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약업계 사업개발 부문서 활약하는 정다슬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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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로 진출하는 수의사의 문은 비단 동물용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물약품에 비해 더 넓은 시장인 인체용 제약업계에서도 많은 수의사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먼디파마의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다슬 수의사(사진)도 그 중 한 명인데요, 정다슬 수의사는 학술마케팅이나 CRA 등 수의사들에게도 잘 알려진 직무가 아닌 사업개발(BD)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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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업계에 들어오신 경위를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2012년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입사부터 현재까지 제약업계에서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속해 있는 회사는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먼디파마(Mundipharma Korea)라는 곳이다.

Q.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수의사라고 하면 보통 학술마케팅이나 영업 분야가 익숙한데, 사업개발(BD) 분야는 약간 생소하다

‘BD’로 통칭되는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은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하고 외부 자원과의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인 Sales Value를 새롭게 창출해내는 일이다. 대기업으로 치면 전략기획실이나 해외사업부서에 가깝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본사의 신규 개발 품목 등의 포트폴리오를 국가별 BD가 담당한 국가에 맞게 별개로 관리하기도 한다. 가령 어떤 나라에서는 바이오시밀러 분야 제품에 초점을 두지만, 또다른 국가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하거나 허가 규정이 다르다거나 하는 이유로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런칭을 미뤄두는 식이다.

이처럼 제약회사의 BD는 신규 메디컬 제품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거나, 기존의 제품이라도 돌파하지 못했던 새로운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등의 파트너링 프로젝트(M&A, 인수, 공동개발, 코프로모션 등)를 통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더욱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Q. 수의대생들은 어디를 가도 ‘수의사로서’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BD는 꼭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BD도 자연과학 분야의 배경지식이 있으면 약품의 기전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은 있지만, 반드시 수의사여야 지원 가능한 것은 아니다.

MBA 이수한 경영학 전공자나 마케팅 PM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워낙 훌륭하고 똑똑하신 분들도 많고…(웃음)

개인적으로 사회에 나와 보니 수의사의 본업이라 볼 수 있는 동물의 진료가 아니라면 ‘반드시 수의사여야 하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제약사에 수의사들이 꽤 있는 거 같다. 보통 기본적으로 생물, 화학 등의 기본지식이 있기 때문에 Medical(학술) 파트에도 많고, 연구실 쪽에는 동물실험 관련해서 수의사를 확보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BD 분야에서는 아직 다른 수의사를 만나지는 못했다.

Q. 학교 다닐 때부터 취업 쪽을 고민했나

재학시절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본과 1학년때부터 임상보다는 다른 진로를 생각했다.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턴 지원이나 영어공부에도 신경을 썼던 편이다.

학교 다닐 때도 ‘BD’라는 업계의 용어를 알지는 못했지만 막연히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어떤 것이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 방학기간 동안 경험해보고 제외하게 된 경험도 있다.

본과 3학년 겨울방학, 4학년 여름 방학 기간에 각각 LG화학과 미국 농무부(USDA) 산하 ARS(Animal research service) 연구소에서 학생 인턴 생활을 해보면서 ‘필드 세일즈나 연구실 생활은 좀 안 맞는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의사 국가 고시 시험을 준비하던 본과 4학년 2학기에 국내 제약사에서 BD 분야 신규직원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됐다.

보통 BD는 사업기획이나 신규사업개발, 해외사업개발, 사업전략개발, Strategic planning 등의 용어를 걸고 채용공고를 낸다. 그렇게 BD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다.

Q. 먼디파마라는 기업을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먼디파마는 통증관리 분야에 중점을 둔 기업으로 출발한 제약사다. 전세계적으로 ‘Big Pharma’로 분류되는 규모의 큰 회사들과는 달리 전략적으로 목표하는 차별적인 치료분야에 핵심적인 역량을 보유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는 약 30여년으로 제약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고 성장이 빠른 기업이다. 직원의 평균 연령이 30대일 정도로 조직이 젊다. 그만큼 의사결정도 빠르고 분위기도 진취적이다.

진통제 분야 외에도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 컨슈머 헬스 분야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부상처 치유를 돕는 창상피복재나 여성청결제 부분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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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장점이 있다면?

제약업계는 오랜 시간 기술적인 고도화가 이루어진 분야다. 조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개인이 활동할 수 있는 업무의 성격도 선진화되어 있다.

대우도 비교적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봉으로 비교하자면 자동차나 전자, 석유화학 등 다른 주요 대기업에 비해 높지는 않지 않지만, 주변 수의사분들에게 전해들은 얘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동물약품업계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알고 있다.

영업 분야를 제외하면 워라밸이 좋은 것도 강점이다. 개인적으로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보통 대부분의 제약사는 주5일 평일 근무에 정시퇴근을 하는 분위기다. 회사나 업무에 따라 주말근무가 드물게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휴무 등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다. 몇몇 제약사에서는 초과 근무를 방지하기 위해 6시 이후 서버를 셧다운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국계 회사 대부분이 유연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핵심시간을 지키되 앞뒤로 8시간을 구성하면 되는 식이다. 휴가 사용도 개인에 따라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Q. 막연히 제약업계는 근속이 짧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외국계 제약회사는 사실 근속이 짧은 편이긴 하다. 제약사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어떤 회사든 조직은 올라갈수록 자리가 적어지지 않나.

턴오버(이직)도 빠른 편이다. 다른 제약사에 가더라도 일의 성격이 엄청나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BD는 숫자로 이야기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파트너 업체와 몇 개월씩 협상을 벌이면서 크고 작은 계약을 성사시킨다.

이전 회사에서 희귀의약품 도입 계약을 성사시켰던 일이 기억난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세일즈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해서 굉장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와 공동판매 파트너링을 체결하는 담당자로 업무를 수행했었다. 부족한 내부의 영업인력의 한계를 외부 자원을 활용해서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Q.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수의사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게 된다. 워낙 훌륭하신 분들도 많고. 경영 쪽의 관점이 필요하다 보니 입사하고 와서 배워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게 된다.

수의사라는 면허증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외국계 회사에 오고 싶다면 영어는 필수다. 해외 직원들과 텔레컨퍼런스도 잦다. 꼭 네이티브 수준일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의대 성적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진 않다. 당연히 공부 잘해서 나쁠 건 없지만 말이다(웃음).

직장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는 학생 인턴쉽은 꼭 추천하고 싶다. 학생 때가 아니면 방학처럼 긴 시간을 내기도 마땅치 않고, ‘그 길이 아니다’라는 걸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발을 들여본 것 만으로도 업계의 분위기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 무엇이 됐던 간에 (공부가 아니라도) 뭔가를 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를 두고 사업적인 마인드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려고 노력해본다면 향후에 BD 쪽으로 진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인터뷰] 제약업계 사업개발 부문서 활약하는 정다슬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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