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병원생활] 그 1인 원장의 이야기, 최정훈 금나래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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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의 다양한 활동과 삶을 조명하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9기가 “아무튼, 수의사생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프로젝트는 [학교생활, 병원생활, 회사생활, 사회생활]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하고 한 명의 수의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겪는 중요한 이벤트와 활동을 소개합니다.

*   *   *   *

졸업 후 1년차 수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대일,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번 실수하고 능숙하지 못한 자신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능력 있는 수의사가 되어있을 자신을 상상한다.

수의사로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개원을 하게 될 텐데 문득 자신에게 맞는 개원의 형태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본다. 단독 원장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천할 수 있는 1인 동물병원부터 큰 투자 규모로 다른 의료진들과 동업하는 대형 동물병원까지…!

생각하는 규모에 따라 여러 요소가 변화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할 문제이다. 아직은 너무나도 먼 미래지만 자신만의 병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그 중 1인 동물병원은 동물병원의 형태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형화, 분업화 추세로 중·대형 동물병원이 즐비한 상황에서 앞으로 1인 동물병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1인 동물병원은 이런 현황을 체감하고 있을까? 1인 동물병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실제로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서울에서 ‘금나래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는 최정훈 원장(사진)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현재 대형화, 분업화 추세인 동물병원 시장에서 1인 동물병원이 갖추어야 할 경쟁력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으로서의 삶과 철학 등 1인 동물병원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수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개원한 지 15년째이고 그전에 수의사로서 여기저기서 일한 것을 합치면 20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Q. 많은 동물병원의 형태 중 1인 동물병원 개원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젊은 시절 규모 있는 병원도 운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일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여러 명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제법 어려움이 있었죠. 많은 스탭들 사이에서 나의 존재를 신경 쓰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음악 밴드라할까요, 하나로 어우러지기 위해선 단체로 움직이고 결정해야 하니 그 속에서 자신은 좀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실천할 수 있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1인 동물병원이 저에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위기가 좀 더 가족적이고 직원분들과 더 친밀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도 있고요.

 

Q. 개원에 대한 확신을 언제 가지게 되었나요?

인근 병원에서 일할 때 스스로 케이스를 해결하고 제법 수술도 해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때 보호자분들께서 저를 많이 성장하게 해주셨습니다. 젊은 수의사가 이렇게 하자고 했을 때 부족해도 이해해 주시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더 절치부심하여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진료를 이끌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1인 동물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Q. 현재 개원 분위기가 대형화, 분업화 추세이고 중·대형 동물병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황을 1인 동물병원 운영하시면서 체감하시나요?

체감하고 있습니다. 사람에서도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심각해 동네 의원이 유명무실하다고 자주 기사화됐던 것 같은데 그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1인 동물병원의 업무는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경찰관처럼 주치의 개념으로서 진료에 대한 가이드를 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증상으로 내원했을 때 여기서 이런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해드리고, 상태가 중한 경우엔 서둘러서 24시간 케어가 가능한 대형병원으로 보내고, CT∙MRI 등 상위 검사가 필요한 경우 가능한 병원으로 의뢰하는 등 가이드를 하는 것이죠.

저 혼자 할 수 없는 진료는 더 우수한 곳으로 보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동물병원의 대형화 분위기에 따라 사람병원의 예와 같이 가이드를 해주는 저의 업무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를 건너뛰고 가시는 거죠.

 

Q. 동물병원 시장의 대형화, 분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진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전공과목에 대한 교육 또한 늘 열려 있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병원이 사업성을 띄어,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형병원의 상권이 1인 병원과 100% 겹치지는 않습니다. 대형이 하지 못하는 과목과 수익 전략을 짠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중대형 동물병원과 비교하여 1인 동물병원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백종원식 식당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그의 80% 수준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면서 지역 어디에나 존재해 접근성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 좋은 프랜차이즈 식당처럼요.

특히 경제적 이유로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부담일 수 있는 분들에게는 1인 동물병원이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대로 동네 가까이에서 보호자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역할을 해주는 거죠.

