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종 개에서 국내 최초 골수이식 성공 사례..고려동물메디컬센터 “혈액암 극복의 새로운 길”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이정민 원장, 림프종 재발 환자에서 골수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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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골수이식 성공 사례가 나왔다.

청주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 동물암센터 이정민 원장이 재발한 림프종 환자에서 골수이식(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골수이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성공했다”며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재생불량성 빈혈 등 기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혈액암 환자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는 7살령 중성화 수컷 치와와였다. 환자는 2년 전 식욕부진, 기력저하를 주 호소 증상으로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내원했고, 다발성 림프종(Multicentric B cell lymphoma)으로 진단받았다.

다발성 림프종은 개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혈액암이다. 다제 항암화학요법에 치료 반응(68~92.3%)을 잘 보이지만, 관해 유지 기간(중앙값)은 약 8~16개월 정도다. 대부분의 환자가 진단 이후 2년 내 사망한다.

해당 환자는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서 지난해까지 림프종에서 사용되는 다제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후 완전 관해 상태로 유지되다가 항암 종료 6개월 차에 다시 기력저하를 주증으로 내원했고, 림프종 재발이 확인됐다. 이에 골수이식(조혈모세포 이식)이 진행됐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공여자에 따라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으로 분류된다.

환자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은 일반적으로 재발된 림포마 환자군이나 고위험군 환자의 관해 시, 혹은 고위험군의 초기 치료 시 추천되는 방법이다.

심한 골수억압으로 혈액암 환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고용량의 항암치료 및 전신방사선 치료로 종양세포를 최대한 제거한 뒤, 미리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골수 기능의 회복을 도모하는 치료법이다.

환자는 림프종 재발이 확인된 후, 다시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면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준비를 했다.

완전 관해가 확인된 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보다 고용량의 항암화학 주사가 진행됐다. 이후 41.3도의 고열과 구토, 매우 심한 골수억압으로 백혈구감소증, 빈혈, 혈소판감소증이 관찰됐다. 다행스럽게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에 환자는 잘 회복했고, 이후 조혈모세포 채취를 위한 조혈성장촉진제 투여를 통한 가동화가 진행됐다.

전신방사선 치료 전, 중심정맥을 통해 이식에 필요한 말초 조혈모세포 채취가 진행됐고,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부설 연구소 유세포 분석팀에서 진행한 검사를 통해 CD34 양성세포 수를 측정하여 환자에게 이식할 충분한 조혈모세포 수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후 환자는 전신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채집해 두었던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2주간 멸균 격리병동에서 입원 관리 후에 퇴원했다. 현재는 완전 관해 상태로 추적 관찰 중이다.

이정민 원장은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채집을 진행할 때 체외순환에 대한 의료진의 충분한 경험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환자는 3.2kg에 불과했지만, 조혈모세포채집시 체외 순환하는 혈액량이 약 300ml에 달해 저혈압, 서맥성 부정맥, 저칼슘혈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 덕에 채집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투석 및 치료적 혈장교환술과 같은 체외순환 기반 치료 경험이 풍부한데, 이번 조혈모세포 채집 과정에서도 이러한 의료진의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됐다.

이정민 원장은 또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보다 고용량의 항암화학 주사 및 전신방사선 치료에 의해 심각한 골수억압 및 항암 부작용이 동반되는 만큼, 특히 감염에 주의가 필요하며 별도의 격리입원시설을 갖춰 환자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동물병원은 손에 꼽는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가 국내 최초로 반려견의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들의 협업과 노력은 물론, 많은 수의사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했기 때문이다.

다제 항암화학요법에 의한 심근독성 관리는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송근호 교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고, 핵심 절차 중 하나인 중심정맥관 장착 및 체외순환을 통한 채집 기술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허지웅 교수(미국수의응급중환자과전문의)의 자문과 지원이 컸다.

고용량 항암화학요법 이후 진행한 전신방사선 치료는 경상국립대 수의대 황태성 교수와 에스동물암센터(센터장 최문영)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조혈모세포이식 후 생착까지의 환자 관리는 조혈모세포이식의 선구자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Steven E Suter 교수(미국수의내과전문의(종양))의 세부적인 관리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이정민 원장은 “반려동물이 암을 이겨내고 회복하길 바라는 보호자분들의 마음처럼 환자가 암을 극복하길 바라는 의료진의 마음 역시 간절하다”며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다. 각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모든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넘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NK세포 치료와 CAR-T 등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재발, 불응성 반려동물 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림프종 개에서 국내 최초 골수이식 성공 사례..고려동물메디컬센터 “혈액암 극복의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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