뿐 아니라 동물보호와 관련된 전반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등 각자 다른 모임에서 활동하다가 수의사들의 사회 참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 보다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여 2013년에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각자 현장 의료지원을 다니면서 ‘봉사자들 수는 많으나 체계적이지 못해 많은 일들을 못하고 오는 게 안타깝다’고 느낀 수의사들이 모인 것입니다.

현재 다음 카페와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장 없이 4명의 운영진 체제(서정주, 장승준, 나재인, 명보영)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설 동물보호소 위주로 순수 의료 봉사 활동을 월 1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 조절에 필요한 중성화 수술, 집단 관리에 필요한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예방의학이 주된 봉사 활동 내용입니다. 추후 여건이 된다면 다른 단체와 연계하여 미용봉사 등 다른 의료봉사 내용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수의사들도 이런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oreavcaa)도 운영하여 저희 활동 뿐 아니라 동물보호와 관련된 저희 주장이나 정보 제공도 하고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의료지원 현장에서 만나 뵀던 선생님들과 수의사들만의 봉사단체를 만들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보지 않겠냐는 의견이 모아져서 본 단체가 만들어 졌습니다.

봉사지 선택은 거리와 상관없이 수의사들 손이 미치기 힘든 곳을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의료지원 내용은 버려진 동물의 개체 수 조절에 필요한 중성화수술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집단 관리에 필요한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의 예방의학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국내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기동물보호소 상황이 안 좋은가요? 

전반적인 현실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슈에 비해 개선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시 동물보호소, 사설 동물보호소 부근에는 식용목적의 개 농장, 개 번식장 등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이것이 보호소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황이 좋은 곳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며, 사설 동물보호소의 경우 애니멀 호더 성격의 보호소도 많이 존재합니다. 하나둘씩 버려진 개들을 수집하듯이 키우기 시작하여 중성화는커녕 암수 구분하여 관리하지 않고 울타리만 둘러놓고 키우다 보니 자체 번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 버린 곳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자체 번식으로 대형화되기 직전의 숨겨진 시한폭탄 같은 보호소가 꽤 됩니다.

시 동물보호소의 경우에도 동물보호 목적보다 사업 목적으로 일상적인 도태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이 좋아지기에는 관련 법령, 축산 기반의 행정 등 제반 여건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각 지자체 별로 시군 보호소가 설립이 되고 지자체 소속 복지사와 팀을 이루어 호더 성향의 사설보호소 관리자들에 대한 보살핌과 이런 소형 사설 보호소부터 흡수 해체 하는 과정이라도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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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유기동물 보호소 환경은 열악하다

Q. 왜 버동수에 가입하게 되었나요?    

A : 수의사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키우던 강아지 고양이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수의대 입학 전부터 유기동물과 동물보호소 구호 활동을 나름 해왔습니다.

버동수는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갖는 여러 동문회 및 이권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의도로 사회적인 활동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모임이라 생각하여 가입했습니다.

B : 의료봉사에 관심이 있던 차에 봉사활동에 뜻이 있는 수의사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Q. 버동수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A : 많은 수의사 및 일반인들이 봉사활동 등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동물병원을 찾는 고객들도 이런 활동에 대해 얘기하면 많이 공감해주시며, 안타까워해주십니다.

빡빡한 일상을 어렵지 않고 어색하지 않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판을 우리 모임이 만들어 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B : 작은 도움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그 시간이 저에게도 힐링이 됩니다.

혹자는 수많은 유기견 보호소가 있는데 한 달에 한번 봉사를 하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하지만 작은 활동이라도 한다면 그것은 ‘無’가 아닌‘有’가 되는 것이고, 작은 도움이 모여 큰 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C : 저희 모임 멤버들이 팀워크가 아주 좋은 편입니다. 누가 오더라도 항상 열심히 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항상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동료애도 같이 느낄 수 있고 부족하지만 동물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온다는 게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가끔 보호소 상황을 모르는 수의사 분들의 질타가 있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 쓰도록 노력하겠으며, 앞으로도 개선될 테니 지켜봐주세요.

많은 수의사 단체가 봉사활동을 합니다. 다들 잘하고 있지만, 더욱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메뉴얼화해서 움직였으면 합니다. 또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내실 있는 활동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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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활동하면서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A : 오지에 숨어있는 보호소를 찾아가는 길, 냄새나는 축사, 사나운 동물들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힘든 점은 ‘동물과 생명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열악한 시설이나 환경은 조금씩 개선시켜 나갈 수 있지만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분위기, 그리고 뜻에 맞지 않는다고 버리는 사람들, 애니멀 호더처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방치하여 2차적인 동물학대가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홍보나 교육을 통한 전체적인 사회적인 인식을 올리는 것이고, 우리 모임이 그 한축을 담당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 : 봉사활동 하면서 물리거나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수술이 이뤄지는 공간도 열악해서 힘들 때가 있습니다.

C : 저는 사는 곳이 멀어서 이동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게 힘든 점입니다(웃음).

D : 굳이 힘든 점을 꼽으라면 현장 상황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잘 모르면서 탁상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면서 질타만 하는 동료들입니다.

저희 단체 회원들의 팀워크가 아주 좋아서 사실 활동하는 게 힘들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조별로 일을 하다가도 다른 조에서 일손이 부족하면 그 빈자리를 알아서 다들 채워 줍니다. 그래서 하루에 소화하기 힘든 일들도 단시간 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봉사자들이 저희가 일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희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서로 칭찬을 해줍니다. 이렇게 다들 필요한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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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버동수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요?

A :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지원만 받고 홍보에만 힘쓰며 비정기적인 생색내기 모임이 아닌 재능기부를 원하는 봉사자에게 쉽고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주며, 치료가 필요한 동물에게 수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대국민 홍보 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생명권에 관한 의식을 발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수의사가 주체가 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C : 항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부족한 것을 개선해나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동물들의 처우 개선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수의사들의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D : 수의사들의 사회 참여 활동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의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활동이 수의사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우리의 활동을 통해 동물들의 처우 개선 및 동물들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치면 좋겠습니다. 

Q. 버동수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부분 자비를 털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넉넉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활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의약품 후원 등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선아 원장님께서 세미나, 다음 뉴스 펀딩 수익금 등을 후원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수의사들은 다음 카페(http://cafe.daum.net/vcaa)를 통해서 회원가입 후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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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수하게 봉사해요`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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