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편입생 100명 시대가 온다’ 전적대 학점 평가 방식 개선해야

‘GPA 만점 만들기’ 학점은행제 강제화 지적..GPA 반영 비중 낮추고 전공 필기·면접 강화 움직임


4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새 학기가 시작됐다. 예과 1학년과 예과 2학년이 동시에 본과에 진학한 충북대학교를 포함해 전국 수의과대학에서 올해도 새로운 본과 1학년이 탄생했다. 이 가운데 편입학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은 총 9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편입학 정원은 일반적으로 이전 학년도 예과 2학년 학생 수와 긴밀히 연관된다. 예과 재학생 중 휴학이나 자퇴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그만큼 편입학 정원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편입학 정원이 크게 늘어난 배경 역시 수의예과 24학번에서 발생한 결원 규모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올해 편입학을 통해 입학한 10개 수의과대학 편입생을 대상으로 2026학년도 편입학 전형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총 54명이 응답했으며, 10개 모든 수의과대학 편입생의 응답이 포함됐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57%가 학점은행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는 편입 전형에서 반영 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확대된 편입학 정원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실제 입시 과정은 여전히 치열하다.

건국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의과대학에서는 일반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편입 시험이 시행된다. 따라서 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기본적으로 생물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필기시험과 면접은 2차 전형 이후에 배치되어 있다. 즉,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1차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의과대학의 편입 1차 전형의 주요 평가 요소는 공인영어 성적과 전적대학교 성적(GPA)이다. 건국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적대학교 성적과 공인영어 성적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구되는 점수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 입학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합격자의 평균 토익 점수는 모두 980점 이상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1차 전형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의과대학별 편입학 전형 비중

1차 전형에서 전적대 성적이 반영되는 경북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의 경우 학점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입학 전형의 공정성을 위해 출신 대학은 블라인드 처리되지만, GPA 자체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수험생들은 높은 학점을 확보하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됐다. 응답자 54명 중 31명(57%)이 편입 준비 과정에서 학점은행제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특히 1차 전형에서 전적대 성적이 전형에 반영되는 대학 응답자(경북, 전북, 전남, 제주)만 보면 학점은행제 이용 비율은 73%로 더욱 높게 나타났다. 학점은행제를 이용한 응답자들의 평균 GPA는 99.3점으로 나타났다.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의 평균 GPA(95.8점)보다 약 3.5점 높은 수준이었다.

학점은행제를 이용한 응답자들의 GPA는 평균 5.2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전적대 GPA는 평균 94.1점이었지만, 학점은행제로 확보한 GPA는 평균 99.3점에 달했다. 일부 응답자의 경우 최대 10점까지 GPA가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학점은행제로 사실상 만점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며, 수의대 편입학 경쟁에서 학점은행제가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학점은행제를 활용한 응답자들의 전적대 GPA가 평균 94.1점으로 결코 낮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4점(A학점)대의 높은 학점을 받았어도, 만점이 수두룩한 학점은행제와 경쟁하려면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편입생 A 씨는 “25학년도 편입에서 토익 990, 전적대 학점 98 후반으로도 1차 탈락했다. 이후 26학년도 편입을 위해 학점은행제 타전공으로 GPA 100점을 만들었다”며 “학점은행제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분노했지만, 결국 저도 저의 1지망을 위해 분노하면서도 학점은행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익도 사실상 만점이 강제되고 있지만, 학점은행제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영어 역량은 그래도 수의대 공부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명분이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대부분 수의학과 연관이 없는 전공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학점은행제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31명 중 29명(94%)이 경영학 학사 과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응답자들 역시 수의학과 관련이 적은 무역학과 컴퓨터공학 학위를 취득했다.

수의학과 연관된 전공보다는 학점을 보다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전공을 택한 것이다.

편입생들은 1차에서 전적대 성적을 보는 수의대를 공략하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활용하고 있다.
만점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학점은행제에 대한 인식 역시 설문에서 확인됐다.

“현재 수의대 편입 구조상 학점은행제가 사실상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9%가 ‘그렇다(4~5점)’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1~2점)’는 응답은 35%였으며, 나머지는 중립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학점은행제가 단순히 선택 가능한 경로를 넘어 편입 준비 과정에서 하나의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적대 성적을 전형에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경우 높은 GPA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일부 수험생들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보완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학점은행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편입 준비 과정 자체가 ‘학점 관리 전략’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 편입 커뮤니티 등에서는 GPA 확보를 위해 학점은행제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응답자들은 학점은행제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인식했다. 반면 GPA 100점 확보를 위해 사실상 강제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1차 서류 합격만을 위해 수의학과 관련도 없는 공부에 수개월씩 매달리고, 그렇게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이 학점은행제를 더욱 강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대 편입에서 학점 취득 방식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5점 척도에서 4.3점의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편입학 제도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수의학의 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다 뒤늦게 수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점은행제의 의의도 여기에 있다.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평생교육 제도로서,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국민들이 사정에 맞추어 대학 밖에서도 다양한 학습을 통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학점은행제는 뒤늦게 수의학의 길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 과거의 미흡했던 성적을 보완하거나, 전적대 전공과 무관하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0%가 편입 전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편입생 B 씨는 “전적대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열심히 준비해 GPA 99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인터넷 강의 형태로 상대적으로 쉽게 취득한 학점은행제 학점으로 GPA 100을 만든 지원자들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기존 학교에서 더 노력해 얻은 학점이 불리해지는 구조는 기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편입생 C 씨는 “토익은 영어를 평가한다는 명분이라도 있는데, 경영학 학점은행제로 (수의대에 입학할) 학생의 무엇을 볼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원서비가 비싸지더라도 경상국립대나 전남대처럼 1차 단계부터 수의학개론 및 생물 필기시험을 도입해 지원자들의 실력을 정면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입생 D 씨는 “수의학과에 편입하려면 뜬금없는 타전공 학점은행제부터 붙들고 있어야 한다. 수의학과 관련 없는 공부에 시간, 돈, 체력을 다 낭비한다”며 “일정 학점·토익 점수 이상이면 통과시킨 후 필기고사에서 확실히 합격자를 가려내는 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대학들은 편입학 전형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이번 입시에서 전공 적합성 평가 요소를 도입했다. 2차 전형에서 전적대 성적이 반영되지만, 학점은행제 활용 등에 따른 학점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남대 역시 올해 전형에서 변화를 보였다. 1차 전형에서 학점 반영 비율을 50%에서 25%로 낮추고, 면접 이전에 필기시험을 도입하면서 1차 합격 배수를 3배수에서 12배수로 확대했다. 보다 많은 지원자에게 2차·3차 전형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충북대학교는 이번 편입학 전형에서 1차 전형에서 전적대 성적과 공인영어를 50:50의 비율로 반영하여 선발한 것에 비해 올해는 공인영어 성적 100%로 전형이 변화하였으며, GPA는 1차 전형 합격자의 동점자 선별의 기준으로 사용했다.

편입학 전형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선발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전적대 성적 평가 방식과 학점 취득 구조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이혜수 기자 studyid0811@gmail.com

‘수의대 편입생 100명 시대가 온다’ 전적대 학점 평가 방식 개선해야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