특히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에 대해서 주치의 개념으로 관리가 필요할 때 1인 병원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Q. 더불어 1인 동물병원이 발전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로 동물병원 방문의 문턱을 낮추어 부담 없이 발길을 옮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리고, 반려동물과 생활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작고 큰 고민들에 대해 들어주고 상담해 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찾게 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보호자가 알 수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방향성을 잃고 걱정할 때가 옵니다. 장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제일 가까이에서 초기에 보호자의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다면, 동물병원을 ‘쉽고 빠르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병원을 마치 산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는 공간처럼 인식할 수 있도록 동물병원의 문턱을 낮추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호르몬 질환, 심장 질환과 같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의 경우 오히려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일 약을 먹여야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질환들을 불편함 없이 관리해줄 수 있는 병원이 된다면 작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의 경우 초기 진단을 거리가 먼 대형 병원에서 받았다 하더라도 가까이에서 심장 모니터링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보호자는 더 쉽고 편리하게 심장관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굳이 멀리 예약해서 가는 대형병원을 덜 주기적으로 이용하셔도 되니 비용면과 시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강할 때부터 내원하게 하여 평소에 건강을 관리해주는 지역 병원임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병원으로 내원해야 할 정도의 중한 상태가 되기 전에, 더 나쁜 상황으로 가기 전에 미리 건강을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피부 질환의 경우 관리방법을 여러 번 상담하면서 크게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병원이 되면 좋겠네요. 눈의 질환에서도 응급한 질환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어 준다면 앞서 말한 형태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1인 원장으로서 의료 전체를 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꼭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는 할 수 있는 진료는 더 노력하고, 더 규모 있는 곳에서 적합한 진료과목은 무리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합니다.

 

Q. 중·대형 동물병원과 1인 동물병원이 맡는 진료의 범위가 다르고 역할 분담이 잘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인 동물병원의 진료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작은 병원에서 건강관리 및 조기 진단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단계와 시기가 있습니다.

그때까지의 진료 범위라면 아직 24시간 관리가 필요 없을 때까지의 진료라고 볼 수 있겠죠. 1인 병원의 근무시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24시 대형병원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마이너한 수술인 경우 술 후 지속적인 입원이 필요하지 않는다면 로컬병원에서 받으실 수 있는 것이죠.

사실, 뚜렷한 진료범위를 누가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저절로 보이지 않는 조절기능에 의해 1인 병원의 손님이 정해지고 진료 수준과 범위를 설정되고 있죠.

그걸 변화시키기 위해 규모를 늘리기도 하고 집중진료 과목을 만들어 준비하기도 하면서 병원의 형태를 바꾸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Q. 1인 동물병원이 아닌 다른 형태의 병원을 개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8-9년 전에 중·대형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제의도 들어왔지만 그 당시 저와 함께 일하는 훌룡한 직원분들과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손님들을 두고 가기가 싫어 고사했습니다.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이 컸습니다.

제 주변에 인품과 실력이 정말 뛰어나신 훌륭하신 치과 원장님이 계십니다. 병원이 잘 되면 더 번화가로 나가고 기술과 장비에 투자해 그만큼 더 큰 무대로 나가는게 일반적 생각인데, 올해 37년째 한자리에서 여전히 1인 치과의원을 운영하십니다.

그곳의 손님들이 3대째 이어서 다니고 계신 것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고, 손녀가 엄마가 되고… 충분히 병원을 확장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신 분이셨는데도 불구하고 한자리에서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의 손님을 끝까지 돌보고 계시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처럼 그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한자리에서 머무르면서 저를 믿어주는 직원분들과 보호자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Q. 원장님이 쓰신 기고문에서는 일본의 로컬동물병원에 대해 소개하며 ‘사람 냄새 나는 동물병원’, ‘동물병원의 문턱 낮추기’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2년 전에 일본의 로컬동물병원의 변화된 모습을 찾아서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1인 동물병원은 사소한 상담 위주로 큰 병원이 할 수 없는 섬세한 영역에 신경 쓰고, 친절하고 따뜻한 병원인 점을 부각하여 단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협소하고 뛰어난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더라도 보호자와 같이 고민하고 상담해주며 나는 이 지역 사회와 함께 한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장의 인간미, 캐릭터가 매우 부각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병원 문턱을 낮추어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로 인간미가 있는 곳이라면 동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들이 같이 따스하게 소통하는 곳이 될 수 있겠다고 꿈을 꾸었던 것입니다.

