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벳(GreenVet)은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 실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된 회사입니다. 동물진단검사 서비스를 기본으로, 말 태반 추출물을 이용한 반려동물 영양제 JBP 플라센타 EQ, 프랑스 반려동물 스킨케어 브랜드 더모센트(Dermoscent) 등 수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죠.
그린벳의 동물진단검사의 경우,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야간 수거를 시작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린벳이 이러한 ‘콜드체인 바이오 물류 운송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GC의 자회사로서 가족사인 GC cell과 연계된 전국 60여개 영업소, 400대 이상의 수거 운송차량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간 수거를 통해 신선한 검체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수의사와 반려동물,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편의성이 대폭 높아졌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일요일에도 검체 수거가 이뤄집니다.
그린벳은 또한, 전체 직원 68명 중 수의사가 12명에 달할 정도로 수의사 중심의 회사입니다.
마치 GC녹십자의료재단이 800여 명의 임상검사 전문 인력 중 50여 명의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1982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으로 5,000여개의 일반검사 및 특수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1억 건의 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린벳은 국내 반려동물 업계 최고 수준의 LAB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린벳 랩투어를 다녀온 수의사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장비와 시설, 높은 관리 수준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과연 그린벳 LAB 시설은 어땠을까요? 데일리벳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그린벳 LAB은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GC녹십자 구성 사옥에 있습니다. 검사실 면적만 215평이 넘는데, 최적의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확장 이전한 지 3년째를 맞았습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의 검사실 구성과 동선, 시설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사람 검사기관으로 인증받는다는 생각으로 검사실을 구성했다”는 게 그린벳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참고로, 그린벳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인증을 받은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약품등 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동물용의약품, 동물용의료기기).
낮, 밤 할 것 없이 접수되는 수많은 검체는 검체 접수 공간에서 바코드 처리됩니다. 검체의 종류와 의뢰된 내역을 확인한 뒤 바로 바코드가 붙기 때문에 검체가 바뀌거나 분실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모든 장소는 온도와 습도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약의 안정성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여름에 난방을 틀기도 하고, 한겨울에 냉방장치를 가동하기도 합니다.
LAB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공간은 문서고였습니다. 다양한 검사보고서와 함께 ‘정도관리’ 문서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검사장비의 정도관리 중요성은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정도관리는 검사의 정밀도(precision)와 정확도(accuracy)를 점검하는 절차다. 검사장비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면 진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정도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검사를 했는데, 정상범위를 넘어선 검사 수치가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결과가 ‘정말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환자는 괜찮은데 검사기계나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헷갈린다면 진료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후자의 가능성을 제외하기 위해 정도관리는 필수입니다.
그린벳은 정도관리는 매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장비를 언제, 누가 시행했고, 그 데이터는 어땠다는 결과를 회별로, 일별로, 월별로 모두 기록하고, 서류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장비 입고 평가서도 있었는데, 어떤 장비나 시약을 도입할 때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시행하고, 해당 평가를 통과해야지만 실제 검사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동일한 회사에서 만든 같은 모델의 장비도 장비별로 입고 평가를 하고, 정도관리를 따로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린벳 분자 검사실에는 동일한 PCR 장비가 8대 있었는데, 8대 장비 평가서가 다 별도로 존재했고, 정도관리도 8대를 각각 따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1번 PCR 장비는 똑바로 검사되는데, 6번 PCR 장비가 제대로 검사가 안 되면 안 되잖아요”. 그릿벳 관계자의 말입니다.

그린벳 LAB은 크게 5개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일반검사실, 면역검사실, 분자검사실, 미생물검사실, 조직검사실).
각 검사실 앞에는 해당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한국수의병리전문의(KCVP), 한국수의진단전문가(KVD)의 인증서가 붙어있었습니다. 한국수의병리학회와 시험·인증위원회 심의를 통해 인증하는 전문자격입니다. 그린벳에는 현재 2명의 수의병리전문의와 3명의 수의진단전문가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반검사실(Clinical Diagnostic Lab)에서는 다양한 혈액검사가 수행되고 있었습니다. 혈청화학검사는 로슈(Roche)의 COBAS C702 장비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ISE(Ion Selective Electrode)법과 Photometric analysis법을 이용한 전자동 생화학분석기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검사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장비입니다.
