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교육 국회토론회④] ‘병풍실습’은 이제 그만..‘정원 확대’ 불 번질까 경계도

현행 임상교육 양·질 모두 불만족 “편한 학교생활 아닌 진짜 실력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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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교육 역량강화 국회토론회가 12월 1일(월)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수의학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국회에서 공론의 장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삼석·조경태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너지는 공공수의학에 대응하지도, 반려동물 임상 발전을 선도하지도 못하고 있는 수의대 교육 인프라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수의학교육 인증과 국가시험 개편, 대학동물병원 개선, 수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폭넓게 다뤘다.

주요 사안별로 이날 거론된 지견을 나누어 전한다<편집자주>.

교육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다. 이날 국회토론회에서도 수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 이은찬 회장이 패널로 나섰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을 가득 채운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날 제기된 문제가 자칫 의대정원 문제처럼 수의대 정원으로 번지지 않을까 경계 섞인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은찬 회장은 “최근 학생 설문에서 91.8%의 응답자가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를 희망했다”면서도 “졸업한 첫 날, 당장 반려동물을 치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사에서 현행 수의학 교육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무역량(Day 1 Skill)’을 키우는 데 충분하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5점 척도에서 2.24점에 그쳤다. 임상실습에서의 개인 참여 기회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74.3%에 달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은 현재 임상교육의 질과 양에 대부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상교육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 참관에 그치는 ‘병풍실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실습 환경을 구축해 대학 병원 진료 참여 전에 반복적으로 실습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처럼 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이 ‘student doctor’로서 보호자를 직접 대면하고 환자를 직접 다루는 형태로 실질적인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소의학(shelter medicine, 보호동물의학) 과목 도입 필요성도 제언했다.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충분한 환자를 다룰 수 있도록 교육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봉사의 의미를 더하면서 중성화 수술, 백신 접종, 채혈 검사 등 기초 술기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수의사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해 각 대학에 이 같은 임상교육 개선의 동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이은찬 회장은 “실기시험 도입으로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실습교육 개선에 투자하고, 교육과정을 실무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편한 학교 생활이 아닌 진짜 실력을 원한다. 실습환경 개선과 제도적 혁신에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도 “최근 서울대 수의대의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재심사 과정에서도 ‘왜 학생들이 수술 한 번 집도해보지 못하고 졸업하는가’ 뼈아픈 지적을 받았다”면서 “수의과대학은 이론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실제로 동물을 진료할 수 잇는 수의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이은찬 회장
임상실습 교육을 받은 본2~본4 학생 109명 중 74.3%가 실습 기회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자료 :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10개 수의과대학에는 모두 봉사동아리가 있다.
동물복지를 증진하는 사회공헌이자, 임상술기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축방역관 부족, 농장동물 임상 외면 등 공공수의학 분야의 붕괴가 거론됐다. 이를 두고 동결되어 있는 수의대 정원 문제를 해법으로 고려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을 갑자기 늘려버린 의정갈등 사례가 수의학 분야에서도 발생할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학생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교원 수급 등 인프라 미비 문제에 깊이 공감했다”면서도 “정원 동결이 (공공수의학 분야의) 인재 수급 문제에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의대 사례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정원 증가는 분야별 지원양상을 바꾸기 어렵고, 오히려 교육 개선노력을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제열 학장도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한 학생수 증가는 효과가 없다. 반려동물 임상 분야에서는 이미 포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공공수의학 분야에 별도의 트랙을 만드는 문제도 결국 수의대 교육 인프라 개선의 선결이 전제된다고 선을 그었다.

[수의학교육 국회토론회④] ‘병풍실습’은 이제 그만..‘정원 확대’ 불 번질까 경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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