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제 도입 시사‥진료 표준화 선행돼야

政-獸 시각 엇갈려..VCPR 속 소유주client뿐만 아니라 동물patient의 이익도 고려해야

등록 : 2018.12.14 15:31:49   수정 : 2018.12.26 12:27:2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동물병원협회가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진료비 사전고지제 및 공시제 도입을 시사한 정부와 진료항목 표준화를 선행조건으로 내건 수의계 사이의 입장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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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정보 비대칭·사전동의부재 지적..정부, 사전고지제 도입 시사

‘사전고지제’는 동물을 진료하기 전에 예상되는 비용을 보호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는 제도다. 개별 병원 차원의 ‘공시제’는 홈페이지나 병원 내 인쇄물을 통해 특정 항목의 진료비를 공개하는 제도다.

소비자시민모임 홍미나 부장은 이날 토론에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분쟁에서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족’ 다음으로 많은 사례가 진료비의 과다청구나 사전동의부재”라며 “진료 과정에서 수의사와 보호자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의사의 역량이나 의료기기, 동물병원의 입지나 규모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진료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소비자로서는 진료비 책정 요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측 패널로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김동현 동물복지정책팀장은 진료비를 둘러싼 수의사-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지적하며 사전고지제·공시제 도입을 시사했다.

김동현 팀장은 “수의사협회에서 (정보 비대칭을) 자정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동물병원 현장에서)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에서도 부분적으로 진료비용 공개를 제도화하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다른 비급여진료비(건강보험 미포함)를 병원 내 인쇄물이나 홈페이지 등에 공개토록 했다.

다만 의료법은 이처럼 환자가 원할 경우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는 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물병원의 사전고지제는 각 진료케이스별로 비용에 대한 사전 허락을 구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자가 더 심한 규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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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회 `진료비 편차, 정부의 계획대로 아니냐..진료항목 체계화가 먼저`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규제 신설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전무는 “1999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제를 폐지하면서 동물병원 간의 경쟁과 비용 편차를 유도했음에도, 정작 비용 편차가 문제로 지적되자 ‘의도한 바대로 됐다’고 설명하지는 않으면서 수의사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다”며 “작금의 진료비 관련 갈등은 결코 수의사들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전고지제, 공시제 등 수의사법 개정에 앞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최소한 4~5년에 걸쳐 진료항목 표준화의 토대를 만들고, 진료비 관련 제도 변경에 고려해야 할 현장조사와 인식개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철 전무는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에도 별다른 준비작업 없이 논란만 키우고 있다”며 관련 연구 선행을 촉구했다.

의료계에서도 비급여진료비를 안내할 때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분류·용어·코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의료기관의 진료내용 차이를 코드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성토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는 통일돼서 사용되는 진료코드나 진료기록 작성 기준이 없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동물질병 진료코드체계 표준화 연구용역’을 도입하려 했지만, 이미 내년도 예산에서 제외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오원석 박사는 “연구용역 예산이 국회에서 무산된 것은 결국 동물병원 진료비 체계를 바꾸는 일이 사회적으로 시급하지 않다는 걸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부 측은 ‘관련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지 않아도 수의사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동현 팀장은 “연구 예산이 무산된 것에는 ‘제도(사전고지제 등) 시행 예정도 없는데 예산을 줄 수 없다’는 관계부처의 반대의견도 작용했다”며 “다빈도진료항목이나 표준화가 쉬운 진료항목부터 일부 선정해 도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은 전날 수의사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선(先) 표준진료체계정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옥경 회장은 “진료항목의 표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수의사회 입장을 국회 및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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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논란에 정작 ‘동물’은 빠졌다..`과도한 입법 경계해야`

한편, 진료비 문제를 둘러싸고 수의사와 소유주가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정작 환자(동물)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물권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음에도 내원하지 않은 채 ‘동물병원이 비싸서 그렇다’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든, 실제로 비용부담이 너무 큰 경우든, 결국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결과는 같다”며 소유주와 수의사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우연철 전무도 “VCPR(수의사-소유주-환자 관계, vet-client-patient relationship)에서 수의사는 소유주(Client)뿐만 아니라 동물(Patient)의 이익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작정 저렴한 진료를 권한다면 소유주에게는 이익일지 몰라도 동물의 이익에는 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와 소유주 사이의 소통 문제를 강제적인 규제로 해결하려는 접근법에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화영 서울대 교수는 “동물의 진료를 둘러싼 문제는 결국 수의사와 소유주가 시민 대 시민으로 소통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도덕과 윤리로 접근해야할 문제를 자꾸만 강제적인 법제화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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