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종식 위해 생추어리 만들자` 부지·재원 마련은 과제

중국·베트남 등지에 이미 곰 생추어리 자리 잡아..녹색연합 ‘기금 모아서라도 구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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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이어진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추어리(보호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장에 비용을 지불하고 사육곰을 구출해 별도의 보호공간에서 여생을 보내게 하자는 주장이지만 부지 확보부터 사육곰 매입비, 농가 폐업·전업 보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두관·이정미·이태규·한정애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녹색연합이 주관한 ‘사육곰 산업 폐지를 위한 관리방안 마련 정책토론회’가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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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종식 앞당기려면..중국·베트남처럼 생추어리 만들자

이날 발제에 나선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는 3가지 반달가슴곰이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복원하고 있는 곰들과 동물원에 머무는 곰들 그리고 웅담채취 목적으로 농가가 사육하는 ‘사육곰’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사육곰은 32농가 526마리다.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반달가슴곰과 아종이 다르거나 교잡종일 뿐 똑같은 반달가슴곰이다.

1993년 한국이 CITES에 가입하며 반달가슴곰 수입이 금지됐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사육곰 967마리를 대상으로 증식금지사업(중성화수술)을 벌여 더 이상 개체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사육곰은 10년령이 넘어야 웅담채취목적으로만 도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도축연한인 10년령에 도달하지 못한 어린 개체만 89마리인데다가, 10년령을 넘겨도 웅담수요가 줄어 도축처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해말 시민 모금으로 사육곰 3마리를 구출해 동물원으로 보낸 녹색연합은 “웅담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며 농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육곰도 열악한 사육환경에 처해 있다”며 “생추어리를 마련해 사육곰 역사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추어리는 구조된 동물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여생을 보내거나 재활을 돕는 시설이다. 동아시아에서만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여러 국가에 곰을 위한 생추어리가 조성되어 있다.

이들 국가의 곰 생추어리는 정부나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동물보호단체가 기부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이날 발제에 나선 녹색연합과 김민규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아시아동물보호재단(AAF)은 1995년부터 중국과 베트남에서 600여마리의 반달가슴곰을 구조했다. 중국 청두에 12만㎡, 베트남 탐다오 국립공원에 11만㎡ 규모의 생추어리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쓰촨성 정부와 베트남 정부가 부지를 제공했고, 연간 50억원이 소요되는 운영비는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윤상훈 사무처장은 “곰사육은 지난날 정부가 사실상 장려했던 사업이니 (사육곰 폐지에)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농가로부터 사육곰을 매입할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생추어리에 필요한 부지와 시설비라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생추어리 건설에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문제가 부지 확보인만큼 지리산 국립공원이나 서천 국립생태원, 영양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국립공원이나 공공기관 내 부지, 국가 소유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올 상반기 안으로 생추어리 건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육곰 구출에 관심 있는 시민과 기업들의 후원을 모으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동물권 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은 “생추어리는 사육곰 문제의 귀결점일뿐만 아니라 동물권 증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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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 조성, 사육곰 농가도 찬성..전량매입, 폐업지원 호소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사육곰 농가들도 생추어리 조성에 찬성했다. 다만 사육중인 곰의 전량 매입과 폐업지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10년간 2~3천만원을 들여 곰을 길러도 웅담판매대금은 1천만원 정도”라며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한 김광수 사육곰협회 사무국장은 “농가는 단계적 매입을 바라지 않는다. 전량 매입을 원한다”고 잘라 말했다.

농가가 처리할 길이 없는 10년령 미만 개체부터 우선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생추어리 조성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추진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차원의 국유지 제공에도 회의적이었다. 이준희 과장은 “국유재산법상 국유지를 무상임대하려면 정부나 정부가 전액 출자한 법인이 사업을 맡아야 한다”며 “그러자면 생추어리 운영 부담을 정부가 모두 떠안는 셈인데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규 충남대 교수는 사육곰 300마리를 구조할 생추어리 시설 조성에 약 2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추산했다. 다만 조성비용에서 부지매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국유지 활용 여부에 따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전제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국회와 정부의 반응은 더디다”라며 “살 날이 많이 남은 곰들부터 구조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육곰 종식 위해 생추어리 만들자` 부지·재원 마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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