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버박코리아 신창섭 신임 대표 ´소통·유통구조개선으로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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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의사회, 부산시수의사회, 임상수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버박코리아 불매운동이 지난 7월 종료됐습니다.

수의사회와 갈등을 빚었던 버박코리아의 C모 대표가 퇴임한 후 지난 8월 28일 신임 대표이사로 신창섭 수의사가 취임했습니다. 신창섭 신임 대표이사에게는 버박코리아 제품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임상수의사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데일리벳에서 신창섭 버박코리아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개선대책을 듣고, 동물용의약품 업계 진출을 꿈꾸는 예비수의사에 대한 조언도 들어봤습니다.

신창섭_버박코리아대표
버박코리아 신창섭 대표이사

Q. 버박코리아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한다. 예전에 버박코리아에 근무했었던 만큼 ‘친정에 복귀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약 6년간 버박코리아에 근무했다가 10여년만에 대표직으로 복귀했다. 현재 버박의 대만 책임자와 아시아 쪽 재무책임자도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라, ‘Welcome back’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Q. 버박코리아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전세계 탑10 동물용의약품 제약사 중에 인체용의약품 부문을 병행하지 않고 동물용의약품만 다루는 회사는 얼마 없다. 그 중에 하나가 버박(VIRBAC)이다.

프랑스의 ‘수의사’가 창립한 버박은 이름부터 바이러스(virus, VIR)와 세균(bacteria, BAC)을 다룬다는 의미로, 창립부터 수의축산 시장에만 포커스를 맞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버박은 반려동물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버박코리아의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용 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산업동물이 반려동물에 비해 시장규모가 훨씬 큰 만큼 반려동물용 제품의 비중이 더 높은 회사는 흔치 않다. 마취제 졸레틸을 필두로 피부용 제품에 강점이 있으며 백신, OTC 덴탈제품, 치료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반려동물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중 다시 절반 정도는 낙농분야의 제품으로 우유회사나 촉탁 수의사 분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돼지용 구충제, 항생항균제와 양계용 제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Q. 반려동물 분야가 중점임에도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와 갈등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동물용의약품 업체와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는 서로 상생해야 하는 관계임에도 갈등이 붉어져서 문제가 됐다. 제품 보이콧도 있었고 반품도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문제가 있을 때 수의사 분들과 사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협력해나가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버박코리아 대표직 취임 전후로 찾아 뵌 수의사 분들의 공통적인 조언도 ‘소통’이었다. 수의사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하기 보다는 문제점도 서로 이야기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으셨다.

대한수의사회 지부 및 분회 수의사 단체와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등을 통해 소통창구를 늘리고자 한다. 그러면서 약품 유통구조를 적절히 개선해나가고 공급도 안정화할 것이다.

Q. 버박코리아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졸레틸의 공급문제도 이전 갈등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들었다. 졸레틸 공급이 제 때 이뤄지지 않고, 타 제품과 묶어서 파는 등의 형태가 나타나 동물병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문제가 있었던 당시에는 타사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졸레틸 공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졸레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담당자들이 다른 제품들로 매출실적을 메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졸레틸 공급에 문제가 없다. 6개월 전부터 공급이 많이 안정화됐다.

또한 내년 3월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통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T/F 팀을 꾸려서 수의사분들과 협의해나가고자 한다.

Q.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사용량 감소가 우려되지는 않나

향정 지정으로 인한 매출감소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졸레틸’이라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틸레타민, 졸라제팜 성분을 묶은 것이니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에 케타민이 그랬듯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정부의 방침은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버박코리아

Q. 버박제품군이 피부 관리에 강점이 있다고 했지만, 관련 제품이 동물병원 전용이었다가 인터넷 등으로 유통됐던 문제가 있었다. 그런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수의사 분들이 많다.

물론 유통구조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긴 힘들다. 의약품은 당연히 동물병원을 통해서만 유통해야 하지만, 의약부외품 등의 경우 각 제품마다 분리해서 어떤 유통구조를 가져갈 지 고민해야 한다. 이 부분이 내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유통구조를 정리하면서 일부 경로에 공급을 끊는 문제는 합의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진행하면 갈등이 생기고 공정거래법 상 저촉될 여지도 있다. 수의사회 조직이 운영하는 약품 유통 경로뿐만 아니라 그 외의 유통업체들과도 의견을 조율해나갈 생각이다.

또 의약부외품 중 일부 품목을 의약품으로 전환하여 동물병원 전용으로 유통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유통 개선 방향에 대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의논하고, 가시적인 유통구조 개선 성과는 내년이 되어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금이 유통구조를 개선할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섰으니 좀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수의사 및 관련 업계를 설득할 변화 동력이 주어진 상황이다. 앞으로 차차 논의해나갈 생각이다.

Q. 취임 전에 불매운동이 마무리됐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이 실제로 있었나?

많이 있었다. 반품이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직접적인 타격이고, 재구매가 줄어든 점도 있었다.

