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물보호소 수의사 안락사 죄책감에 자살,우리나라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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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만 타오위안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하던 31세 수의사 지안치쳉 씨가 자살했다. 국립 대만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동물보호소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공고기간이 끝난 유기동물 수백 마리를 안락사시켰고, 그에 대한 죄책감에 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녀는 ‘인간의 삶도 개와 차이가 없습니다. 저 역시 같은 약물로 죽겠습니다’라고 유서를 적었다. 안타까운 사건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그녀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보호소 수의사들의 정신적 고통은 대만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수의사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다.

국내 한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했었던 수의사 A씨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보호소를 나오게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동물보호소 현황과 보호소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5년 기준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총 307곳이다. 307곳 중 직영 형태가 28개(9.1%)였으며, 위탁 운영 형태가 279개(90.9%)였다. 경기도(65개), 서울(48개), 전북(27개) 순으로 보호소가 많았으며, 광주, 대전, 세종, 제주에는 1개의 보호소가 있었다.

또한, 지난 1년간 유기동물은 총 82,082마리 발생했으며, 이 중 자연사 된 개체가 18,633마리(22.7%), 안락사 된 개체가 16,421마리(20.0%)였다.

평균 보호기간은 23.4일 이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에 대한 공고 이후 10일이 지나면 지자체가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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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시행됐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4일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을 제정해 고시했다. 지침에는 보호 동물의 범위, 동물보호센터의 시설 기준, 조직 및 인력 기준, 동물의 포획·구조 및 운송 방법, 보호동물 관리방법, 반환 및 분양 방법, 그리고 인도적인 처리 방법까지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지침없이 운영되던 과거에 비해 한 층 개선된 모습이다.

특히, 질병 예찰·치료·관리, 교육, 인도적 처리를 담당할 수의사를 포함하여 사무직 종사자, 구조원, 보호·관리업무 담당자를 고용하도록 한 점이나, 관리 동물에게 제공하는 사료급여기준을 정한 점, 개·고양이 별 필요한 예방접종 항목 등을 규정한 점 등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또한 지침에는 하루에 1회 이상 동물의 건강상태를 수의사의 책임 아래 실시하도록 하거나, 인도적인 처리 대상 동물의 우선 순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수의사 및 직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침에 포함된 수의사 및 직원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은 ▲개체와 분변 등을 관리한 후 손을 자주 씻을 것 ▲전염성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진단받은 개체는 즉시 격리 조치 할 것 ▲보정용 글러브, 그물 등의 보호 장비를 사용할 것 ▲사용한 가운, 케이지, 마스크 등을 자주 세척·소독할 것 ▲질병매개체인 해충을 구제(驅除)하고, 청소·소독을 철저히 할 것 ▲인수공통전염병 감염 의심 개체에 의해 종사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신속하게 응급조치 후 병원에서 치료 받을 것 ▲ 파상풍 예방접종이나 결핵, 브루셀라 등 감염여부를 포함한 건강검진은 센터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실시할 것 등의 준수사항이 전부다.

이 마저도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을 위해 마련된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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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강검진을 의무사항으로 두지 않고, 센터장이 필요하다고 판달할 경우 실시하도록 권장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수의사 A씨는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보호소 근무자의 정신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호소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더 크다. 보호소 근무자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돌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은 매 3년에 한 번 타당성 검토 및 개선이 이뤄져야한다. 다음 개선시에는 동물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수의사 및 일반 직원들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를 점검하고 돌봐주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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