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개발 이전부터 내성은 존재했다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이해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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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지난호에 항생제 내성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한번 환경에 퍼진 항생제 내성인자는 세균들을 통해서 공유되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을 뒤늦게 줄인다고 해서 내성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는 덴마크의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이다. MRSA를 줄이기 위해 당시 성장촉진용으로 사용됐던 배합사료 내 항생제를 2000년부터 전면 금지했지만, 이후에도 MRSA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편, 최근 ‘네이처’에 MRSA와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MRSA에서 내성을 일으키는 mecC-MRSA 유전자가 1800년대 초부터 출현했다는 획기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과학적 사실로 믿어왔던 내용, 즉 1928년 페니실린 사용으로 인해서 MRSA가 발생한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을 완전히 바꿔주는 사건이다.

이번호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살펴보고 이러한 지식이 앞서 언급한 MRSA 최신 토픽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공생하는 세균 vs 이기적인 세균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과 동물의 피부(외배엽에서 형성된 기관)와 소화·호흡기관(내배엽에서 형성된 기관) 위에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들이 마치 갑옷처럼 촘촘하고 빽빽하게 붙어있다.

이와 같은 수천여 종의 세균이나 효모,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들은 [그림1]처럼 서로 공생하며 조화로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균 무리들을 ‘정상 세균총’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공생, 또는 편리공생의 형태로 동물의 표피나 내장의 섬모위에서 살아간다. 기본적으로는 숙주인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림1] 정상 세균총에 대한 모식도

이러한 정상 세균총은 소화기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소화기계에 있으면 사람이나 동물이 섭취하는 음식물이라는 에너지원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 온도·습도가 높고 햇빛(자외선)도 없기 때문에 미생물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처럼 정상 세균총들은 소화기계에서 잘 증식하면서 숙주인 동물에게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그들 만의 생태계를 유지한다.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도 이와 같은 정상 세균총의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다.

즉, 공생(共生)과 같은 관계인데 정상 세균총이 [그림2]처럼 장내 상피세포 위에서 빽빽하게 증식함으로써 경구를 통해서 들어온 유해 세균이 장벽에 부착하여 증식할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유해 세균의 증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를 경쟁적 배제라고 한다.

만약, 정상 세균총과 동물을 공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동물은 섭취하는 음식물의 일부를 무해한 정상 세균총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정상 세균총을 증식시키고, 정상 세균총은 동물내 유해 세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동물의 위장관이 보다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요거트(유산균), 된장, 청국장, 낫토와 같은 생균성분을 먹어주는 것도 이와 같은 정상 세균총의 성장을 돕고, 일부는 같이 장내에서 증식함으로써 유해 미생물의 질병을 막기 위함이다.

[그림2] 병원성 세균의 장내 부착을 방해하는 정상 세균총

하지만, 모든 세균들이 위장관내 정상 세균총처럼 조화로운 공생의 룰, 즉 서로 부대끼더라도 영양분을 나누고 같은 공간에서 협조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공생하는 세균도 있지만 보다 이기적인 형태인 기생이나 또는 이익을 독점화하기 위해 다른 세균들을 배제하는 세균이나 미생물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림3]처럼 어떤 세균들은 좋은 환경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처럼 이기적인 세균이 분비하는 물질이 바로 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의 전신인 항생물질(抗生物質)인 것이다.

스트렙토마이신은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라는 방선균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을 모은 것이다.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는 주변 환경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세균을 사멸하는 항생물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과 동종 세균만 자랄 수 있도록 한다.

[그림3] 스트렙토마이신을 생성하는 특정 방선균의 항생작용

그런데 [그림3]처럼 주변 다른 세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스트렙토마이신)이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라는 방선균 자신을 공격해서 죽인다면 이 세균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는 자신이 만든 항생물질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내성기전과 관련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세균이 자신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내성을 바로 자연내성이라고 한다.

요컨대 세균 중에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세균이 있고 필연적으로 이들 세균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내성 기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전이 바로 항생제 내성의 시발점이며 내성을 나타내는 기전은 바로 유전자를 통해서 발현되고 저장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이와 같은 내성 인자가 형질전환, 형질도입, 접합 등의 방법으로 다른 세균에 전파됨으로써 항생제 내성이 세균 집단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서두에 얘기한 mecC-MRSA라는 내성 유전인자는 고슴도치 피부에서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곰팡이(트리코피톤 에리나세이, Trichophyton erinacei)가 분비하는 페니실린 유사물질에 대해서, 고슴도치 피부위에서 함께 서식하는 어떤 세균이 이에 대한 내성인자(mecC-MRSA)를 돌연변이를 통해 획득하게 되었고, 이처럼 획득된 돌연변이가 다른 피부 상재균인 황색포도상구균에게 퍼져가는 과정에서 MRSA가 나타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내성은 내성세균을 나타나게 하는 원발요인이라고 하겠다.

 

세균의 항생제 내성 기전

항생제의 내성기전은 [그림4]처럼 크게 4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1) 막 투과도를 낮추어 항생제 침투를 막는다.

2) 적극적으로 세균 밖으로 항생제를 배출한다.

