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데이터 공유·경제적 동기부여’ PRRS 근절하는 덴마크의 성공 방정식은
베링거인겔하임, Asian PRRSpective 2026’ 개최..덴마크 PRRS 감소 전략 눈길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이 3월 27일(금)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Asian PRRSpective 2026’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의 주요 돼지수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상황을 고려해 개최지를 제주에서 서울로 변경하고, 돼지농장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날 세미나의 문을 연 덴마크농업식품협의회 니콜라이 베버(Nicolai Rosager Weber) 박사는 덴마크의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박멸 프로그램의 경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SPF 시스템, 투명한 질병 정보 공유
2026년까지 출하돼지 75%, 모돈 85% PRRS 음성 목표
PRRS 양성이면 돈가 불이익 구조로 동기부여
정부 예산 없이 생산자 자조금만으로 운영
PRRS는 전세계적으로 돼지농장의 생산성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으로 꼽힌다. 베버 박사는 “PRRS가 발생하면 농장은 돈을 잃는다. 세계 어디를 봐도 비슷한 상황이다. PRRS 바이러스 사이에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고, 돈군을 돌아다닌다”고 지목했다.
덴마크와 한국을 가르는 차이는 투명한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덴마크는 농장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SPF(Specific Pathogen Free)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PRRS를 포함한 감염병 8종의 농장별 발생·혈청 예찰 결과를 매일 업데이트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양돈업계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농장들이 돼지를 거래할 때 비슷한 질병 상태인 농장을 선별할 수 있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베버 박사는 “덴마크에서 사육하는 모돈의 80%가 SPF 시스템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덴마크는 2022년부터 PRRS 감소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돼지의 건강과 동물복지를 개선하고, 농장 생산성을 높이며,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2026년까지의 목표는 수치로 구체화했다. 도축장에 출하되는 돼지의 PRRS 혈청 음성 비율을 25%에서 75%로, 모돈의 PRRS 혈청 음성 비율을 58%에서 85%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덴마크는 모돈 10마리 이상, 비육돈 1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장의 PRRS 혈청 예찰을 의무화했다. 자발적 참여에서 의무적 규제로 전환했다.
여기에 경제적인 동기를 더했다. PRRS 항원 양성이면 도축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농장에 불이익을 부여했다. 베버 박사는 “이 같은 구조가 농장들이 지역 단위 PRRS 근절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주요한 동기가 됐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원은 농장들이 출연하는 ‘Pig levy fund’에서 조달했다. 정부 예산은 일절 투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수립과 의무화, 재원까지 생산자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베버 박사는 이러한 농장의 ‘주인의식’이 PRRS 근절을 이끄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PRRS 단계 구분 기준 통일해 실시간 지도 만들었다
덴마크 전역으로 지역 단위 근절 프로그램 정착
한국도 투명성 개선 기반 마련 추진
실질적인 근절 활동은 지역별로 구성된 자문단과 수의사들이 이끌었다. 국가 단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원칙과 실시간 정보 공유에 집중했다.
베버 박사는 “현장의 수의사들이 같은 언어를 쓸 수 있도록 PRRS를 구분하는 기준부터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PRRS 항원·항체 모두 양성이면 1단계(빨강) ▲항체 양성이지만 항원 음성으로 바이러스 순환이 없으면 2단계(주황) ▲항원·항체 음성이 처음으로 포착되면 3단계(노랑) ▲6개월 후 반복 검사에서도 항원·항체 음성이 유지되면 4단계(녹색)로 구분했다.
이 같은 기준 하에 농장별·지역별로 PRRS 단계를 구분하고 돼지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추적·확인할 수 있는 PRRS 지도가 구축됐다.
베버 박사는 “거의 모든 농장의 PRRS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PRRS 감염 상태가 알려지지 않은 농장의 비율은 프로그램 시작 당시 53%에 달했지만, 현재는 2%까지 급감했다는 것이다.
2026년초 기준으로 모돈의 PRRS 혈청 음성 비율은 76%, 도축장 출하 돼지의 혈청 음성 비율은 72%까지 상승했다. 베버 박사는 “빠르진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프로그램 시작 당시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됐던 지역 단위 PRRS 근절 프로그램은 이제 덴마크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베버 박사는 “지역 단위 근절 프로그램은 우리가 개발한 모델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진 것”이라면서 “단지 우리는 실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농장이 PRRS 근절을 원하며, 솔직하게 보고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음성 비율이 높아진만큼 PRRS 양성 전환 시의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목하면서, 향후 PRRS 모니터링을 더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30년 안팎으로 덴마크 전역이 PRRS 음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기대했다.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PRRS가 만연해 있다는 인식만 있을 뿐 데이터가 부족하다. 3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니 이동제한 등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행정조치를 우려한 농장은 신고하지 않는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 상 지난해 국내에서 보고된 PRRS는 320건에 그친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부터 시도되고 있다. PRRS가 포함된 3종 가축전염병을 ‘상시 감시가 필요한 질병’으로 개편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발표한 ‘양돈질병 방역관리 강화대책’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PRRS 발생상황을 파악해 공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