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⑨] 동물병원 의무기록, 보호자가 요구하면 반드시 보여줘야 하나

수의사에게 의무기록의 열람·등사의무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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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반려동물 보호자가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자료는 동물병원의 의무기록이다.

수의사가 작성한 동물병원의 의무기록은 반려동물에 대한 수술기록, 경과기록, 응급기록, 마취기록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고 실험실적 검사와 방사선 검사의 결과 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수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반려동물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의무기록을 열람·등사(보거나 사본을 교부)하고자 할 경우 수의사는 이에 반드시 응해야만 하는 것일까?

 

의사는 의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환자가 의무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요구하는 경우 이에 응해야만 한다. 환자의 배우자,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의무기록을 발급받을 수 있다(의료법 제21조 제2항).

이 때 환자는 환자에 관한 진료기록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실험실 검사결과, 방사선 필름 등의 검사기록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만약 의사가 위 의료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즉 의사의 의무기록 열람·등사의무는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적인 의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수의사법에는 의료법 제21조와 같이 수의사의 의무기록 열람·등사의무를 규정한 명시적인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의사법 제12조(진단서 등) 제3항은 ‘수의사는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한 동물에 대한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의 발급을 요구 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 등의 발급의무를 규정했을 뿐 수의사의 의무기록 열람·등사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는 볼 수 없다.

 

이처럼 수의사법에 수의사의 의무기록 열람·등사의무를 규정한 직접적인 조항은 없지만, 혹시 수의사법의 해석을 통해 해당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알아보자.

먼저, 위에 언급한 수의사법 제12조 제3항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을 예시적 규정으로 보아 ‘의무기록’도 발급의무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해당 조항에 ‘․․․등’ 의 표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예시적 규정보다는 열거적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의사에게 발급 의무가 있는 서류는 위 4가지 서류로 한정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나아가 수의사법이 의무기록의 열람·등사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을 준용하고 있다면 수의사에게도 해당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수의사법에도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와 특수의료장비의 설치∙운영’에 대하여 「의료법」제37조·제38조를 따르도록 한 규정 등 일부 준용 사례가 있다.

하지만 수의사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의료법」을 준용한다’와 같은 전반적 준용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의무기록에 대한 사항을 의료법과 같이 준용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결국, 수의사에게는 의무기록의 열람∙등사에 대한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반려동물 보호자는 수의사로부터 반려동물의 의무기록을 열람·등사할 방법이 전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법원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며 ①증거보전 신청, ②문서제출명령, ③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하여 반려동물의 의무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다.

즉, 반려동물 보호자는 수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의무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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