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는 보호소, 플로리다 게인즈빌 HSNCF를 다녀와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서경원(2026년 2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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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주 게인즈빌. 플로리다 대학교와 수의과대학이 자리한 이 도시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철학을 품은 동물보호소가 있다. Humane Society of North Central Florida, 약자로 HSNCF다. 1970년대에 시작해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기관은 2018년 지역 내 세 단체가 통합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뜻밖이었다. 예전에 가르쳤던 학부생을 게인즈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그 학생이 바로 이 보호소에서 근무 중인 정진희 수의사였다. 2017년 정진희 수의사가 본과 3학년이었던 시절의 인연이, 태평양 건너 플로리다의 동물보호소 앞에서 다시 이어진 셈이었다. 반가운 재회가 자연스럽게 보호소 방문으로 이어졌다.

방문 전에는 ‘미국 보호소’라는 큰 그림만 상상했다. 그런데 직접 들어서는 순간, 예상과는 다른 장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공간의 크기, 먹이 관리의 방식, 자원봉사자들의 표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재정 구조까지.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 방문이었다.

(왼쪽부터) 보호소 정문 앞에서 정진희, 서경원

HSNCF의 미션은 간결하다. 플로리다 북중부 지역에서 건강하고 치료 가능한 반려동물의 불필요한 안락사를 근절한다.” 노킬(No Kill)을 선언한 보호소다.

운영 구조도 눈에 띈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 ASPCA나 HSUS 같은 전국 단체의 지원도 받지 않는다. 재정의 대부분은 지역 사회의 후원금, 자원봉사, 그리고 보호소 내 중고품 매장(Thrift Store) 수익으로 채워진다.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만들고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직접 들러 본 Thrift Store는 예상보다 훨씬 다채로웠다.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이고, 책·의류·그릇·인테리어 소품 등 일반 생활용품까지 폭넓게 판매하고 있었다. 흡사 동네 중고 가게를 방문한 느낌이었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물건들이 보호소 운영 재원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손때 묻은 물건이 한 동물의 밥이 되고 치료비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수익금이 보호소 운영 재원으로 활용되는 Thrift store

대표적인 연례 모금 행사인 WOOFSTOCK은 음악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야외 축제형 이벤트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코스튬 콘테스트, 지역 기업 부스, 공연과 먹거리가 어우러진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커뮤니티 이벤트에 가깝다.

행사 수익은 보호 동물의 치료비, 중성화 프로그램, 취약 계층 반려동물 의료 지원 등에 사용된다.

2025년에는 11월에 10번째 행사가 있었다는데, 그 땐 미처 이런 행사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갔던 것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이 보호소의 서비스 구성은 단순한 ‘수용’을 넘어선다. 저비용 중성화 수술 클리닉 (Operation PetSnip), 백신·웰니스 클리닉, 반려동물 먹이 지원 프로그램, 지역사회 고양이 TNR까지. 유기동물을 사후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구조다.

  

고양이, 가정집이 따로 없다

고양이 구역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보호소 맞나?”였다.

한 공간에 한두 마리. 케이지가 아니라 실제 가정집 크기의 방 하나를 고양이 한두 마리가 쓰고 있었다. 소파가 있고 창문이 있고 숨을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 캣타워는 물론이고, 스크래쳐, 충분한 수의 화장실까지. 스트레스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눈으로만 봐도 느껴졌다.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FeLV) 양성 고양이들에 대한 관리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증상이 없어도, 아프지 않아도 별도 공간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들도 똑같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선증(Ringworm) 감염 고양이들도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그 안에서도 중증과 경증으로 구역을 나눠 관리한다는 점이었다. 감염 정도에 따라 세심하게 단계를 구분하는 방식이, 동물 개체에 대한 의료적 관찰이 그만큼 촘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눈에 띄는 배려의 공간은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지 못하는 고양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성격상 합사가 어려운 개체에게는 독립된 공간이 따로 주어졌다. 질병이나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그 고양이의 성향 자체를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문제’로 분류하는 대신 ‘다름’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공간 하나하나에서 느껴졌다.

