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에서 동물등록을? 자가당착에 빠진 농식품부

농식품부 '동물등록률 제고를 위한 홍보 계획'에 '등록대행기관에 동물약국 추가' 포함 논란

등록 : 2014.07.03 14:04:54   수정 : 2014.07.03 16:19:29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정부의 동물등록제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등록률 제고를 위한 홍보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검역본부 및 각 시·도에 알렸다.

농식품부는 “시·도별 자체적으로 ‘동물등록률 제고방안 추진계획’을 수립해 7월 10일까지 농식품부로 제출하고, 7월부터 매 익월 5일까지 농식품부에 홍보 실적 및 동물등록 실적을 보고하라”고 밝혔다.

이번 홍보계획에는 ▲미등록 동물소유자에 대한 단속 ▲동물등록제 홍보 포스터 부착 및 현수막 게재 ▲동물등록제 UCC 공모전 수상작 시·군·구 홈페이지 및 버스·지하철에 게재 ▲관공서의 세금고지서, 대형 마트 거래명세표 등에 등록제 문구 삽입 ▲등록견에 한정해 광견병 접종비 지원 및 공원출입 허용 ▲찾아가는 동물등록서비스 추진 ▲SBS동물농장, KBS 생생정보통, MBC 라디오 등에 동물등록제 홍보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및 관련 고시 개정 사항에 ‘등록대행기관에 동물약국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동물등록제_동물약국

농식품부 `동물등록률 제고를 위한 홍보계획`에 포함된 내용

동물약국이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되면 안되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동물약국에서는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등록방법은 내장형 마이크로칩, 외장형 태그, 외장형 인식표 등 3가지다. 이 중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제외한 2가지 방법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고 분실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반려견의 유기를 방지하고, 잃어버릴 경우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동물등록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

농식품부도 내장형 외에 나머지 2가지 방법이 ‘실효성 없는 방법’ 임을 인지하고, 8월에 발표 예정인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동물등록방법을 단계적으로 일원화(내장형)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의 경우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라 수의사에 의해 이뤄져야만 한다. 결국, 동물등록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은 수의사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을 할 수 없는’ 동물약국을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하면, 결국 실효성 없는 외장형 태그와 외장형 인식표 등록만 늘어날 뿐이다.

동물보호법시행규칙제10조_마이크로칩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의거,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은 수의사에 의해서만 이뤄져야한다.

농식품부는 동물약국을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해 동물등록률을 높일 계획이지만, 동물약국을 대행기관으로 지정해도 등록률이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등록대행기관은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등록대행기관이 부족해서 등록률이 낮은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청와대 규제개혁 신문고에 ‘동물약국에서도 동물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접수된 바 있다. 해당 의견은 “동물등록 실적이 좋지 않은데, 그 이유는 전국에 2천개 정도 있는 동물약국을 대행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동물약국도 반려동물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7월 현재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된 동물병원은 전국에 총 2,768곳(동물보호관리시스템)으로, 이미 주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동물등록을 할 수 있다.

즉, 동물등록률이 낮은 이유는 동물등록대행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동물등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동물등록제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스스로도 “미등록 이유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과반수를 넘으며, ‘절차가 번거로워서’, ‘몰라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_동물등록제홍보포스터

농식품부의 동물등록제 정책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꾸로 달려왔다.

시행 초기부터 등록방법을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일원화하지 못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낮은 동물등록률을 높이고자 등록대상반려견 수를 재조사해 그 수를 줄임으로써, 3개월만에 등록률을 37%나 높였다.

지난해 6월, 등록대상동물 400만 마리 중 42만 마리가 등록해 등록률이 10.5%라고 발표하고 3개월 뒤인 9월에는 등록대상동물 127만 마리 중 60만 마리가 등록해 등록률이 47.4%라고 발표한 것이다. 3개월 사이에 등록대상동물이 400만 마리에서 127만 마리로 2/3 가량 줄어든 것.

2014년 5월 현재 농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등록률은 63.1%(127만 마리 중 80만 마리 등록)다.

동물등록률_농식품부발표

한편, 이번 계획을 두고 한국동물병원협회는 “그 동안 우리 수의사들은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내장형으로의 추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수의사로서의 사회적 사명감’으로 등록제에 묵묵히 협조했다”며 “동물약국을 동물등록대행업체로 추가 지정하는 것은 동물등록제에 묵묵히 협조한 수의사에 대한 기만행위이며, 이를 시행할 경우 현재 동물등록대행업체로서의 역할을 전면 반납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발표될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동물등록방법을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놓고, 게다가 가장 큰 미등록 사유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임을 알면서도 동물약국을 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농식품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하루 빨리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고려한 ‘내장형 마이크로칩 일원화’를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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