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백신` 수면 위로‥방역전략 다변화·신중론 엇갈려

한국가금수의사회, 고병원성 AI 백신정책 포럼 개최..거듭된 AI 피해에 백신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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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금수의사회(회장 윤종웅)가 1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고병원성 AI 백신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백신정책 준비 필요성을 주장한 윤종웅 회장의 발제로 시작된 이번 포럼에는 현장 임상수의사들과 학계, 검역본부, 지자체, 생산자단체 등 가금방역 관계자가 모두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AI 백신으로 방역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장 전국적으로 백신을 도입하기보단, 살처분 정책으로 AI 확산을 제어할 수 없을 때 바로 꺼내들 수 있는 비상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맞선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국내 가금산업 구조상 링백신 등 부분적인 활용은 어렵고, 살처분 중심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으로 인한 바이러스 변이 증가와 인체감염 위험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패널 간 의견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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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


AI
백신뱅크 구축해야..비상시 대응전략 다변화

윤종웅 회장은 “AI 백신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방역전략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방역정책은 살처분·이동제한에만 의존할 뿐, 이번 H5N6형 AI 사태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를 위한 차선책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백신을 미리 확보해두면, AI 확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초기 발생지역 주변에 링백신을 도입하거나, 재발위험이 큰 가금밀집사육단지에 예방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후 도태시까지 모니터링 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한 지자체 방역관계자는 “연이은 AI 발생으로 매몰지를 찾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라며 “살처분 일변도의 정책은 더 이상 비용면에서도 국민저항면에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I 대량발생 상황에 대비한 백신 비축을 주장했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겨울마다 AI가 발생하는데 단 몇 개월의 청정상태를 위해 수천억의 방역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며 백신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주 시드확보(항원뱅크)에 그치지 말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유입가능성이 높은 AI 바이러스에 대한 효력평가를 실시하는 등 사용가능한 백신을 비축(백신뱅크)해야 한다는 것.

중국에서 유행한 고병원성 AI가 1, 2년 후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 중국 발병상황에 따라 백신주를 선발하면 높은 방어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가금수의사는 “H5 항원이 일치하면 90% 이상의 폐사방어율을 기대할 수 있다”며 “AI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이라도 해외서 상용화된 AI 백신들을 들여와 효능을 검증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한모 검역본부 AI 예방통제센터장은 “효력평가까지 마친 AI 백신 완제품 생산채비를 구축할 계획”이라면서도 “이와 별도로 백신주의 종류나 비축분 규모, 실제 도입여부는 전문가와 관계 기관이 신중히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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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변이와 인체감염, 링백신 등 신중론도

손한모 센터장과 권혁준 서울대 교수는 AI 발생상황에서의 부분적인 백신 적용 전략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발생농장 주변 방역대를 검사해보면 이미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곳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링백신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인필 충북대 교수는 “가금농가가 밀집된 국내 상황에서는 링백신 몇 건이면 그 규모가 전국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백신도입은 결국 전국적인 접종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도 “AI 백신도입은 바이러스 상재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신고기피와 NSP 항체양성 문제를 겪는 구제역 백신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백신으로 인한 AI 바이러스 변이, 인체감염 위험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백신 방어능이 제한적일 경우 일부 개체가 드러나지 않게 상재 감염되어 변이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백신 여부가 바이러스 변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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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상태에 접어든 H5N6형 AI 바이러스는 두 달 새 3,300여만수의 가금이 살처분되는 큰 피해를 입혔다. 2014년부터 매년 고병원성 AI 사태가 이어지고 피해규모도 증가하면서 백신 도입 필요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모인 현장 수의사들은 도입 여부를 떠나 비상상황을 대비한 백신 비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살처분에만 국한됐던 방역정책에 백신 도입 카드를 공론화했다는데 의의를 부여하기도 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재홍 서울대 교수는 찬반양론이 서로 의견을 토대로 방역정책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수의계 의견이 양분되면 정책결정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힘을 쓰지 못한다”며 “전문가 집단이 접종파, 비접종파로 나뉘어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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