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물병원 체계 개편 시사 `수의사 협동조합 동물병원` 논란

무역투자진흥회의서 언급..수의사 협동조합 형태 법인병원 허용, 진료비 공시 도입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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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서 반려동물 진료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반려동물 생애주기별 관련 산업 전반을 제도화하는 가운데 동물병원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수의사 협동조합 형태의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을 일부 허용하고 진료비 공시제를 언급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협동조합도 결국 영리법인이다..`대형자본만 막으면 문제될 것 있나` 반론도

2013년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현재 영리법인은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생명을 다루는 수의료 행위를 대형자본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면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정부는 해당 법 규정을 ‘동물병원의 대형화, 전문화를 막는 설립규제’로 보고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의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동물병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협동조합도 결국 법인이다.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협동조합은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도 후자에 해당한다.

전문직종인 변호사나 세무사만을 회원으로 삼는 법무법인이나 세무법인과 비슷한 형태다.

때문에 당장 영리법인의 동물병원 개설을 전면 제한한 수의사법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의에도 기자재공급이나 복리후생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급자 협동조합은 일부 있지만 의사로 구성된 협동조합에 병의원 개설자격을 주진 않는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영리법인 동물병원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동물병원협회도 7일 “영리법인 동물병원 금지법이 만들어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조합형태의 법인병원 설립을 언급하는 정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대형자본의 침투를 막는다는 전제 하에 일선 수의사들이 법인 형태로 동물병원을 경영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동물병원을 경영하려면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동물병원 대형화 바람을 타고 덩달아 늘어난 동업형태의 동물병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박성훈 세무사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개인사업자에 비해 법인이 동업자간 분쟁대응, 세무처리 등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세한 장단점은 구체적인 사항이 규정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고 예단을 경계했다.

 

동물병원 진단서 내용 세부화..진료비 공시 도입여부 연구용역 추진

정부는 “동물병원에 진단기록 열람, 발급 의무가 없어 병원을 옮긴 보호자가 같은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의료분쟁 발생 시 병원 측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관련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법과 약사법은 진료 및 조제기록을 열람해주고 사본을 교부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현행 수의사법은 진단서 발급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의사법 상 진단서에 주요 증상과 검사결과, 치료방법 등 진료기록을 추가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진료비 공시 문제는 반려동물 진료비 보험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했다.

반려동물 숫자가 불분명하고 동일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가 병원별로 상이한 점을 보험활성화의 걸림돌로 보고 동물등록 확대, 진료비 공시제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예방접종, 엑스레이 촬영 등 다빈도 기초항목의 진료비를 동물병원 내에 고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최근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이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게시 추진를 포함하기도 했다. 같은 해 국민권익위원회도 ‘일정항목의 진료비용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반면 진료비 공시 등에 앞서 반려동물 진료의 체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중성화수술’도 병원에 따라 사용하는 의료설비와 진료진의 역량 등이 다른데 이를 ‘중성화수술비=000,000원’으로만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순비교가 저가, 저품질 진료로 이어질 부작용도 우려된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은 “진료의 가치를 시장논리로만 접근하여 저가진료가 횡행하면 그 피해는 결국 동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중으로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도입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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