혼자 쓰기에는 어지간한 가정집 반려묘보다도 부유해 보이는 고양이 공간

개, 날씨까지 고려한 공간 설계

개 구역은 실내 공간이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구역 모두 한 마리가 쓰기에 넉넉한 크기였다. 견사는 앞면과 뒷면으로 중간에 통로를 통해 마치, 두 공간을 한 마리가 쓸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변을 한 후에 이리저리 겅중거리면서 뛰는 성격을 가진 녀석에겐 발이 짓무를 수 있다는 이유로 배변을 밟지 않도록 특별히 넓은 공간을 단독으로 배정한 경우도 있었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야외 산책 위주로 진행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에서 뛰어놀 수 있는 별도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 평소에 생각을 못 해봤다. 비 오는 날은 당연히 산책을 못한다고 여겼다. 그만큼 날씨까지 고려한 공간 설계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단 한 가지 안타까웠던 장면이 있었다. 입양을 기다리는 개들의 상당수가 핏불이 섞인 믹스 품종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기피되는 품종이 핏불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넓은 공간에서 잘 돌봄을 받고 있었지만, 그 눈빛들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시고르잡종(Sigorjabjong)’이 떠올랐다. 순혈 품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입양의 문턱이 높아지는 현실은, 나라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똥을 밟길 잘했나봐! 이렇게 넒은 방을 혼자 쓸 수 있다니!”

먹이 관리, 처방식이 개별 급여된다

각 동물이 가진 질병에 따라 처방식이 개별적으로 급여되고 있었다.

보호소라는 환경에서 개별 처방식 관리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수의사로서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이었다.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컨디션을 의료적으로 추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원봉사자, 10년째 매주 오는 사람들

시설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1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에만 6명 정도를 마주쳤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태도였다. 가볍게 시간을 때우러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마음을 다해 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10년째 이곳에 나오고 있다는 봉사자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수의테크니션이 되거나 수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의무적인 봉사 시간이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자원봉사의 계기는 저마다 달랐지만, 그 손들이 모여 보호소를 움직이고 있었다.

*   *   *   *

게인즈빌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정진희 수의사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수의사, 정진희 수의사와의 만남이었다. 미국 보호소 수의사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그리고 이 일의 무게는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Q.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 일반 임상이 아닌 보호소를 선택하셨잖아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그리고 그 결정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저도 처음부터 보호소 수의사로 일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때는 수술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이유로 보호소를 선택했어요. 보호소에서는 중성화를 비롯해 다양한 외과 경험을 빠르게 쌓을 수 있거든요.

돌이켜 보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스며든 것 같습니다. 보호소는 약간 응급실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케이스를 보다 보니 일차 병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케이스들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는 비교적 지루함을 빨리 느끼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보호소의 빠른 흐름과 다양한 케이스들이 저와 잘 맞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창의적인 치료를 시도해 볼 기회도 있습니다. 안락사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태로 들어온 동물을 두고 다른 수의사들과 여러 가능성을 고민해 보기도 합니다.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의미 있게 느껴지죠.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보호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동물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서로 지지하고 힘이 되어 줍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새끼 고양이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네요. 여름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이 들어오는데, 햄스터만 했던 작은 아이들이 자라 건강하게 입양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큰 행복입니다.

Q. 미국 수의사 면허는 어떤 과정을 거쳐 취득하셨나요?

저는 ECFVG를 통해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한국 수의사들이 미국 면허를 취득하려면 ECFVG 혹은 PAVE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두 과정이 각각 장단점이 있죠.

ECFVG는 경우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험 일정에 따라 오히려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면허를 취득하고도 귀국해야 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고요.

반면 PAVE는 수의대 임상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과정이라 이후 취업 비자 문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남편이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서 그 시기에 함께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리노이도 PAVE 프로그램 제공 대학 중 하나로 안내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 외국인 지원자를 받지 않는다는 답을 받아 해당 루트를 선택할 수 없었죠.

결국 ECFVG를 선택했고, 영어 시험·필기 시험·CPE(임상 술기 평가)를 통과한 뒤 북미수의사면허시험(NAVLE)에 응시했습니다. ECFVG 등록부터 면허 취득까지 약 3년 정도 걸렸네요.

