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물 거점동물병원, 방역사업 아닌 번식진료 기반 정기방문이 중심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컨퍼런스서 도입 논의 경과 공유..농장동물 진료 생태계 회복 겨냥
거점동물병원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8년 시범사업을 목표로 2027년 정책과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 연말까지 보다 구체적인 설계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11월 4일(수)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소임상수의사회 2026년도 컨퍼런스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 박성대 사무관이 구상 중인 내용을 전했다. “한 달여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의사 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하면서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여러 수의사들이 발표 후에 따로 의견을 전달하며 높아진 관심을 드러냈다.

거점동물병원, 연말까지 설계안 구체화
정기 진료 수요 확보하며 워라밸 높이는 젊은 수의사 유인책으로
박성대 사무관은 농장동물 진료인력의 노령화 문제를 지목했다. 10년 후면 현재 농장동물 수의사의 2/3가 60세 이상이 되는 반면 농장동물로 진로를 잡는 졸업생은 대학별로 1~2명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사람이 부족해진다고 해서 기존 인력이 커버하는 농장 진료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도 없다. 농장동물 진료는 왕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돼지나 가금에 비해서는 그나마 가까운 지역을 다니는 대동물도 하루 7~8곳을 넘기기 어렵다.
기존 농장동물 수의사의 이탈을 막고, 젊은 수의사들의 지원을 늘리려면 진료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박 사무관은 “진료 공백은 농장의 수요 소멸과 방역 약화로 이어진다”며 “지금이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거점동물병원’을 제안했다. 농가로부터 정기적인 진료 수요를 확보하면서, 수의사의 워라밸은 높이고, 더 많은 젊은 수의사들이 농장동물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틀로서다.
현재 구상 중인 거점동물병원은 3~5인의 수의사가 인프라를 공유하면서 진료를 중심으로 정밀진단·교육·방역 활동을 병행하는 플랫폼이다.
규모를 바탕으로 진단검사 인프라를 확보하고, 지역 농장의 응급·주말 진료 대응 능력을 갖추면서, 단순 도제식 수련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으로 젊은 수의사를 양성할 여력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방역사업을 우선 부여하는 방식과는 선을 그었다. 박 사무관은 “방역사업에 의존한 병원은 그 사업이 사라지면 위태로워진다”며 “농장동물병원의 지속가능성과 진료 생태계 회복을 목표로 하는 만큼 거점동물병원은 진료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렇게 자리잡은 거점에 방역상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기진료에 기반한 농가와의 접점 형성이 거점동물병원의 과제이자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에 논의됐던 ‘농장전담수의사 제도’는 생산자 측으로부터 특정 수의사에게 구속받는다거나 농장의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는데, 거점동물병원이 단계적으로 정착한다면 실질적인 정기진료 기반을 마련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점동물병원이 정기진료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도 나왔다.
당진에서 소를 진료하는 백영철 원장은 “거점동물병원이 실질적으로 정착하려면 농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진료가 중요하다”면서 “그간 젖소와 달리 한우에서 정기진료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번식진료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우에서 불법적인 번식진료를 차단할 수 있는 형태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제역을 비롯한 각종 백신접종 정책의 실행도 정기진료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괄접종을 실시하다 보니 유량감소나 유·사산 등 부작용을 우려한 농장이 백신을 기피하게 되는데, 수의사가 정기진료의 일환으로 수시로 접종하면 개체별로 백신 부작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대 사무관도 거점동물병원과 연계된 지원책을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농장에 대한 정기방문이 번식진료에 기반한다는 데 공감한다. 해당 부분이 거점동물병원 도입을 위해 고민하는 중요 지점”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