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⑥] 동물병원 의료소송:수의사의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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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반려동물 소유주와 민법상 위임 내지는 준위임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계약으로 인하여 반려동물 소유주는 수의사에게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수의사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의의무’를 다하여 반려동물을 진료하여야 한다.

‘주의의무’에 대해서는 최근 3회의 칼럼에 걸쳐 자세히 살펴보았다(보러가기). 그렇다면 이번 칼럼에서는 수의사에게 ‘설명의무’가 존재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살펴보자.

의사의 설명의무란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진료의 필요성, 진료방법, 진료에 따르는 위험, 예후 등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개별적인 의료계약의 성립에 앞서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수술을 받을 것인지’, ‘어떠한 수술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의 권리를 ‘자기결정권’이라 한다.

만약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환자는 인격권인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의사를 상대로 설명의무에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의 설명의무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설명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의사의 설명의무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의무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수의사의 진료계약상 ‘설명의무’에 대하여 살펴보자.

먼저 법적 근거에 대하여 알아보자. 수의사법 시행규칙 제23조는 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 2 ‘과잉진료행위 등’의 사유로서 ‘예후가 불명확한 수술 및 처치 등을 할 때 그 위험성 및 비용을 알리지 아니하고 이를 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수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수의사법상의 근거규정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수의사의 설명의무와 같은 중요한 조항을 ‘법’이 아닌 시행규칙에서 직접적으로 규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당 조항은 수의사의 설명의무를 규정한 법적 근거라기보다는 과잉진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수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의사법에서 직접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하기 보다는, 수의사와 반려동물 소유주의 의료계약에서 파생되는 부수적인 의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려동물이 재산권의 객체에 머무르지 않고, 반려동물 소유주는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기 위하여 반려동물을 소유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미 살펴보았다(2회 칼럼 ‘물건인 듯, 물건아닌, 물건같은 반려동물의 법적지위’ 참조).

따라서 반려동물 소유주는 자신의 반려동물이 어떠한 치료를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권리에 대한 의료계약상 발생하는 책임이 수의사의 ‘설명의무’인 것이다.

 

그런데 수의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설명의무’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의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입증책임’이란 소송상 어느 증명을 요하는 사실이 있을 때, 입증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입증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소송법상의 개념이다.

즉, 수의사가 소송 과정에서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및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수술)동의서 등을 통해 입증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약, 수의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수술동의서를 반려동물 소유주로부터 받지 않거나 분실한 경우 등), 법원은 ‘수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인정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수의사는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그렇다면 수의사는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설명의무를 다해야 할까? 반려동물 소유주에 대한 설명은 구두나 서면 등 어떠한 방법으로 이루어져도 무방하고 아무런 형식을 요하지 않는다. 부동문자로 인쇄된 (수술)동의서와 더불어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의학에 문외한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야 한다.

수술동의서를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는 질문지 형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동물병원에서 자주 실시하는 일상적인 수술에 대하여 그 수술로 인한 예견가능한 위험, 수술방법, 발생가능한 부작용 등을 오·엑스 질문지로 만들자. 그 질문지를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풀게 한 후, 틀린 문항만 질문지의 빈칸을 이용하여 과외하듯 구두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한다면 반려동물 소유주가 그 수술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설명의 범위,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는 경우, 실제로 소송에서 설명의무 등이 문제된 경우 등에 대하여 알아보자.

 

※참고문헌

최재천, 박영호, “의료과실과 의료소송”, 육법사.

김진석, “의료소송 실무상 몇 가치 쟁점”

이창형, “의료과실의 의미와 판단기준”

오지용, “불법행위의 법리”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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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⑥] 동물병원 의료소송:수의사의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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