저는 가족과 떨어져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준비할 수 있는 ECFVG가 저에게는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Q. 보호소에서 일주일에 며칠을 근무하시는지,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케이스가 가장 많이 들어오고, 수술 외에도 수의사로서 어떤 역할까지 담당하시나요?

저는 주4일 근무합니다. 하루에서 이틀은 수술실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보호소 동물 진료와 웰니스 클리닉 업무를 합니다.

수술의 약 90%는 중성화 수술입니다. 나머지 10%는 치과 치료, 종양 제거, 이물 제거, 안구 적출, 절단 수술 등으로 구성됩니다.

보호소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저비용 클리닉도 운영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일반 동물병원 이용이 어려운 보호자들을 위해 백신, 중성화 수술, 간단한 치료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동물들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유기동물 발생을 감소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이 없는 날의 일과는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요. 예약된 클리닉 환자들과 진료가 필요한 보호소 동물들을 차례로 봅니다. 점심 시간은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이고,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 대부분 그 시간에 잠시 쉬며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에는 주로 클리닉 진료를 합니다. 진료의 절반 이상은 외이염과 피부염 상담인데, 플로리다의 덥고 습한 기후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후 4시 30분쯤부터는 차트 업무나 밀렸던 이메일을 처리하고 5시 30분쯤 마무리합니다.

Q. 개가 보호소에 입소한 이후 입양까지 이어지는 전체 흐름이 궁금합니다. 건강검진, 격리 프로토콜, 백신, 중성화 수술 타이밍, 처방식 결정까지 의료팀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개입하나요?

보호소에 동물이 새로 들어오면 테크니션들이 기본 백신과 구충을 진행합니다. 동시에 강아지는 심장사상충, 고양이는 FeLV·FIV 검사를 합니다.

이후 수의사가 신체검사를 합니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중성화 수술 일정을 잡고요, 수술 후 회복하면 입양이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어린 동물의 경우 약 2개월령이 될 때까지 임시 보호 가정에서 성장한 뒤 수술을 진행합니다.

플로리다는 심장사상충 감염이 많은 지역입니다. 양성으로 확인된 개들은 미국심장사상충학회(AHS)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치료하고 관리합니다.

고양이가 FeLV 양성인 경우에는 전파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지냅니다. 오히려 FeLV 양성 고양이를 기꺼이 입양하려는 보호자들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그런 점이 참 인상적이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 혈액검사나 엑스레이를 추가로 진행합니다. 비만이거나 설사가 심한 경우 W/D나 I/D 같은 처방식을 먼저 제공하기도 하고, 이후 요로 질환이나 당뇨 같은 문제가 확인되면 치료와 함께 그에 맞는 처방식을 제공합니다.

Q. 보호소 수의사의 처우는 어떤가요? 일반 임상 수의사와 비교했을 때 급여 수준, 그리고 워크라이프 밸런스 측면에서 느끼는 차이가 있다면요?

보호소 수의사의 급여는 일반 임상 병원에 비해 보통 조금 낮은 편이고, 지역마다 편차도 큰 편입니다. 최근 올라온 보호소 수의사 채용 공고를 보면 신규 수의사는 약 10만~13만 달러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워크라이프 밸런스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해진 운영 시간 안에서 업무가 이루어지고, 야간 당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한된 자원 안에서 진료와 치료를 하고 안락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있어, 정서적으로는 다른 종류의 부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미국의 동물 보호소 시스템 자체가 낯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HSNCF를 예로 들어, 미국 동물보호소가 전반적으로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재정, 인력, 정부와의 관계, 민간 협력 등을 큰 그림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미국의 동물 보호소는 크게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보호소와 민간 비영리 보호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공 보호소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유기동물을 의무적으로 모두 받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저도 이전에 공공 보호소에서 약 1 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모든 유기 동물을 받아야 하는 특성상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이나 학대를 당해 들어오는 동물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광견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검사를 위해 머리를 실험실로 보내야 하는 절차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이 쉽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학대가 의심되는 사례의 경우 부검도 하고 법정에서 수의학적 소견을 증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민간 보호소는 수용 능력과 자원을 고려해서 동물을 받기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에 더 많은 자원을 들여 관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정부의 지원 없이 지역 사회의 기부나 후원, low-cost clinic과 중성화 수술 등의 수익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절반 이상의 보호소 동물들은 임시 보호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입양을 기다립니다. 이처럼 미국의 민간 보호소는 지역사회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Q. HSNCF는 ‘No Kill’을 표방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나요? 안락사와 관련한 의사결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나요?

