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26만건 AI 분석 결과…반려견은 11세부터 노년, 반려묘는 13세부터 노년
충북대 민경덕 교수팀·페토바이오 연구진, 반려동물 생애주기 분석 결과 논문 게재
반려동물이 노령화되면서 노년기에 문제가 되는 만성·난치성 질환은 동물과 보호자, 수의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노령동물일까?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는 개 생애주기 가이드라인(Canine Life Stage Guidelines)에서 기대수명의 25%가 남은 지점을 장년(mature adult)과 노년(senior)의 전환기로 제시한다. 고양이 생애주기 가이드라인의 10세가 노년의 기준이다.
충북대 수의대 민경덕 교수팀과 페토바이오 연구진은 질병을 기준으로 잡았다. 국내 82개 동물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 50만여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로 국내 반려견과 반려묘의 생애주기를 도출했다.
그 결과를 대한수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JVS) 최신호에 게재했다(Data-driven life-stage classification for companion dogs and cats using age-specific diagnosis patterns in South Korea).

자연어로 서술된 진료기록 50만건에 LLM 적용해 질병명 도출
질병 패턴 기준으로 반려견·반려묘 4대 생애주기 구분
국내 반려동물 의료 분야에서 건강검진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만성신장병, 골관절염, 암 등 만성·난치성 질환들도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되면서, 이들을 보다 조기에 찾아내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건강검진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로 확립되어야 한다는데 주목했다. 생애주기별로 다발하는 질환을 찾는데 초점을 맞춰야 불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줄이면서 최적의 예방적 개입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 관련 연구가 있지만 이를 국내 임상현장에 그대로 차용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주로 키우는 품종이나 거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국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구분하기 위해 질병 군집을 분석했다. 비슷한 질병 패턴을 보이는 나이대를 생애주기로 묶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일선 동물병원의 진료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국내 82개 동물병원의 동의를 받아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진료기록 50만여건을 확보했다. 이중 데이터 전처리와 표준화, 내원 기록 완전성 여부를 평가해 27개 병원의 데이터를 추렸다.
이어 반려견 진료기록 222,706건과 반려묘 진료기록 39,910건을 대상으로 종, 성별, 품종, 연령별로 진단된 질환들을 분석했다. 진료기록에서 의학 용어를 추출하고 표준화는데 인공지능(GPT-4o)을 활용했다.


생애 전반에 다발하는 질병은 개 외이도염·슬개골 탈구, 고양이 구강·비뇨기 질환
고양이 CKD는 청년기부터 문제
객관적 근거 기반 건강검진, 반려동물 정책, 펫보험 개발로
그 결과 반려견의 생애주기는 1세 이하(퍼피), 2~5세(청년), 6~10세(장년), 11~15세 이상(노년)으로 구분됐다. 반려묘의 생애주기는 2세 이(키튼), 3~8세(청년), 9~12세(장년), 13~15세 이상(노년)으로 반려견과 차이를 보였다.
질병 군집을 기준으로 구분한 만큼 생애주기별로 특징적인 질환 패턴을 보였다.
반려견의 경우 외이도염·슬개골 탈구가 모든 연령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가운데 퍼피에서는 잔존 유치, 잠복 고환, 사지 골절 등이 상위에 올랐다. 청년기에는 피부 질환이 두드러진다. 장년기에는 대사성·만성질환의 비중이 커지면서 승모판폐쇄부전(MMVD), 비뇨기계 결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노년기에는 승모판폐쇄부전을 필두로 만성신장병(CKD), 췌장염, 백내장,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지배적이다.
반려묘에서는 구강·비뇨기 질환이 전연령대에서 큰 비중을 보였다. 만성신장병이 청년기부터 상위권에 진입해 장년기 이후로 1위를 차지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연구진이 자연어(free-text)로 서술된 진료기록으로부터 질환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한만큼, 실제 질환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가령 고름피부증(pyoderma)이나 발피부염(pododermatitis)은 10위권에 진입한 반면 이와 직결되며 임상에서 흔히 만나는 알레르기성 피부염(allergic dermatitis)은 순위권 밖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사람과 달리 반드시 진단명을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동물병원 진료기록 관행상 진단명이 기록 작성 과정에서부터 과소 보고됐을 수 있고, 15세 이상의 동물은 하나의 그룹으로 간주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의료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질환을 연령별로 분석해 국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도출한 최초의 연구였다.
연구진은 “정량적 분석을 통해 정의한 생애주기를 기반으로 동물병원이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호자와 더 객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 관련 정책 수립과 펫보험 상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