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서 와, 스타트업은 처음이지?

등록 : 2018.10.10 11:35:47   수정 : 2018.10.10 11:35:47 정혜진 기자 gpwls454@dailyvet.co.kr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이번에 만나볼 분은 수의대생과 수의사가 돌보는 펫시팅 스타트업 ‘펫트너’를 창업한 최가림 수의사(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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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11학번으로, 2017년도에 학교를 졸업하고 1년차 반려동물 스타트업 ‘펫트너’를 운영하고 있는 최가림 수의사입니다.

- 본인이 창업한 기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펫트너는 ‘Pet+Partner’가 합해진 이름으로,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한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어요.

수의사, 수의대생분들과 함께 여러 고충을 겪고 있는 반려가족들을 돕는 반려동물 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창업’이라는 길을 가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졸업 후 창업을 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수의사는 정말 다양한 진로 선택지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임상, 비임상 그리고 그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죠. 그 많은 선택지 모두가 매력적이고, 수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사람과 동물의 더 나은 공존을 돕는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일까요? 오히려 그 선택지 바깥의 진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방학 때마다 동물병원 실습을 하면서 ‘나는 비임상 보다는 임상수의사가 더 재미있겠다’ 고 막연히 생각했죠. 그래서 졸업 후에는 남들처럼 임상수의사로 첫 인턴생활을 시작했어요.

서울의 모 대형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보호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때 만났던 보호자들이 겪고 있는 돌봄 문제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반려동물을 문제없이 돌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한 보호자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어요.  

한번은 심장병을 앓다가 상태가 악화돼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 증상을 보이는 강아지 환자가 있었는데, 치료를 마친 후 퇴원을 하던 날이었어요. 보호자 분께서 다른 사람을 보낸다고 하셨지만, 막상 병원에 오신 분은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님이었죠.

이 얘기만 들으면 ‘보호자 분이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서 상태를 확인할 정도로 정성을 쏟는 분이셨습니다.

바쁜 업무에 쫓기거나, 가족들과 떨어져 1인 가구를 꾸리고 사는 반려인들이 가진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는 펫시터 시장이 정착한지 오래됐고, 이미 많은 성장을 이룬 상태에요.

국내에도 물론 펫시터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지 않았어요. 이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수의사와 수의대생으로 이루어진 펫돌봄 서비스라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펫시팅 서비스라면 남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과연 내 가설이 맞을까’ 실험해보고 싶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펫트너 전단지를 만들어서 집 앞 오피스텔에 딱 4장 붙였는데,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어요. 그 때 이 사업이 확실히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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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전 가장 걱정됐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수의학과의 특성상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케이스가 주변에 흔치 않았고, 저 또한 처음이었다는 점이죠. 여태껏 배웠던 수의학적 지식 외에 비즈니스적인 사고와 배경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 그것을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우스갯소리로는 ‘사업 초기엔 걱정해야 될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정말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적기인 타이밍을 놓치기 싫었고, 국내에는 펫시터 서비스를 선점했다고 할만한 기업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하루빨리 창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만약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미련이 많이 남았을 것 같아요.

- ‘펫트너’ 라는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학부생 시절 또는 졸업 후 따로 준비하거나 경험한 것이 있나요

사실 학부생 시절엔 제가 졸업 후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한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된다’는 말처럼, 학부생 시절 경험했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쌓여서 펫트너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한번은 미국으로 동물병원 실습을 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반려동물 문화도 접하고 펫시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한국에서 이런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떠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쉽게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만약 지금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교내의 창업동아리, 공모전 등에 참여 해보거나 코딩을 배워보는 것도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대학생들에겐 창업 지원도 훨씬 많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요.

이를 잘 활용하여 견문을 많이 넓히면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창업은 다방면의 능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첫 시작은 어땠나요?

처음 시작을 했을 때는 수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3개월차 인턴 병아리였죠. 창업에 관련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어요.(웃음) 능력치도 제로였죠.

그런데 그런 ‘능력’이라는 것은 결국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고객과의 깊은 공감, 그리고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도 많이 관심 가져 주셔서 기회도 많이 다가왔고, 팀원들도 믿고 함께 달려주고 있죠.