저도 이처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손님들과 가까워지는 상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기실을 넓히고 내원해서 직원분들과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죠. 코로나 상황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요.

 

Q.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면서 겪는 고충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1인 원장이 의료적인 책임을 혼자 맡아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시간적 여유를 내기 어렵네요.

원장이 빠지면 전체매출이 나오지 않는 구조이기에 쉬기가 어려워요. 일과 휴식의 균형이 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예약 위주로 운영한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병원은 작아도 세무부터 약품 주문, 구청 신고 등 여러 가지 사무적인 일은 큰 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잘한 업무가 모여 양이 제법 됩니다.

또한 혼자서 운영하다보니 매출의 극대화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장기 계획을 가지고 건강하고 재밌게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린다는 생각을 미리 가지면 덜 조급해질 것 같아요.

 

Q.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다 중요합니다(웃음). 아직 학생이시라 ‘뭐 한가지도 부족한 게 있다면 개업하지 말란 말인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전부 조금씩 잘해야 개업에 유리해요.

‘나는 한가지만 잘한다’ 이런 경우 운영 시 실패의 경험치를 실전으로 겪으면서 익혀야 하니 시행착오가 많고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을 굳이 하나 뽑자면 자리를 지키는 꾸준함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결국 사람인지라 매일 매일 힘차게 일할 수 없고, 하루는 활기차게 하루는 힘들게 보내기도 하지만 그 하루가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는 꾸준함으로 운영한다면 언젠가는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대다수가 인정하지 않아도 어때요. 좋은 고객들 몇몇에 그친다고 한들 어떻습니까. 가랑비에 옷 젖듯이 꾸준함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와서 생각이 듭니다만… 마지막 단추는 ‘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Q. 동물병원에게 필요한 인격이라면?

인성이 드러나는 행동과 거짓말, 변절에 사라지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적당히 운영하고 사람들과 자주 얼굴 볼 일 없는 일을 하는 경우, 자신의 인격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컬동물병원으로서, 특히 좁은 지역사회로 녹아 들어가기를 원할 때는 자신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무심코 응대하는 표현, 행동은 단순한 실수로 묻히지 않습니다.

1인 병원은 대형병원과 다르게 고객을 자주 마주하게 되고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를 어떠한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대화를 통해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실력이 중요한 시기를 지나면 결국 인격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려, 공감의식과 같은 바른 인성을 지녀야 하는데 임상을 하다 보면 사람이 닳는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건조해지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저도 아직 부족하여 저희 직원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인격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마음속 불만은 얼굴로 표현되고 말로 나타납니다. 결국에는 본인이 힘들어집니다.

보호자 분들도 이중적인 모습 없이 겸손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베풀려 하는 병원에 가고 싶어합니다. 학생이시라면 봉사활동, 동물과 관련된 다큐나 책과 같이 다른 대상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나래 동물병원 대기실 모습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보호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동물병원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대기실을 넓혔다.

Q.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본인만의 철학, 노력이 있을까요?

아, 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동물병원을 통해 복지사업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자선단체에 나가거나 기부금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른 의미로 말이죠.