3) 항생제를 변형시켜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4) 항생제 작용부위를 바꿔버린다.

[그림4] 항생제에 대한 세균의 내성기전

세균은 이런 네 가지 기전을 단독 또는 복합으로 사용함으로써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이나 아목사실린 같은 베타락탐계열의 항생제들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에 관여하는 PBP라는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항생작용을 나타낸다.

그런데, 세균 중에는 페니실린·아목사실린이 살균 작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베타락탐 링을 가수분해하는 물질(베타락타마아제)을 만들어 내는 세균이 있고 이와 같은 기전으로 페니실린·아목사실린과 같은 항생제가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바로 [그림5]의 3번째 기전으로 소개된 ‘항생제를 변형시켜 작용하지 못하게 하기’이다.

이처럼 세균은 항생제에 대한 대표적인 4개의 내성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기전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항생제에 저항한다.

만약, 세균이 어떤 특정 항생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항생제에 저항을 할 수 없는 세균들은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저항성을 가진 세균들은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특정 항생제에 내성기전을 가진 세균의 빈도는 해당 항생제에 노출된 상황에서 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을 항생제의 선택작용이라고 한다. 이러한 항생제의 선택작용이 바로 항생제 내성 증가에 대한 촉발요인이라고 하겠다.

항생제 내성의 원발요인인 자연내성이나 돌연변이를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촉발요인인 내성세균이 증가하는 환경을 최소화하려고 접근하는 방법론이 바로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인 것이다.

 

세균간 항생제 내성인자의 이동

내성인자를 포함한 세균의 유전자(유전물질)는 형질전환(Transformation), 형질도입(Transduction), 접합(Conjugation)을 통해서 세균내에서 공유된다.

이중에서 접합(Conjugation)은 주로 동일한 종류의 세균 그룹에서 전달되는 방식이지만 다른 두 가지 방식인 형질전환(Transformation)과 형질도입(Transduction)은 이종 세균이나 또는 바이러스, 박테리오 파지를 통해서도 항생제 내성 유전인자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세균은 기본적으로 원핵생물(진핵에 가까운 원핵)이며 DNA와 같은 유전정보가 원핵 내에 보관되고, 이분법을 통해서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세균에는 이러한 원핵 외에도 플라스미드라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원핵과 마찬가지로 유전된다.

만약, 어떤 세균이 죽거나 부서지면 원핵에 담겨있는 유전물질이나 플라스미드가 외부로 노출되는데, 이렇게 환경에 노출된 유전물질이나 플라스미드가 다른 세균에 들어가서 다른 세균의 유전정보가 변경되는 것을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그림5]는 이를 나타낸 모식도이다.

[그림5] 형질전환(transformation)에 의한 유전인자 전달

이러한 형질전환을 감안하면 이른바 ‘항생제 대체제’라는 이름으로 농장동물에 사용되는 수많은 생균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생균제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서 유해세균의 장내 증식과 침투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다만 어떤 생균제가 항생제 내성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앞서 설명한 형질전환 과정을 통해서 항생제 내성이 장내 세균에 전파되고, 분변으로 배출된 항생제 내성균에 농장 환경이 오염됨으로써 농장내 항생제 내성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균제를 사용할 때에는 항생제 내성인자가 없는 것으로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확인해볼 필요성이 있다.

이미 유럽의 식약처(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에서는 사료에 사용하는 생균제가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만약 확인되는 경우에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제는 시작해야 할, 생균제의 신중한 사용

여전히 국내에서의 생균제(유산균) 트렌드는 여전히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가 하는 것이다. ‘1000억 유산균’, ‘1조 유산균’과 같은 광고나 제품 표기사항에 대해서 다들 한 번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는 해당 생균(유산균)이 모두 좋은 기능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논리가 된다.

다만, 해당 생균제가 정말 유익균만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 과거 경북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축에 사용하는 용도로 시판되는 절반 정도의 생균제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같이 검출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생균제가 실제 표시된 균수보다 1/10~1/1000 수준으로 함량 미달이라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

따라서, 생균제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항생제 내성 전파에 대한 위험요소(유전인자)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안전성에 있어서도 검증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과 더불어 생균제의 신중한 사용도 함께 검토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일곱 번째 항생제 이해를 마무리하며

좋은 의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들 하지만, 항생제 내성에 있어서는 굉장히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도 많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려고 생균제를 쓰는데 어떤 생균제는 오히려 항생제 내성을 높일 수 있다. 항생제 내성 관리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것은 국민보건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수의사처방제를 제정하고 시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축산동물에서의 항생제가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되길 원하는 일반 여론이었다.

그러므로, 축산동물을 다루는 수의사에게 항생제 내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와 같은 항생제 내성을 더욱 증가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호에는 이와 같은 항생제 내성에 대한 기초지식을 토대로 항생제 내성을 늘리지 않기 위한 전략과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Emergence of methicillin resistance predates the clinical use of antibiotics, Nature, Jan 2022

2) 세균의 내성과 항생제, 2012년 9월 양돈수의사회 연례 세미나 발표자료.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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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개발 이전부터 내성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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