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의심 폐사축 부검서 약독물 검출비율, 사람 중독사보다 높다

검역본부 연구진, 반려동물 학대의심 폐사축에 대한 중독물질 검사 연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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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가 의심돼 약독물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중독이 의심된 개·고양이에 약독물 검사를 실시한 결과 12.8%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국내 사람의 법의부검에서 약독물이 검출된 비율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진은 ‘반려동물 학대 의심 폐사축에 대한 중독물질검사 연구’ 결과를 9월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KJVR) 온라인판에 보고했다.

 

수의법의검사 독성검출비율 12.8%..사람 부검의 3배 이상

고양이에 수면제 먹여 생매장한 사례도

국과수에 기댔던 약독물검사, 자체 인프라 구축 추진

동물학대 의심축에 대한 수의법의검사(veterinary forensic examination)는 검역본부 질병진단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에 따라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동물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검역본부도 부설 동물병원을 개설하고 담당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검역본부에 수의법의검사가 의뢰된 케이스는 772건이다. 이중 중독이 의심된 개·고양이 549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약물독성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해당 개체의 부검소견, 세균·바이러스 검사결과와 함께 사인규명에 활용됐다.

경찰 등으로부터 약독물 검사가 요청된 건수는 2019년 79건에서 2022년 180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240건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도시에서 유기동물의 분포가 높고, 동물학대 의심신고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간 수의법의검사 건수
(JeongWoo Kang, Ah-Young Kim et al. Forensic analysis of toxic substances in fatalities with suspected companion animal cruelty.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2023;63(3):e21.)

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학대가 의심돼 실시한 약독물검사에서 중독이 검출된 비율은 12.8%로 사람 부검에서의 중독검출률(3.8%)보다 3배 이상 높다.

가장 많이 검출된 물질은 살서제인 coumatetralyl로 14건이 검출됐다. methomyl, terbufos, buprofezin 등 다양한 농약 성분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고양이에서는 다수의 개체에 수면제를 투여한 후 생매장하여 질식한 사례가 확인됐는데 항우울제인 트라조돈,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신경안정제인 디아제팜과 클로르프로마진 등이 혼합검출됐다.

연구진은 “동물학대 신고자들은 대부분 약독물 중독을 의심해 검사를 요청하지만, 실제 부검을 진행하면 다른 질병 등의 이유로 폐사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수의법의검사가 의뢰된 고양이 277마리 중 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외인사로 판명된 사례는 102건(37%)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에 대한 중독물질 위해도 우선순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라면서도 “검사시료가 적고, 반려동물만 독성을 나타내는 약독물 사례는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간 검역본부는 약독물 법의검사에 필요한 자체 인프라가 없어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요청해왔다. 국과수는 사람의 약물독성 검사에 초점을 맞춘 기관이다 보니, 사람에는 독성이 없지만 반려동물에는 독성이 있는 물질을 검사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검역본부는 올해 ‘약독물법의검사실’을 개소하고 관련 인력(연구관1, 연구사1)을 충원했다. 내년까지 실제 분석에 필요한 장비구축과 기술이전을 거쳐 단계적으로 수의법의검사의 약독물 분석업무를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약독물검사법 표준화 등 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사업도 추진한다. 

연구진은 “검역본부는 2023년 약독물 검사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기존 국과수 협조로 진행됐던 업무의 독립과 체계적 수행을 통해 수의법의학 진단전문성 강화 및 연구 활성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과학기술개발연구사업 연구개발과제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KJV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학대 의심 폐사축 부검서 약독물 검출비율, 사람 중독사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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