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17]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오아시스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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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최근 개원한 ‘오아시스 동물병원’의 정혜련, 차재관 원장님 입니다.

각각 신경 분야(차재관)와 정형 분야(정혜련)에 관심이 있던 두 원장님은 약 8년 전 서로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함께 정형외과·신경외과 특화 동물병원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었다고 합니다.

8년 전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한 정혜련, 차재관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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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 인터뷰 공통질문이다. 어떻게 수의사가 됐나?

정혜련(이하 정) : 분자생물학 전공 이후 유전발생학 석사까지 한 뒤 원자력 병원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수의대 편입에 도전했다. 전북대 수의대 딱 한 곳만 편입 시험을 봤는데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합격해서 수의사가 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파충류, 새 등 다양한 동물을 많이 키워보면서 동물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기는 했다.

분자생물학, 유전발생학 공부를 한만큼, 전공을 접목시켜보고 싶기도 하고 수의학이 워낙 넓은 분야이기 때문에 지원했는데, 막상 수의대에 와서 수의사가 되어보니 수의사라는 직업이 갈수록 맘에 드는 것 같다.

차재관(이하 차) : 다른 분들도 다 얘기하는 것처럼 진부할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긴 했었다. 사실 과학자가 꿈이었기 때문에 수의대에 입학할 때는 임상보다는 연구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다. 생물도 좋았고 동물도 좋아서 수의대에 진학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수의대에 입학해서 공부하다보니 임상 쪽이 재미있었고, 동물 환자들을 다루면서 환자들이 점점 사랑스러워졌다. 그래서 임상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다.

 
Q.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동물병원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했던 생각이다. 한 명(정혜련)은 정형외과 박사학위가 있고, 다른 한 명(차재관)은 신경 쪽에 관심이 있다 보니 외과 대학원 시절 주로 신경 분야 진료를 담당했고 전공도 신경 분야로 했다(박사 수료). 8년 전에 서로 알게 됐는데, 그 때부터 함께 이런 병원을 해보자고 얘기를 나눴다. 둘 다 전북대 수의대 외과 대학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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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동물병원 수치료실 모습. 트레드밀과 수영장이 갖춰져 있는데,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사용 목적이 달라진다.

Q. 각각 정형, 신경 분야에 관심이 있고 함께 이런 병원을 해보자고 얘기했어도 실제로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외과 대학원 출신이고 이전에 있던 병원에서 다양한 정형, 신경 케이스를 접해봤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전북대 정형외과 과장 인스트럭터, AOVET 인스트럭터 등으로 활동해왔으며, 아이오아 주립대학교 External skeletal fixation 과정, Kyon zurich cementless THR 과정 등 해외에서 다양한 과정을 이수하는 등 꾸준히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특화 병원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상태다. 

 
Q. 오아시스라는 병원 이름이 특이하다. 특별한 뜻이 있나?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름 약자를 가지고 있다. O-Orthopedic, A-Advanced, S-Surgery, I-Intensive Care, S-Service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서비스를 강조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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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실에서는 침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재활치료가 이뤄진다.

Q. 정원장님의 경우, 학부생 시절 미국 수의과대학에서 경험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들었는데.

본과 4학년 올라가기 전 겨울 방학 때 아이오아 주립대학교와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3개월 정도 익스턴쉽 경험을 했다. 직접 해당 학교 행정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가게 됐는데, 서류 준비에만 2달이 걸렸지만 무료로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이오아 주립대학교에서는 외과뿐만 아니라 내과, 미생물, 병리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병리학실에서 부검에도 직접 참여하고, 말 진료까지 따라다녔다. 4학년 로테이션을 짧게 경험한 것이다.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동물병원 수의테크니션이 대형견 입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었다.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조지아 대학에서는 모든 동물 환자가 3시간 간격으로 산책을 하는데, 새벽 3시, 6시 산책도 직접 시키면서 열심히 경험을 쌓았다. 해외에서 보고 배운 점을 병원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교과서와 실제 로컬 병원에서의 차이를 경험하고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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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셔니스트가 오래 모은 책들을 배치한 대기실, 각 진료실마다 진료 전후 손을 씻을 수 있기 배치된 세면대, 수술준비실에서 환자를 안고 수술실로 뛰어 들어가지 않기 위해 마련된 높낮이가 조절되는 이동대, 안락함을 좋아하는 고양이와 고양이 보호자를 위한 대기실, 처치실에 마련된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등 병원 곳곳에 두 원장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반영되어 있었다.

Q. 현재 진료 시간과 주요 진료 분야는 어떻게 되나?

미용, 호텔, 분양, 용품 판매 등은 하지 않는다. 병원에 있는 용품이라면 재활용품 정도뿐이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이외에 진료도 보긴 하지만 지역 일선 병원과 차별화하고 비용차이를 둔다.

현재 원장 2명,인턴 수의사 2명 등의 수의사가 있으며 1명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그 외에 인력은 리셉션 2명, 테크니션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이고,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는 야간진료,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야간응급 진료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일반진료는 하지 않고 응급진료 및 환자관리를 하게 된다. 또한, 예약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간 당직은 원장 2명에서 하는 데, 이는 다른 직원들의 복지 차원도 있지만 응급 진료는 말 그대로 응급 상황인데 제대로 대처해야하기 때문이다. 야간 응급 진료는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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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동물병원은 연구를 많이 지향하는 병원이었다. 아무래도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병원이다 보니 모바일 CT, 3D 프린터 등의 장비를 갖추고 다양한 연구와 치료를 시도할 예정이다.

Q. 점심시간, 저녁시간 1시간씩을 마련한 것이 특이한데?

일하던 병원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다보니 몸이 많이 망가지더라. 삶의 질이 너무 낮고 뭔가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폐해 같았다. 그래서 우리 병원만큼은 직원들에게 일할 맛 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점심시간, 저녁시간 1시간 씩을 보장하고 식사 후 남는 시간은 휴식 공간 등에서 영화를 봐도 무방하다. 또한 모든 직원이 주 5일 근무에 야간당직을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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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동물병원은 기본을 지키는 병원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오는 병원 내 의료진 손 씻기 지침까지 마련해서 직원 교육까지 시킬 정도다.

Q.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있다면?

정 : 병원 규모 등에 대한 계획보다는 그저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싶은 병원 만들고 싶다. 직원에게 나오는 행동이 진심이어야지 그게 보호자들에게까지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보호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병원이 모토인데, 그 기반에는 정직이 필요하다. 수술방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 단가가 비싸더라도 일회용은 절대 재사용하지 않는 것 등을 통해 비싸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

차 : 사실 병원의 효율이나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규모에 이런 이름을 걸고 병원을 하기 어렵다.

사실 우리의 롤모델이 영국 Supervet 시리즈의 실제 병원이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 분야에서 진단부터 수술, 술후관리까지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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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17]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오아시스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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