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동물생약연구협회(KAAHM, 회장 한종현)가 지난 11월 30일(일) 익산 전북대학교 특성화캠퍼스 도서관에서 제3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나이 들수록 더 건강하게, 반려동물 웰에이징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학술대회에서 노화, 특수동물, 재생의학, 바이오뱅크 등 관련 분야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연단에 선 보성통증동물병원 김정환 원장은 ‘노화’를 앞으로의 임상에서 하나의 언어로 다뤄야 한다고 지목했다. “노화를 외형적 노쇠로 단순화해서는 안 되며, 세포에서 개체에 이르는 다층적·누적적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노화를 이해하려면 항상성(homeostasis)만으로는 부족하고, 신항상성(allostasis) 개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생물학적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로 회복력(robustness)과 예비력 고갈,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나타나는 노쇠(frailty)를 제시했다. 진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 중인 feline frailty checklist와 MCS(muscle condition score) 사례도 소개하며 “나이가 들수록 체구보다 근육량 변화가 훨씬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에서 간헐적 단식이 평균 수명을 늘린 연구 사례도 언급하며 노화의 속도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노화를 조절하는 생약으로는 인삼·황기·호장근·강황·작약 등이 소개됐다. 인삼의 경우 백호가인삼탕 등을 통해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자로 나선 김미혜 에코특수동물병원장은 특수동물의 노화와 생약 치료를 다뤘다. 빠른 생체 시계를 가진 특수동물은 개·고양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수동물은 약물 용량 조절이 까다롭고 간·신장 부담이 커 생약이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임상 증례도 소개했다. PBFD(Psittacine Beak and Feather Disease)로 인한 중증 탈모를 겪는 앵무새 환자에게 소시호탕, 삼칠, 그리고 외용 재생젤을 병행해 털 재생을 유도한 사례를 소개했다. 화이트트리 프록의 난치성 피부 궤양을 보증익기탕, 삼칠, 니치단백질 등을 이용해 합병증 없이 치료한 사례는 양서류 피부과학에서 생약과 재생의학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전북대 수의대 태현진 교수는 고압산소 치료 연구 동향을 전했다. 이어 비쓰리이앤에스 홍성재 이사가 고압산소 치료 장비의 구조와 임상 적용 시 고려해야 할 실무적 사항을 소개했다.
학술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전북대 수의대 박병용 교수는 국내 동물 헬스케어 분야에 공공 바이오뱅크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의 급성장, 고령화·만성질환·유전질환 증가, 그리고 인수공통감염병 위협까지 동물 생체자원 확보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헬스케어 바이오뱅크를 “동물 생체자원과 병원체를 표준화해 수집·보존·분석하고, 관련 기관 및 연구자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One-Health 기반 공공 플랫폼”이라고 정의하며 전국 단위 표준 시료 라이브러리 구축, 병원체 유전체 데이터 허브화, 신약·진단법 개발을 위한 고부가가치 자원 공급 등을 통해 연구·산업·정책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유진 기자 pinkberryh1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