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수의사 포럼] 오래된 미래/김도균

등록 : 2020.04.03 06:25:51   수정 : 2020.04.01 17:26:46 데일리벳 관리자

모든 생명은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생명은 35억년의 시간을 이어왔으며 인류는 30만년 정도의 시간을 이어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생명들은 또 인간들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을까요?

우리는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진화에 있어서 경쟁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배웠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경쟁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영향들로 우리는 사람 사이를 또 생명 사이를 경쟁 관계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각은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그릇되게 하고 또 사람의 관계를 왜곡되게 만듭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또 그것을 당연한 듯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그 반증입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는 사회가 모두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살피기 위해 또 다른 세상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오늘 날 우리는 생명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산적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많은 문제들은 모두가 인간이 저지른 행위에 의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수의사는 동물을, 더 나아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생명을 위한 수의사 포럼>은 생명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기 위하여 매달 생명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그 나눔을 동료 수의사분들과도 함께 하고자 데일리벳의 협조를 얻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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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자는 언어학자로 언어 연구를 위해 행정구역상으로는 인도 최북단의 히말라야 산악에 끼어 있는 고원의 사막지역이자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는 티베트의 일부인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70년대 중반부터 16년간 생활하면서 얻은 지혜를 나눈다.

라다크가 서구적 개발로 변화되는 과정과 이러한 변화에서 당연히 직면하게 되는 문제점을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인류가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라다크는 지역적인 접근의 어려움과 영하 40도의 강추위가 8개월 동안 지속되는 척박한 기후, 일년에 4개월 정도만 경작이 가능한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구한 역사적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다.

하지만 1974년부터 인도정부에 의해 관광산업 목적으로 개방과 개발이 시작되면서 라다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라다크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삶의 속도는 느려도 편안하고 욕심 없는 모습으로 살았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라다크에는 외국 관광객 한사람이 하루에 쓰는 돈이 라다크 가정이 1년 동안 쓰는 돈과 맞먹을 정도로 많은 돈이 유입됐다. 역설적으로 그런 이방인들과 비교하며 라다크인들은 갑자기 가난하다고 느끼고 우리에겐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트레스, 권태감, 좌절감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라다크의 개발 계획이 추진된 16년간 라다크 사회가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실업과 인플레이션, 범죄 발생율이 증가되는 것을 보며 경제 발전이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라다크의 전통 문화 부흥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 장려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는 태양열 주택 난방 시스템 제작과 연극 제작, 해외 강연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80년에 이르러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작은 국제기구로 성장하였으며, 1991년 ISEC(에콜로지및문화를위한국제협회)로 재탄생했다.

라다크는 현재 생태적 개발의 모델로서의 잠재력과 전통 문화 수호에 성공하며 자연친화적 미래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저자가 라다크로부터 배운 교훈 중 나누고자 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인간의 행복이란 내면의 충만함을 느끼며, 가족 및 이웃들과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자연과의 합일 속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라다크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증언하고 있다.

둘째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오지 중 오지인 라다크까지 밀어닥친 개발의 열풍이 어떻게 라다크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와 공동체를 파괴했는지를 현장에서 보고 느낀 대로 고발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지구촌이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잃고, 서구 사회의 기준에 맞춰 획일화되는 것에 반기를 들고, 반(反) 개발의 기치 아래 라다크의 전통과 라다크 사람들의 인성 회복을 위해 NGO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라다크의 고유한 전통문화 속에서 지구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하면서 서구 문명사회에도 설득력 있는 강연을 통해 알리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비판하는 자본주의의 이면과 현대화의 부정적인 면들이 곧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했다.

상호배려와 협동으로 설명되는 정(情)이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배운 때도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근대화의 기간 동안 우리는 너무 빨리 우리의 것을 버리고 자본주의 가치와 서구식 사고방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게 아닐까?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전통을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통계로 나타나는 국민총생산(GNP)과 무역지수 등이 국민의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다는 것은 오래된 사실이다.

특히 중앙 집중화 방식의 경제성장이 불러온 우울증과 고독감, 끊임없는 경쟁상황과 불안감 등은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근본적인 문제가 획일성을 강조하는 기술과 경제개발의 압력에 있다면 우리는 라다크의 교훈을 통해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할 수 있을지 우리는 오래된 숙제에 당면해 있다. 전통은 결국 미래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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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15년 전쯤 마주한 적이 있다. 당시엔 서문에서부터 피로가 밀려올 정도로 지루했고 이런 내용들에 안주하며 공감하기엔 생각도 몸도 그저 분주하기만 하던 시절이어서 쉽게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소박하고 가난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를 알게 된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접한 ‘오래된 미래’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경기와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 신음하며 고통을 느끼거나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주변 친지나 친구가 없는지 살피는 그런 마음을 가지던 우리의 따뜻한 전통이 되살아나는 수의사 공동체, 우리나라가 되기를 소원하며 글을 마친다.

김도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