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전염병 막으려면‥`수의사는 사회과학자와 함께 일해야`

수의역학 권위자 더크 파이퍼 교수 방한 `ASF, 일단 발생하면 박멸은 불가능에 가까워`

등록 : 2018.09.04 10:24:04   수정 : 2018.09.06 14:12:0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세계적인 수의역학 전문가인 더크 파이퍼(Dirk U. Pfeiffer) 홍콩시립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검역본부 역학조사과 초청으로 방한한 파이퍼 교수는 8월 30일 김천 검역본부 본원에서 축산물 매개로 전파되는 동물전염병과 고병원성 AI 대응의 원헬스(One-Health)적 관점을 조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문제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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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 교수(사진)는 이날 강연에서 “효과적인 고병원성 AI와 ASF 질병관리는 해당 지역의 식품유통체계(Value chain)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유통체계를 따라 축산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고, 각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Stakeholder)의 행동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동물전염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AI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지속적으로 창궐하는 것도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 이들 지역에서는 농경지에 오리를 방목하거나 야생조류와 뒤섞어 기르는 등 AI 바이러스가 순환하며 진화하기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이와 함께 가금이 생축시장으로 유통되고,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생축이나 생육을 거리낌 없이 만진다. 그러다 보니 AI의 인체감염 위험도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마찬가지다. 전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돼지와 축산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가령 중국에서는 돈육 축산물의 유통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종돈장-비육장-도축가공-대형마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경로를 따라 돼지가 중국 내에서도 수천km를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지역의 소규모 농장(Backyard farm)에서 공급된 돼지가 시장에서 곧장 도살돼 판매(Wet market)되기도 한다.

농장끼리 주고 받는 돼지는 물론, 유통경로상 돼지나 축산물이 모이는 지점에는 전염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파이퍼 교수는 “사회경제학적, 인류학적 요소가 동물전염병 확산에 핵심적으로 작용한다”며 “돈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의 행동과 환경적 요인이 질병의 순환시킨다는 관점도 결국 원헬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는 전문가지만 산업의 구조나 사람의 행동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수의사들이 경제학자, 사회과학자와 함께 일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성 높고 박멸 어렵다..국경검역에 방점

파이퍼 교수는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재직시절 영국 수의 당국(APHA)의 수석역학조사관(Chief Epidemiologist)을 역임했다.

프랑스 국제농작협력센터(CIRAD),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 등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연구에 10년 이상 종사해왔으며, 최근에는 EU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위험분석 프로젝트(ASFRISK)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늘(4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FAO의 ASF 긴급대책회의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석한다.

파이퍼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단 발생하면 박멸하기가 매우 어려운 질병”이라며 국내 유입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ASF가 2007년 그루지아에서 발생한 후 이제껏 어떤 발생국도 박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파이퍼 교수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Basic reproduction number)은 5~17로 구제역(소·양에서 3~5)보다도 높았다. 그만큼 전염성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가축이나 차량이동 등 농장 간의 수평전파나 멧돼지로 인한 전파가 모두 작용했다. 중국에서는 멧돼지보다 축산업 내부에서의 수평전파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파이퍼 교수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축산물 반입금지를 안내하는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국경검역 협조를 적극 홍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 또한 국외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유입 후 각 식품유통체계를 통해 국내에서 전파될 가능성,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한 철저한 분석(Risk assessment)이 뒷받침돼야 한다고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로 유입된다면 가능한한 강력한 넓은 범위의 이동제한과 살처분 등 강력한 초동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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