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서도 시작된 초가공식품 논란, 자연식 활용법은

정설령 대표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위생과 영양 균형 갖춘 전문적인 접근 필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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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자연식과 홈메이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의 장점을 활용하려면 위생, 영양 불균형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영양학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정설령 대표는 9월 20일(일)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2026 추계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초가공식품 논란과 자연식(홈메이드식)의 재조명-수의사가 알아야 할 최신 반려동물 영양 트렌드 및 영양상담 실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건국대학교 수의임상영양학 겸임교수로 한국영양전문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설령 원장은 초가공 펫푸드에 관한 최신 연구부터 자연식의 장단점, 영양 균형을 갖춘 홈메이드식의 설계 원칙과 실제 상담 과정까지 소개했다.

정 원장은 “최근 임상 현장에서 홈메이드식과 자연식에 관해 문의하는 보호자가 많아졌다”며 “자연식을 배제하기보다 위생과 영양 균형을 확보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중인 정설령 대표

이날 강연에 따르면, 최근 사람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대사질환, 심혈관계 질환, 인지기능 저하 등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반려동물 식품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Tanprasertsuk 등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이 2026년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발표한 리뷰 논문은 사람의 초가공식품 정의를 개·고양이 사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펫푸드의 가공 방식에 따른 분류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당 논문은 압출 건사료와 캔·파우치 형태의 습식사료, 반건조사료를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했다. 마일드 쿠킹 식단과 동결건조식, 에어드라이 식단, 생식 등은 상대적으로 가공 정도가 낮은 식단으로 구분했다.

건사료는 원료 분쇄와 혼합, 고온·고압 압출, 건조 등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열과 빛, 산소에 취약한 일부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다.

Galli 등이 2024년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건사료 가공 중 비타민 A가 약 30∼40% 감소했다. Yang 등이 2020년 Animals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압출과 펠릿 가공 조건에 따라 비타민 E가 50% 이상 손실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메가-3 지방산 역시 열과 빛, 산소에 의해 산화되기 쉬워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함량이 감소하거나 산화산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정 원장은 가공 과정의 한계만으로 상업용 펫푸드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펫푸드는 경제성과 유통·급여의 편리성이 높고, 위생과 영양 균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최고 수준의 펫푸드는 비전문적으로 만든 자연식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공 정도가 낮은 신선 식재료를 식단에 포함하는 것이 일부 질환의 위험 감소와 연관된다는 연구들도 소개됐다.

Raghavan 등이 2005년 미국수의사회지(JAVMA)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방광암이 발생한 스코티시테리어 92마리와 건강한 83마리의 식이를 비교했다.

녹색 잎채소나 십자화과 채소를 주 3회 이상 섭취한 개는 그렇지 않은 개보다 방광암 위험이 88% 낮았다. 노란색·주황색 채소를 급여한 경우에는 위험이 70% 낮게 나타났다.

다만 이는 식이와 질병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관찰연구로, 채소 급여의 직접적인 암 예방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Hemida 등이 2021년 미국수의내과학회지(JVIM)에 발표한 보호자 설문 기반 연구에서는 핀란드 개 4천여 마리의 성장기 식단을 분석했다. 건사료만 급여한 경우보다 육류와 채소 등 가공 정도가 낮은 식재료를 함께 급여한 경우 성견기 알레르기·아토피성 피부 증상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정 원장은 “자연식이나 신선식이 건강상 이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부분이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학술적 근거도 있다”며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여러 차례의 가공과 장기간의 유통 과정을 거친 음식은 신선한 상태의 음식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자연식을 주식으로 급여할 때는 영양 불균형의 위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Stockman 등이 2013년 JAVMA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서적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반려견용 홈메이드 유지식 레시피 200개를 평가했다.

그 결과 95%가 적어도 하나의 필수영양소 요구량을 충족하지 못했고, 83.5%는 두 가지 이상의 필수영양소가 부족했다. 6.5%에는 양파 등 반려견에게 유해한 재료가 포함돼 있었다. 부족한 비율이 높았던 영양소는 아연 69%, 비타민 D 65%, EPA·DHA 53%, 비타민 E 45%, 칼슘 35% 등이었다.

정 원장은 “실제로 자연식을 만드는 보호자 대부분은 육류와 채소를 조합해 급여하고 별도의 영양학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이 경우 영양 균형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육류 위주의 식단은 칼슘이 부족한 반면 인은 과도해지기 쉽다. 철과 아연, 망간, 요오드, 비타민 D·E 등도 일반적인 육류·채소 조합만으로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정 원장은 “자연식에서 제기되는 핵심 문제는 미생물 오염과 영양 불균형”이라며 “위생적으로 만들고 영양 균형을 맞춘다면 회피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완전한 홈메이드식을 설계하기 어렵다면 상업용 완전균형식(건사료 등)을 기본으로 급여하면서, 신선한 육류나 채소를 혼합하는 방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와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는 간식이나 영양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추가 식품이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나머지 90% 이상의 열량은 완전균형식에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 원장은 이러한 원칙을 완전균형식에 신선 식재료를 혼합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자의 건강 상태와 주식의 영양 밀도, 추가하는 식재료의 종류에 따라 적정량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자연식을 주식으로 급여하려면 각 식재료의 영양성분을 합산하고, 수분을 제외한 건물 기준 또는 열량 기준으로 환산한 뒤 AAFCO와 NRC 등이 제시한 필수영양소 기준과 비교해야 한다.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미생물 오염 위험을 고려해 생식보다 육류를 익힌 조리식을 권장했다. 채소 등 식물성 식재료도 소화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자연식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위생과 영양 불균형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완전한 홈메이드식의 영양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면 완전균형식을 기본으로 신선 식재료를 적절히 혼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동물병원과 보호자 간 신뢰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채연 기자 [email protected]

반려동물에서도 시작된 초가공식품 논란, 자연식 활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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