현재 그린벳의 혈액화학검사 23종은 전부 이 장비로 검사가 이뤄지는데 100개 샘플을 검사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검체를 넣은 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검사자의 부주의로 검사 결과가 잘못될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내분비 검사는 지멘스(SIEMENS)의 IMMULITE 2000XPi 장비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자동면역(내분비) 분석기로 부신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등 다양한 내분비 검사를 합니다. CBC 검사는 시스멕스(sysmex)의 XN-1000V 장비를 사용 중이었습니다.
혈액도말을 자동으로 해주는 장비도 눈에 띄었습니다. 환자 및 검사 항목에 따라 맞춤형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빈혈이 심한 환자, 탈수가 심한 환자의 슬라이드를 시스템에 따라 다르게 만듭니다. 도말을 완벽하게 하기 때문에 검사자의 도말 능력에 따른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린벳 관계자는 “고가의 장비지만, 검사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세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린벳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00% 수의사 및 임상병리사입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보장된 검사가 수행됩니다. 또한, 검체의 바코드화부터 검사, 결과 입력까지 자동화되어 있다 보니 결과 보고서에 잘못된 수치가 입력될 가능성 자체가 없었습니다.
“일부러 숫자를 바꾸지 않는 이상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린벳 측 설명입니다.
면역검사실에서는 알러지 검사와 ELISA 검사 등이 수행되고 있었습니다. 알러지 검사는 동물 전용 장비를 사용합니다.
ELISA 검사는 개, 고양이 항체가 검사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항체가 검사를 하는 키트는 자체 개발됐습니다. 개는 8종(Adenovirus, Parvovirus, Coronavirus, Parainfluenza virus, Influenza virus, Distemper virus, Bordetella bronchiseptica, Rabies virus), 고양이는 7종(Calicivirus, Coronavirus, Herpesvirus, Panleukopenia virus, Bordetella bronchiseptica, Chlamydia felis, Rabies virus)에 대한 항체가 검사가 가능하고, 톡소플라즈마나 심장사상충 검사 등도 면역검사실에서 수행 중이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많이 활용되는 ANA(Antinuclear antibodies) 검사는 그린벳에서 자체 진행하는 검사인데, 형광현미경을 통해 항핵항체를 확인합니다.
그린벳의 또 하나의 강점은 GC녹십자의료재단과의 협력입니다. 현실적으로 국내 동물검사기관에 내재화하기 어려운 검사는 GC녹십자의료재단을 통해서 검사합니다. 약물농도검사, 결석검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분자검사실에서는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 고양이 전염병 검사가 주로 이뤄집니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검사를 다 하는데, 100개 이상의 원인체를 각 항목별로 직접 패널을 개발해서 PCR 검사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자동핵산추출 장비를 이용해 검사의 속도를 대폭 높였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전날 의뢰한 PCR 검사 결과를 다음날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미생물 검사실에서는 혐기성 세균, 호기성 세균, 곰팡이를 모두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배양된 미생물은 Biomerieux사의 VITEX MS 장비로 균동정을 하고 특히, 항생제 감수성 검사의 경우 써모 피셔의 Sensititre™ARIS HiQ™ 장비를 올해 새롭게 세팅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린벳이 써모 피셔 본사에 의뢰해서 그린벳만을 위한 항생제 검사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수의사들의 수요와 국내 동물병원 임상 현장을 고려해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항생제 리스트를 만든 것이죠.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했는데, 원하는 항생제가 빠져있거나,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항생제가 포함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혐기성 세균에 대한 감수성 검사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검사실을 둘러봤습니다. 그린벳 측은 “판독 의뢰 수, 판독량, 판독 수준이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직검사실 인력은 총 9명인데, 그중 5명이 수의사였습니다(4명은 임상병리사). 하루에 조직 80개, 세포 20~30개 정도를 검사하는데, 슬라이드의 경우 스캐너를 통해 스캔을 하고 내부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한 뒤 판독자들이 현미경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판독합니다. 조직의 경우, 예비판독-본판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판독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결과 보고서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어서 의뢰한 동물병원에서 전화로 궁금한 점을 전공자에게 쉽게 물어볼 수도 있었죠.
또한, 슬라이드 스캔, 판독, 결과 LIS(동물진단검사 의뢰/결과 확인 시스템) 입력이 모두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를 옮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린벳 랩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린벳이 수의사와의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반자로서 시너지를 내고 반려동물 진단 및 검진 검사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혹, 외부 랩으로 검사를 의뢰하면서 검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린벳에 의뢰할 때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