No Kill이라는 개념은 흔히 안락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실제로는 ‘치료 가능한 동물의 안락사를 지양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보호소 자체에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모금을 통해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공격성 문제는 행동 교정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합니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수의사와 동물 관리팀·운영팀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치료가 어렵거나 공격성 문제로 공공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안락사를 고려합니다.

Q. 보호소 수의사로 일하면서 ‘이 일 잘했다’ 싶은 순간과, 반대로 가장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각각 언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개인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이 치료를 받고 좋은 가정에 입양되는 순간이 가장 보람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안락사 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돌봐 온 동물일수록 더 힘이 듭니다.

두 감정을 동시에 경험했던,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매우 마른 상태로 보호소에 들어온 케인 코르소 믹스였는데, 검사 결과 당뇨와 케톤산증이 함께 확인된 상태였습니다. 체중이 워낙 많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면서 체중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늘면 다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반복됐죠.

그래도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 보호소 직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아이였습니다. 인슐린 치료와 처방식에 따른 비용 및 관리 문제로 입양이 가능할지 모두가 걱정하던 중, 약 3~4개월이 지난 뒤 입양자가 나타났습니다. 보호소 직원들도 저도 모두 기쁜 마음으로 입양을 준비하며 관리 방법과 연락처 등을 자세히 안내해 아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체중이 다시 크게 감소한 상태로 보호소에 돌아왔습니다.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안락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입양 후 아이가 스트레스로 식욕이 떨어지면서 저혈당이 우려되어 인슐린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그 상태가 며칠간 이어졌지만 별도의 상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보호소 직원들 모두가 슬퍼했고, 조금만 더 빨리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아 있고요.

Q. 미국에서 보호소 수의사로 일하고 싶은 한국 수의사, 혹은 수의대생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현실적인 부분은 면허와 체류 신분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된다면, 보호소에서는 항상 수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소는 수의사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호소 수의사는 단순히 진료와 치료만 하는 역할을 넘어, 여러 사람들과 팀으로 동물을 돌보는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수의사 집단이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예방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성화 수술 확대나 저비용 진료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유기동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나 예방 관리를 받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보호소 수의사들과 많은 단체들이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꾸준히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참고하며 한 걸음씩 변화를 만들어 가길 기대합니다.

*   *   *   *

HSNCF를 둘러보는 내내 든 생각은 하나였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거창한 제도나 예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이 공간은 시도, 카운티도 짓지 않았다. 수십 년에 걸쳐 지역 주민과 민간 재단이 모은 기부금이 쌓여 만들어진 건물이다. 벽돌 하나부터 이미 지역사회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그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말할 것도 없다. FeLV 고양이에게 별도 공간을 내어주는 일, 비 오는 날 개가 뛰어 놀 수 있는 방을 따로 마련하는 일, 10년째 매주 나오는 봉사자가 동물 곁에 앉아 있는 일. 지역 주민이 기증한 헌 책과 그릇이 팔려 동물의 치료비가 되는 일.

이 모든 것이 결국 “이 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쌓인 결과였다.

한국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방문했던 보호소들과 비교하면, 동물 복지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간도, 운영 방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변화가 참으로 반갑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변화가 시설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시스템이든 그 안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느냐가 결국 공간의 온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오래 지속되려면,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HSNCF가 보여준 것처럼 지역 사회의 민간 참여가 토대가 되어야 하고, 그 위에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그 온도가 유지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그 인식이 정책으로 이어질 때, 보호소는 비로소 사회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음을 이번 방문에서 새삼 실감했다.

HSNCF 전경. 한 장의 사진에 다 담을 수는 없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서경원

마음이 움직이는 보호소, 플로리다 게인즈빌 HSNCF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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