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우진 제주대 교수 ‘까다로운 개 위장관 질환, 식이관리가 중요하다’

로얄캐닌 GI 심포지엄에서 만성장병증 조명..영양학에 대한 수의학계 관심 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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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코리아는 지난달 전국을 돌며 반려동물의 만성 소화기질환을 조명하는 ‘GI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구토·설사 등 소화기 증상은 동물병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원인도 다양하고 진단과정도 복잡해 수의사들을 어렵게 하는데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만성장병증(Chronic Enteropathy)을 장기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식이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대구, 부산, 서울로 이어진 심포지엄에 모두 연자로 나서 만성장병증 진단·관리의 최신 지견을 소개한 제주대 송우진 교수(사진)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로얄캐닌 GI 심포지엄에서 강의하는 송우진 교수

Q. 만성장병증은 어떤 질병인가요

‘장병증’은 장내 염증이나 손상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설사, 구토,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단기간 치료를 통해 호전이 되는 급성장병증부터, 세균·기생충·바이러스로부터 오는 감염, 직접적으로 소화기와 관련이 없는 장기 질환, 종양과 폴립 등 종괴로 인해 장이 막히는 형태 등 다양하죠.

이런 원인들이 뚜렷하지 않는데도 소화기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장병증’으로 분류하는데요, 급성장병증과 달리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성장병증은 ▲특정 음식에 대해 반응하는 ‘식이 반응성 장병증(FRE)’ ▲세균의 과증식이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항생제 반응성 장병증(ARE)’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하는 ‘스테로이드 반응성 장병증(SRE)’ ▲면역 체계의 반응을 억제하여 염증을 줄일 수 있는 ‘면역억제제 반응성 장병증(IRE) ▲모든 치료 방법에 반응하지 않는 ‘비반응성 장병증(NRE)’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뉩니다.

최근에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깨지는 불균형(dysbiosis)이 장내 환경의 비정상적 상태를 나타내는 초기 표지로 간주되고 있어서, 환자의 병력 및 임상 증상과 함께 평가될 필요도 있습니다.

 

Q. 진단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철저한 문진과 신체검사부터 시작합니다. 최근 환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부터 식이 정보와 병력, 임상 징후와 그 기간, 구충제 투약 여부 등을 꼭 파악합니다. 신체검사를 통해 개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특이 사항을 먼저 확인하죠.

만성장병증인지 여부를 구분하려면 소화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비소화기 질환의 가능성을 평가해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혈구검사와 혈액화학검사, 소변검사, PLI 검사, T4 검사 등을 통해 타 질환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감염성 소화기 질환인지도 체크합니다. 분변검사를 하거나 항생제 등으로 증상 호전 여부를 관찰하는 치료적 시도도 해볼 수 있고요, 감염성 질환이라면 그에 맞는 항생제나 구충제 등을 사용해 치료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도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GI 패널이나 영상 검사, 생검과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이번 GI 심포지엄에서는 식이관리의 중요성에 주목했는데

위장관 문제인만큼 영양학적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약물 사용에 앞서 식이관리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개에서 만성장병증의 50~65%를 차지하는 식이 반응성 장병증(FRE)나 만성 구토의 흔한 원인인 염증장병(IBD), 장벽을 통해 단백질을 잃는 단백질소실장병증(PLE) 등은 식이 조절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경증일 경우에는 식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식이 관리를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음식에 대한 반응성을 확인하여 알러지나 불내성이 있는 성분을 제외한 식이를 활용하거나, 가수분해 단백질로 항원성을 낮춘 식이를 급여할 수 있겠죠.

또한 소화율이 높고 섬유소가 풍부한 사료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 특발성 대장염으로 설사 증상이 있다면 차전자피 식이섬유가 함유된 사료가 분변 지수를 개선하고 배변 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단백질소실장병증의 치료도 식이 조절에서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림프관확장증에는 저지방 식이가 권장되는데요, 만성 염증성 장병증에는 새로운 단백질(novel protein)이나 가수분해 단백질을 사용한 식이가 추천됩니다.

이러한 식이 처방에도 호전이 없다면 저지방+가수분해 식이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변경된 식이로 증상이 개선된다면 평생 급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이번 심포지엄과 좌담회에서 모두 만성장병증은 완치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 지목됐습니다. 보호자와 협력해 장기전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성장병증은 환자 못지않게 보호자의 삶의 질도 떨어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보호자가 처방사료나 처방한 레시피만 따라 먹이신다면 좋겠지만, 종종 다른 음식을 한 번씩 시도해보는 경우를 흔히 만나게 되죠.

그래서 증상이 다시 나빠지기라도 하면 수의사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기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다른 음식도 먹고 싶어하는 환자를 보는 보호자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보호자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것이 보호자가 수의사를 한 팀으로 인식하며 순응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만성장병증이나 단백질소실장병증 환자에서 스테로이드나 다른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하더라도 증상이 개선된 후에는 단약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므로 적극적인 영양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좌담회에서는 수의대생 및 수의사에 대한 영양학 교육의 중요성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수의과대학에 있으면서 느끼는 바가 더 있을 것 같은데요

만성장병증과 같은 질환을 관리하는데 식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곧 영양학에 대한 수의사들의 더 많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의영양학은 수의내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동물 질병을 충분히 이해하는 수의사가 영양학까지 전공해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없습니다. 사람의 영양학과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극 참고해 공부하는 것도 어렵죠.

장기적으로는 수의영양학 전공자가 대학에 있으면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에 필요한 규제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여러 경로로 접할 수 있는 국내외 수의영양학 전문가의 강의나 논문 등을 바탕으로 공부하는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국수의영양학회도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우진 제주대 교수 ‘까다로운 개 위장관 질환, 식이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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