또한 광견병 백신과 같은 관납 제품도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아무래도 수의사 단체와 이슈가 있는 회사 제품의 경우 자유롭게 관납하기가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대동물 제품군에도 불매운동의 영향은 있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이 진행한 불매운동이었지만 대동물 수의사도 같은 수의사 아닌가. 비슷한 제품이 있다면 본사 제품을 꺼려하셨던 부분이 있었다.

Q. 어찌됐든 불매운동은 끝났지만, 아직 임상수의사들의 시선에는 불신이 남아있다. 대표자가 수의사로 바뀐 것에 대해 기대감도 있지만 회의어린 시각도 섞여 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신뢰 회복은 말로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변화의 진정성은 한 두 번의 말로 담보될 수 없다.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한다. 임상수의사분들도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시진 않을 것이다.

한 1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위에 언급한 유통구조 개선에도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수의사 단체와 소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수의사 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노력할 것이다.

먼저 수의사 분들이 모이는 ‘광장’에 나설 것이다. 오는 9월 20, 21일에 열릴 서울수의 임상컨퍼런스에도 메인 후원사로 참여한다. 직원들과 함께 직접 이틀간 참석해서 컨퍼런스를 찾은 수의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에 언급한 부분에 대한 의견 교환을 진행할 생각이다.

제품을 통해서도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다. 반려동물 수의사분들께 버박의 제품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해드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수의사다 보니 수의학도에 대한 지원에 관심이 많다. 전국수의학도축전이나 각 수의대에서 개최하는 반려동물 한마당, 국가시험 수험생 지원, 무수의촌 봉사활동에 대한 인력 및 약품 지원 등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아울러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하는 임상수의사 분들이 많은 만큼 이분들에게도 기회가 닿는대로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신창섭대표이사_버박코리아

Q. 화제를 동물용의약품 업계 진출에 대해 돌려보자. 업계에 오래 계시지 않았나.

동물용의약품 업계에 몸 담은 지 26년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고참 축에 속하는 것 같다.

Q. 동물용의약품 업계에서 젊은 수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렇다. 다국적 기업이든 국내 기업이든 수의사 구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요즘 졸업하는 젊은 수의사들의 희망 1순위는 임상수의사, 2순위는 학교에 남아 학위를 취득하는 것인 것 같다.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의사 입장에서는 연구기관이 아닌 일반 업체에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 수의사도 많아지고 있는데 동물용의약품 업계가 여성분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다. 영업이나 기술지원 파트에 수의사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여기에 종사하기에는 여성 분들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Q. 수의사의 직장생활에 대해 수의대생들이 알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전에 근무하던 업체에서 건국대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양돈실습을 진행했는데, 마케팅이나 테크니컬 지원, 영업 등 수의사들이 활약하는 분야가 다양한 것을 보고 많이 놀라더라.

Q. ‘취업’을 막연히 꿈꾸는 예비수의사에게 간단히 업계를 소개해주실 수 있나.

수의사로서 취업해 사회활동을 하는 것에는 동물용의약품업계, 사료업계, 전문연구기관(인체나 산업동물 진단) 등 크게 3가지 경로가 있다.

동물약품업계는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한 수의사 면허를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약리학, 생리학, 독성학 등 다양한 수의학적 지식을 활용하게 된다.

사료업계는 영업을 굉장히 강조한다. 사교활동이나 인간관계가 원활한 수의사라면 사료영업에 도전해 볼만 하다. 사료 영업은 배포가 좀 커야 한다. 농장주를 실제로 상대해야 하고 돌아가는 금액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가 적성에 맞고 과학적인 마인드가 있다면, 연구소나 기술센터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다.

연구기관에 취업하기 위해서 꼭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졸업하고 취업한 후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그 때부터 학위를 준비해도 된다. 연구 관련 업체는 그런 기회를 많이 준다. 학위가 없는 수의사라도 많이 채용한다.

연구소에 가고 싶다고 해서 대학원에 먼저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R&D분야와 연결될 수 있고, 학교에서 연구를 하다가도 바깥 업체와 접촉할 수도 있다.

Q. 취업을 생각하는 예비수의사에게 조언을 한다면?

취업을 준비한다면 딱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외국어다.

동물약품업계의 경우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 기업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어나 중국어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학창시절에 준비해두면 사회에 나와서 적응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의사들 중에서 약품업계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한 수준이다. 먼저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 수의사들이 기타 전문직에 비해 약품업계에서 자리를 잘 잡아놓은 상황이다.

국내 기업이든 다국적 기업이든 수의사가 차지하는 역할은 유지되거나 늘어나고 있다. 영업, 마케팅, 제품개발에서 해외시장 개척까지 수의사가 담당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올해 수의사단체나 분회 등을 통해 임상수의사들과 소통을 늘려나가면서 버박코리아가 수의사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관리하고자 하는 본사 창업정신에 맞추어 수의사들이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저와 임직원 모두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버박코리아가 임상수의사 분들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길 부탁 드린다.

[인터뷰]버박코리아 신창섭 신임 대표 ´소통·유통구조개선으로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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