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학회 원헬스연구회(회장 천병철)가 9월 18일(금)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한국역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첫 세션을 열고 창립을 알렸다.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규명하는 학문 분야가 역학(epidemiology)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는 “원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 기관 내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면서 연구회가 학문적 뒷받침과 함께 외부에서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창립 첫 세션은 항생제 내성 초점
반려동물은 물론 야생동물에서도 주요 내성균 출현
신안 철새도래지의 겨울 철새에서 CRE 검출
전국 단위 야생동물 내성 모니터링, 대장균 36.5%가 내성 보여
첫 세션은 원헬스 관점의 항생제 내성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에서의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및 연구, 야생동물에서의 항생제 내성을 함께 다뤘다.
검역본부 세균질병과 항생제내성연구실의 문보현 박사는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내성은 치료 선택지에 제한을 주고, 보호자에게도 내성균을 전파할 가능성을 만든다”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국가적인 내성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역본부는 가축·축산물과 함께 반려동물에서의 지표세균, 병원성세균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을 매년 모니터링하고 있다. 건강한 동물에서 분리한 지표세균의 내성률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을, 소화기·호흡기·소변·피부에서 분리한 병원성세균의 내성률은 일본과 비슷하지만 스웨덴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은 양상을 보였다.
특히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등 사람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주요 내성균 일부는 반려동물에서도 분리되고 있다.
문 박사는 “동물병원 입원 중에 중요 내성균을 획득한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면서 다양한 내성균이 유입될 수 있는 동물병원을 주요 관리 지점으로 지목했다.

야생동물의 항생제 내성균 분리 현황도 눈길을 끌었다.
전국의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부상 입은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있지만, 야생동물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처럼 내성을 유발할 정도로 장기간 다량의 항생제를 투약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야생동물의 내성균은 축산 현장 등과 연계된 환경의 내성 분포를 반영하는 셈이다.
전남대 수의대 이준봉 교수는 “야생동물 내에서 내성균이 발생하긴 쉽지 않지만, 내성 확산의 매개체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식지 파괴에 내몰린 야생동물이 농장이나 하천 등 오염원 주변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내성균을 획득한 후 이종 세균 간의 내성유전자 교환이나 야생동물의 이동을 통해 내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대 박상익 교수팀이 전남 신안 철새도래지의 겨울 철새를 대상으로 벌인 선행연구에서는 반코마이신, 카바페넴, 콜리스틴 등 핵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분리됐다.
이 교수는 “사람과 동물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항생제에까지 내성을 보이는 균주가 야생동물에도 있다”며 “야생동물에서의 항생제 내성 예찰은 더이상 부가적인 연구에만 머무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야생동물질병관리원과 함께 2025년 10월부터 진행한 전국 단위 야생동물 내성균 감시 시범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전국적으로 확보한 야생동물 시료 216건(조류 153, 포유류 63)을 대상으로 대장균 등 주요 세균을 분리한 후 항생제 내성 검사를 벌였다. 카바페넴 등 중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 경우 전장유전체 분석을 병행했다.
총 74주가 분리된 대장균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벌인 결과, 27주(36.5%)가 1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 야생조류에 비해 너구리 등 야생포유류에서 내성균 분리율이 더 높았다.
이준봉 교수는 “사람이나 가축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낮은 내성률을 보였지만, 주요 항생제 내성균은 인간·동물 유래 균주와 유전적으로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원헬스연구회, 다학제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연구회 창립 실무를 담당한 전남대 수의대 유대성 교수는 “원헬스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역학회에 보건·의학 분야의 비중이 크지만 수의학과 야생동물의학, 환경 분야의 연구자들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약 2주간 진행된 창립 회원 모집에는 보건학·역학 연구자는 물론 의사, 수의사, 간호사, 환경·생태 연구자에 동물복지 활동가까지 모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 관계 부처도 이날 자리했다.
연구회는 앞으로 정기적인 학술 세션과 세미나를 진행하는 한편 연구자 간 데이터 공유와 원헬스 예찰 프로그램, 연구과제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