예전에 제가 복지관에서 약 2년 정도 일하면서 느낀 복지란 무조건적인 재정지원이 아닌 일자리 창출임을 깨달았어요. 무직자가 저희 병원에서 일하고 받은 첫 월급으로 어머니께 목걸이를 사드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원 규모에 비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인원에서 항상 1명을 더 충원하여 운영해왔습니다. 그 직원의 일자리가 바로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1명이 추가로 더 근무하니 직원들의 업무 분담과 휴가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그러다보니 오래 근무하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원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높은 급여가 전부는 아니었어요. 15년 전부터 근무하여 7년 동안 근무하시고 결혼으로 그만두신 분도 계시고 현재 직원분들은 이제 근무연수가 6년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웬만한 손님과는 이웃같이 지내십니다. 직원들이 오래 근무하니 손님들이 더 좋아하시고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무래도 고용비가 더 들기 때문에 경영상 좋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제가 복지를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뭘 찾고 뒤지고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1인 병원이라서 그게 매우 자유로운 편입니다. 현재 병원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는 있는데 국내에는 없는 제품이나, 보호자 분들이 이걸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은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의 숨은 노력이 하나 있는데요. 제가 개발해 판매하는 제품은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동물병원에서만 판매 가능하게 납품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성능도 좋지만 가격 면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 보다 더 비싸지 않게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앞으로 출시할 제품들도 대부분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좋은 제품을 보호자분들께 당당히 드릴 수 있어서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국내에는 없는 제품이나, 보호자 분들이 이걸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은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제품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만든 제품이 몇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고양이 구내염과 구취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구강유산균인 ‘냥이튼튼’입니다.

최근 인의에서 유산균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되어 수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수의학에서도 구강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유산균을 보조제로 급여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많은 동물병원이 동물용 구강 유익균을 판매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제품을 수입해 시험해보면서 한국 실정에 맞고 기능도 뛰어난 균을 찾아 제품화했습니다.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뉴질랜드, 일본의 회사와 컨택하며 제품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노력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이 제품에 이어서 gut-brain axis 이론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인지장애에 도움 줄 수 있는 유산균 ‘실버튼튼’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아토피피부염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과 피부 보습크림인 ‘인사이드 튼튼 유산균’ & ‘아웃사이드 크림’ 제품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이론인 inside-out와 outside-inside 가설을 양방향으로 고려하여 유산균과 세라마이드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게 한 제품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쉽지만, 어렵게 국산화하여 국내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제품들을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크게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사면 항상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최대한 마진율을 낮추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개인적인 보람과 저와 같은 입장의 1인 동물병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동물병원이나 원장님 개인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세상은 늘 4-5년 주기로 심하게 변하고 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변화에 적응해야 가족도 부양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성공의 길을 갈 수 있겠지만 그 흐름 속에서 저만의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 중이고 저 스스로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굳이 큰 병원에서 큰 비용 없이도 심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심장 초음파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심장 초음파 기기를 구매하여 실제 진료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보호자 분들과 동물병원 원장님들께 도움 드릴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청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의학 강연을 나가며 지역사회와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러한 시도가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이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선택한다 해도 투박하게 계산된 낭만적인 도전을 시도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1인 동물병원 개원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현재 동물병원 시장에서 노력한 만큼 쉽게 실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그저 생존이 목표일 수 있습니다.

우선 본인이 1인으로 성장할지, 대형의 팀원으로 일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1인 동물병원을 개원하게 하는 경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선진화된 대형동물병원이 주도하는 커리큘럼에 맞출 수만 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인 동물병원으로 내원하는 고객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한사람 한사람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의 1인 병원 생존 전략은 한낱 낭만적인 꿈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수없이 생기는 초대형 동물메디컬센터들 사이에서 도망가지 않고 훌룡한 직원들과 저를 믿어온 충성고객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더 가까워지고 좋은 직원들과 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원장님들은 1인 병원을 운영하시고 계실 겁니다. 다들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느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1인 동물병원 성공 비법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버티고 계속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주시고 제 이야기가 1인 동물병원 개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원장님들께 힘과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   *   *

제가 인터뷰를 하며 바라본 원장님은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상대로 꾸준히 실험하고 도전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몇 년 뒤 자신의 실험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그때는 또 어떤 실험을 하고 있을지 보러 오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때 이 기사에 대한 후속 인터뷰를 해봐도 좋겠다는 지나쳐도 될 말에도 당연히 할 의향이 있다며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몇 년 뒤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뵐 원장님이 기대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정훈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장하연 기자 82233@naver.com

[아무튼, 병원생활] 그 1인 원장의 이야기, 최정훈 금나래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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