- 창업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약 7달간 혼자서 모든 일을 다했어요. 2017년 7월에 창업해서 11월에 서비스를 런칭하고 이듬해 3월까지 모든 걸 도맡았습니다. 기획, 웹사이트 운영부터 시작해서 고객 응대, 마케팅, 직접 펫시팅까지 하는 등 몸이 여러 개이길 바랄 정도였죠.

그런데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다잡아줄 동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보호자님들과 펫트너님들의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돌봄서비스를 받는 반려동물들의 밝은 얼굴표정들을 보고 힘을 내어 버틸 수 있었어요.

혼자서 그 모든 것을 다 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고객 분들의 피드백을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죠. ‘펫트너 서비스로 너무 편안해졌다’고 인사를 건네는 고객들을 보면서 더욱 확신을 얻고 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고객이 있었나요?

‘별이(가명)’라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아팠던 아이였죠. 뇌수두증을 앓고 있어서 경련도 일으키고 계속 누군가 곁에서 케어를 해줘야 하는 아이였어요.

뒷다리도 수차례 수술을 한 탓에 약했는데, 병원에 입원하면 갇혀 지내면서 근 위축으로 상태가 더욱 안좋아질 수 있다 보니 입원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족 분들이 집에서 계속 별이를 돌봐야 했죠. 하지만 그로 인해 보호자의 건강도 안좋아지고 생활 패턴도 무너져 돌봄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결국 펫트너를 정기적으로 매주 2회씩 이용하면서 가족들이 그 때를 활용해 약속도 잡고, 외출도 하게 되었어요. 펫트너가 별이 보호자 분들께 휴식을 선물한 셈이죠.

그와 동시에 수의대생 펫트너님들이 별이의 뒷다리 재활 운동도 돕고, 경련 전조증상을 알아채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내원하도록 돕기도 했어요. 그 때 펫트너의 참된 가치를 더 깊게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사명감도 더욱 강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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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전에 생각했던 것과 창업 후 달랐던 점이 있다면?

너무 쉽고 간단할 줄 알았어요. 어플 개발만 하면 끝인 줄 알았죠. 어플 개발도 쉬운 줄 알았고요.

지금 와서 옛날에 세웠던 계획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생각했을까’ 싶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겁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들이 닥칠지를 몰랐어요. 결국 모든 것을 홀로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게 되었죠. 명함을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이메일 작성법은 어떠한 지 등의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마저 몰랐어요.

사회 초년생들은 보통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것들을 배우는데, 저는 인턴이 아닌 오너로 시작해버렸으니 배울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 붙잡고 하나하나 물어보고 배웠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덧붙이자면, 펫트너 어플은 아직도 출시 준비 중입니다(웃음).

- 지금 이 분야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반려동물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에 비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많아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을 잘 찾는다면 수의사나 수의대생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 소식을 듣고 돈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시작해요. 그러나 지식이나 애정이 없이 시작하면 보호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가진 수의학적 지식과, 보호자들의 심리를 알고 경험한 것이 상당히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죠. 그래서 수의사나 수의대생 분들도 창업에 많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힘도 합치고요.

- 반면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물질적·심리적 안정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이 아주 적으니 위험부담도 크고 회사원이나 임상수의사에 비해 절대 안정적이지 못하죠.

그러나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것은 저에게 아주 매력 있는 일입니다. 돈이나 명예에는 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위험부담이 큰 만큼 시장을 잘 읽고 성공한다면, 제한 없이 성장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 대표라는 위치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지 궁금합니다

책임감이 정말 막중해요. 4명의 직원들, 펫트너가 꼭 필요한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텨내야 하죠.

가끔은 외롭고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낄 때는 정말 커요. 극과 극을 달리는 느낌이에요. 늘 짜릿하고 새롭습니다(웃음).

- 이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들이 “펫트너 없었으면 어떻게 키웠을까?” 라고 생각하게끔 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수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의사로서 다양한 진로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외의 분야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수의사의 진로는 훨씬 더 다양합니다. 수의학이라는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수의사라고 생각하고 넓게 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고민해 볼 진로가 더욱더 많을 거에요.

또 수의대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하는 많은 경험과 배움 중에 무의미 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사소해 보이고 소홀해 지는 것들이라도 나중에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거에요. 6년의 시간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후회없이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펫트너는 상시 모집 중이랍니다. 그저 아르바이트 거리가 아니라, 미래의 고객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접하고 수의사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혜진 기자 gpwls454@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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