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농장 누비는 수의사들 `더워도 가야죠`

입추(立秋) 무색한 폭염에 소 임상수의사 진료 동행기..돼지·가금도 고생 중

등록 : 2018.08.08 07:17:22   수정 : 2018.08.08 09:18:1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역대 가장 더운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 알리는 ‘입추(立秋)’가 왔지만 더위는 가실 기미가 없다. 폭염과 열대야는 8월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수의사’라고 하면 에어컨을 틀어 놓은 동물병원 안에서 흰 가운이나 스크럽을 입고 일하는 모습부터 떠오를 지 모른다.

하지만 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도 있다. 소와 돼지, 닭 등 가축을 돌보는 농장동물 수의사들이 대표적이다.

오늘도 농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농장동물 수의사들의 여름 나기는 어떨까. 7일 소 임상수의사인 권순균 홍익동물병원장과 동행하며 더위를 체험해봤다.

더위 속에서 번식진료에 임하고 있는 권순균 원장

더위 속에서 번식진료에 임하고 있는 권순균 원장

이날 권순균 원장은 같은 병원의 정지혁 수의사와 함께 평택 지역의 젖소 목장 4곳을 돌며 정기 번식진료에 임했다.

평택 청북읍 고잔리에 위치한 A목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역대급 폭염이 지속된 지난주에 비하면 낮아진 28℃였지만, 소나기 예보 때문인지 후덥지근한 공기가 느껴졌다.

이날 권순균 원장은 농가를 찾을 때마다 더위로 인한 문제가 없는지 체크했다. 홀스타인종 젖소는 더위에 취약해 유량감소, 수태율 저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목장의 주인 내외는 “젖소가 도통 먹질 않으니 유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더위가 오락가락하면 좀 나을텐데, 계속 더우니 젖소들이 견디질 못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최근 태어난 송아지 2마리가 태어나자 마자 더위를 못 견뎌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권 원장과 정 수의사는 젖소들의 임신·발정 상태를 진단하며 필요할 경우 산과적인 치료도 진행했다. 처치가 끝나면 결과를 기록하고 농장에 필요한 처방을 내렸다.

휴대용 초음파를 활용해 번식진료를 실시하는 정지혁 수의사(왼쪽)와 권순균 원장(오른쪽)

휴대용 초음파를 활용해 번식진료를 실시하는 정지혁 수의사(왼쪽)와 권순균 원장(오른쪽)

`이것이 번식진료 풀세트다`

`이것이 번식진료 풀세트다`

첫 번째 목장의 번식진료를 마치고 평택 청북읍 옥길리의 B목장에 도착하니 시계바늘은 8시를 가리켰다.

기온은 어느새 30℃로 올라있었다. 목장 지붕 그늘을 벗어나면 낮처럼 햇빛이 따갑다. 일단 번식진료에 임하는 수의사들의 복장부터가 보기만 해도 덥다.

더위 피해를 묻는 권순균 원장의 질문에 착유량이 줄어들었다는 대답이 당연하다는 듯 되돌아온다.

B목장주는 “올 여름에 대형 팬을 추가로 설치하고 차광막을 둘러 그나마 버티고 있다”며 “유량감소도 감소지만, 젖소들이 더위에 도태되는 일만 없기를 바랄 정도로 덥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땀띠가 생겨 피부과 진료를 받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그늘에 팬이 돌아가는 목장 내부는 바깥보다 선선했지만, 30분 가량 이어진 번식진료에 장사는 없다. 정지혁 수의사의 스크럽은 두번째 농장 만에 땀에 절었다.

B목장까지 진료를 마친 정 수의사의 뒷모습

B목장까지 진료를 마친 정 수의사의 뒷모습

C목장에서 더위에 맞서는 팬(fan)들

C목장에서 더위에 맞서는 팬(fan)들

권순균 원장이 운영하는 장안농산 목장에서 지붕에 물을 뿌려주고 있는 모습

권순균 원장이 운영하는 장안농산 목장에서 지붕에 물을 뿌려주고 있는 모습

평택 서탄면 회화리의 C목장에서 번식진료를 시작한 9시 15분경의 기온은 32℃였다. 농장과 농장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차에서 맞는 에어컨 바람이 달갑다.

C목장은 더위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팬도 많고, 차광막도 두르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지붕에 뿌려주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유량감소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2kg 내외였다.

C목장주는 “목장 내부에 안개 분무를 하다가 바닥이 너무 질어져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팬 근처에 다시 설치해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탄면 마두리 D목장의 번식진료를 마치고 나니 11시였다. 기온은 33℃였다.

권순균 원장은 매일 4~6농가를 찾아 번식진료에 나서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착유시점인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한낮이 되기 전에 마무리한다.

권 원장은 “예전에는 목장에 에어컨을 놓는다고 하면 우스갯소리로 여겼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라며 “3년여전부터 더운 기간도 길어지고 더위 정도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돈농장 돈사 안도 폭염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사진 : 안종민 수의사)

양돈농장 돈사 안도 폭염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사진 : 안종민 수의사)

종일 밖에서 일하는 소 임상수의사보다는 낫지만 돼지나 가금 임상수의사도 더운 농장에서 일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1일 본지와 통화한 선진의 안종민 수의사는 “바깥 온도가 38℃던데 별도의 냉방시설이 없으면 돈사 내부 온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돼지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더위 때문에 위궤양이 오거나 번식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관리가 필요하다.

안종민 수의사는 “본래 추위에 민감한 포유자돈은 서로 뭉쳐 있기 마련인데, 요즘은 더운 지 퍼져 있더라”면서 “수의사야 두어 시간 고생하면 되니 버틸 만해도, 매일 일해야 하는 농장 직원들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석엘티씨의 손영호 대표도 더위에 취약한 닭들을 걱정했다.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영호 대표는 “고온다습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폐사가 속출하고, 죽지 않더라도 사료섭취나 산란율이 저하돼 농가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늘막 설치나 지붕에 물을 분사하는 등 계사의 열을 떨어뜨릴 수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손영호 대표는 “계사 안이 무척 덥긴 하지만, 햇빛을 피할 수 있고 강제환기 시스템으로 바람도 부니 버틸 수 있다”며 “더위에 힘든 것은 매한가지라 가급적이면 아침 일찍 농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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