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항생제 논쟁만 반복한 `부산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공청회`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2019년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공청회 개최

등록 : 2018.12.13 17:36:09   수정 : 2018.12.14 02:41:1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부산시 농축산유통과가 12일(수) 저녁 부산 양정 청소년수련관에서 ’2019년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올해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이 된 ‘항생제 사용’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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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항생제 사용 논란’에 이어 ‘지속성 항생제 부작용’ 논란까지

부산시는 캣맘, 부산시수의사회 등과 함께 협의를 거쳐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추진 지침’을 마련하고 운영한다. 길고양이 TNR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부산시 지침은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시 ‘장기간 지속성 항생제’와 ‘흡수성 단사 봉합사’를 사용할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사용 가능한 장기간 지속성 항생제로는 ‘세포베신’ 성분의 2주간 지속되는 A 제품이 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부산시 길고양이 TNR 사업 관련 항생제 논란’과 그 뒤에 일부 단체에서 제기한 ‘A 제품의 부작용’에 대한 의문을 풀고, 내년도 지침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8월, 부산 지역의 한 동물병원이 길고양이 TNR 사업을 할 때 2주간 지속되는 반려동물용 항생제를 사용하라는 부산시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3일간 지속되는 돼지항생제(B 제품)를 썼다는 보도가 나오며 큰 논란이 생겼다.

‘세프티오퍼’ 성분의 B 제품은 돼지에서 사용이 허가된 제품이다. 부산시 조사에 따르면, 50여개 동물병원 중 6개 병원이 B 제품을 사용했었다고 한다.

부산시는 ▲관리·감독 인력 별도 지정 ▲포획 일정 사전 고지 ▲중성화수술 및 처치 표준 매뉴얼 중 일부 내용 수정 등을 반영해 2019년도 지침(안)을 마련했다.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서는 <장시간(2주간) 사용 준수철저, 다만 수의사 판단 하에 지침과 다른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고양이에게 승인된 것을 사용하여야 하며, 반드시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하도록 했다.

부산시수의사회는 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준수철저’라는 표현과 다른 항생제 사용시 ‘사유’까지 기록하라고 하는 건 수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천병훈 부산시수의사회장

천병훈 부산시수의사회장

부산시수의사회 “항생제 선택은 전문가인 수의사 고유의 영역”

천병훈 부산시수의사회장은 “지침에 A 제품만 있는 이유와 수의학적 근거를 제공해달라고 부산시에 요청했으나, (A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어떠한 특별한 근거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진료의 전문가는 수의사고, 항생제 선택은 수술하는 수의사가 결정해야 한다”며, “고양이 상태에 따라서 A 제품이 필요하면 쓰고, 다른 항생제가 필요하다면 다른 항생제를 쓰도록, 수의사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해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A 제품을 지침에 원칙으로 두지 말고, 지침에서 ‘항생제’ 부분은 수의사의 자율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안)에 명시된 ‘장시간(2주간) 지속성 항생제’는 사실상 A제품 뿐이다.

천병훈 회장은 또한 TNR 사업권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천 회장은 “(특정 개인/단체가 여러 구의 TNR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에 4개 동물병원 이상이 참여하고, 각 구에 있는 캣맘들에 의해 길고양이들이 관리되고 방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 회장에 이어 과거 지침을 만들 때 참여했던 전 부산시수의사회장이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통일된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일각에서 제기한 A 제품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약리학적 자료 등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그는 “A 제품에 실제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니까 A 제품에 문제가 많았다고 객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더 좋은 항생제를 찾아보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A 제품의 부작용을 언급하려면 부산시수의사회 차원에서의 객관적 입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청회에는 A 제품의 제조사 소속 수의사까지 초청됐다.

해당 수의사는 A 제품의 장단점과 안정성, 해외 사용 현황을 소개한 뒤 “회사는 반려동물을 위해 더 좋은 약을 만들어 학술적인 뒷받침을 하고, 동물병원 원장님들이 어떤 약을 선정할지 고민하셔서 소신 있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청회 참석한 캣맘들도 A 제품을 기본 지침으로 해야 한다는 그룹과 수의사의 자율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그룹으로 구분됐다. 

부산시수의사회를 향해 “올해 돼지항생제 문제가 없었다면 이런 논란도 없을 것이고, 수의사회 진정성에 대해 의문도 품지 않았을 것”이라며 “(돼지에 사용이 허가된)그 항생제를 쓴 수의사들은 캣맘들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며 수의사회의 사과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청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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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공청회인지, TNR 공청회인지”

부산시수의사회는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병원협회, 한국고양이수의사회에 질의 후 받은 회신 자료까지 배포했다. 3개 단체 모두 “고양이의 상태에 따라 수의사가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참석한 캣맘 중 일부는 소모적인 항생제 논란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캣맘은 “A제품 공청회인지 TNR사업 공청회인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항생제 이외에 부산시 TNR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요청도 나왔으나, 2시간 30분의 공청회 시간 중 대부분은 항생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채워졌다. 

아직 2019년도 지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수의사회를 존중하며, 수의사회에 뭘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무이기 때문에 절차가 있고, 그것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 공청회에서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잘 종합해서 최종 지침을 마련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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