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화학검사, 보호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5C원칙에 따른 보호자 설득, 건강검진을 통한 개체별 정상수치 설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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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건강문제를 찾아내려면 혈액 생화학검사를 비롯한 여러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서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좀처럼 진단검사 비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부천시수의사회(회장 김동후)가 후원하고 IDEXX/MEDEXX가 공동 주최한 ‘생화학 장비 200% 활용법’ 세미나가 8일 부천 일원에서 개최됐다. IDEXX 배보경 수의학박사와 해마루동물병원 김성수 내과부장이 연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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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자로 나선 IDEXX 배보경 박사(왼쪽)와 해마루동물병원 김성수 내과부장

일선 동물병원에서 진단검사의 중요 키워드는 ‘보호자 설득’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50여명의 수의사들은 사전 설문조사에서, 진단검사 추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보호자의 저항(51%)을 꼽았다.

‘보호자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건강검진 아이템 제안’을 주제로 강연한 배보경 박사는 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검사시행 여부는 보호자의 선택에 맡기되, 수의사가 확신을 가지고(Confidence)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이유(Cause)를 보호자에게 분명히 납득시키고(Conviction), 병원 스탭 모두가 함께(Care) 지속적으로 반복해서(Consistently) 설득해야 한다는 5C 원칙을 강조했다.

‘다음 내원 때 혈액검사를 해보는 것을 고려해보세요’가 아닌 ‘다음 번에는 혈액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하겠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분명한 의사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김성수 부장은 “특히 스탭 모두가 지속적으로 진단검사의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검사를 하면 뭐가 좋은지, 안 하면 뭐가 우려되는지를 스토리에 녹여 전달하라”고 말했다.

작은 검사항목부터라도 최대한 빨리 시작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분양 직후 동물병원에 내원한 동물에게도 분변부유검사를 통한 기생충검진을 실시하는 등 ‘건강한 동물에서도 다양한 진단검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처음부터 보호자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요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거나, 중성화수술을 위한 마취전검사로부터 검사항목을 늘려나가는 등 정기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당화단백(당뇨)이나 UPC(신장질환) 등 검사항목을 최소화하면서도 의심환자를 걸러낼 수 있는 검사를 먼저 적극적으로 실시한 후 검사항목을 늘려나가라는 요령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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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에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혹시 모를 건강이상을 예찰하고 개체별 정상수치범위(Baseline)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각 생화학 항목마다 정상 참고구간(RI)이 제시되어 있지만, 이는 100~200마리의 건강한 반려동물을 검사해 뽑아낸 집단통계다. 품종, 유전,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개체별 RI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평소의 검진으로 확보한다면 향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날 연자들은 2~4년령이 개체별 RI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조언했다.

배보경 박사는 “크레아티닌의 경우 건강한 개체에서 0.3~0.4 정도의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며 “보통의 RI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신장이 대부분 고장 난 후에 CKD 등을 의심하게 되지만, 개체별 RI를 고려하면 보다 조기에 대응하여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픈 동물에서조차 원하는 만큼 혈액검사항목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데, 건강한 동물에서 혈액검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일선 원장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건강검진이란 건강할 때 하는 것이지만,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반려동물 임상의 한계점이다. 이날 김동후 부천시수의사회장은 VIP에게부터 권유하여 검진설득의 자신감을 높이고, 분양 후 초기부터 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지시키는 등의 팁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성수 부장은 “검사와 치료의 필요성을 보호자에게 설득하는 것은 수의사가 평생 고민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해당 검사가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주고, 안 하면 어떤 불이익이 우려되는지를 스토리에 녹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생화학검사, 보호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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