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임상수의사(인턴수의사)연봉 2400만원 논란

2400만원 연봉, 적은 것인가 적절한 것인가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money_featured image1
1년차 임상수의사(이하 인턴수의사)의 첫 임금이 연봉 2,400만원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인턴수의사 채용공고를 낸 동물병원 중 급여를 공개한 50곳을 분석한 결과 42곳에서 연봉 2,400만원(세전)을 제시했다.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한 곳은 세후 월 250만원이었으며, 가장 적은 연봉을 제시한 곳은 퇴직금을 포함해 연봉 2,100만원을 제시했다.

연봉을 공개한 병원은 아니지만, 본지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인턴수의사에게 월 300만원(세전)에 숙소제공까지 해주는 곳도 있었다(지방 대도시 주 5.5일 근무).

근무 일수는 대부분 주 5일이었으며, 드물게 주 6일도 있었다.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인 곳에서부터 10시간 이상인 곳, 당직 여부, 수습시간 여부, 숙소 제공 여부, 세미나/학회 지원 여부 등 세부 근무 조건은 병원마다 다양했다.

4대보험 미가입, 진료수의사 미신고 등 불법이 이뤄지는 곳도 여전히 많았다.

 
임상수의사 초봉 2400만원 두고 논란

한편, 임상수의사 초봉이 2,400만원으로 굳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최근 수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200만원의 월급이 너무 적다는 문제제기와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맞선 것이다.

“6년제 수의대 나와서 연봉 2400을 주는 건 완전 도둑놈이다”, “2017년 최저임금이 6500원이다, 일 가르쳐준다고 최저시급주면서 수료증하나 주고 자부심가지라고 한다”, “이렇게 인건비가 싸니 자꾸 대형병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월급이 오르면 오픈이 줄어서 경쟁이 덜 심해질 것이다”, “대기업 들어간 친구에게 초봉 말하기가 부끄럽다”, “수의사 선배님들,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등의 지적이 나온다.

그런가하면, “인턴이 요즘 200만원이나 받나. 2000년 중반에 야간당직까지 서며 80만원 받았다”, “200이면 많이 주는 거다. 15년 전 30만원 받고 시작했다”, “인턴 월급이 오른다고 오픈이 줄어들지 않는다”, “임상수의사처럼 매년 월급이 수십만 원씩 오르는 직업도 없다. 대기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200만원을 줘도 가는 사람이 있으니 그렇게 주는 것이다”, “연봉이 중요하면 초봉 5천 이상 주는 축협으로 가면 되지 않나” 등의 반대 의견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노오오오력 부족’, ‘열정페이’ 논란도 수의계에서 벌어진다.

“인턴수의사 뽑아도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 앞으로 뽑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열정이 부족하다. 10대~20대를 편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치열함이 없다”, “우리 때는 주 5일을 상상도 못했는데, 진료가 밀려있어도 퇴근시간이 되면 1분도 더 있지 않고 퇴근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등의 언급까지 나오는 것이다.

 
임상수의사 초봉, 얼마가 적정할까?

그렇다면 과연 임상수의사 초봉은 얼마가 적정할까?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이다. 주 40시간 근무, 주휴수당 1일(8시간) 기준으로 잡고, 한달평균주수 4.345를 곱하면 한 달에 209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이 나온다. 그 경우 2017년 최저월급은 1,352,230원이 된다(6,470원 x 209시간).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지급되는 유급휴가를 뜻한다. 하지만 이를 적용받는 인턴수의사는 매우 드물고, 또한 주 40시간 근무 역시 적다.

따라서 1,352,230원이라는 최저월급을 인턴수의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무리다. 당연히 이보다 높은 월급이 책정되어야 한다.

intern_pay_poll201307

데일리벳에서 2013년 7월 진행했던 ‘임상수의사 첫 월급, 얼마가 적당한가요?’ 설문조사에서는 200~250만원이 43%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150~200만원과 250~300만원이 20%로 그 뒤를 이었다.

당시 데일리벳에서는 <임상수의사 초봉, 유사전문직 최하수준? -소동물임상수의사 인턴(1년차) 초임 간호사보다 낮아> 기사(기사보기-클릭)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이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수의사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1,709명이 참여했고 그 중 875명은 임상수의사였다.

임상수의사 875명에게 ‘신규 수의사의 적정 급여’를 질문한 결과, 300만원 이상(9.1%), 250~300만원(15.1%), 200~250만원(36.2%), 150~200만원(33.3%), 150만원 미만(4.8%)의 결과가 나왔다.

‘200~250만원’이 가장 높았고, ‘150~200만원’이 두 번째로 높게 나왔다. 인턴수의사 연봉이 2,400만원으로 굳어지는 것과 비슷한 결과다.

201608poll
수의대 정원 문제

수의사의 처우와 관련하여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바로 ‘수의대 정원’ 문제다. 수의사 배출 수가 많기 때문에 낮은 연봉을 감수하고 취직하는 수의사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진료수의사의 처우 개선도 더디다는 지적이 있다.

데일리벳에서 2013년 7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359명 중 279명(78%)으로 가장 높았다(설문조사 결과 보기). 이번에 실시된 대한수의사회 설문조사에서도 ‘연간 배출되는 신규 수의사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임상수의사가 92.5%에 달했다.

반면, “수의사 뽑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며 반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수의사 배출 수가 많은 것보다 병원 개원 속도가 더 빠르게 때문에 수의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인턴수의사를 포함하여) 진료수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왜 연봉을 더 높여 구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주변 병원과의 형평성 ▲ 여력부족 등의 이유를 꼽았다.
 
동물간호복지사 제도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동물간호복지사 제도 도입이다. 동물간호복지사(수의테크니션) 제도화 내용이 담긴 수의사법 개정안이 지난 9월 13일 입법 예고됐다.

한 동물병원 원장은 “인턴수의사 뽑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동물간호복지사 제도가 도입되고 이들이 합법적으로 기본적인 처치를 도울 수 있다면, 인턴수의사를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진료수의사 채용이 어렵기 때문에 수의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만, 동물간호복지사 도입 이후에도 처우 개선이 계속 이뤄질 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물론, 동물간호복지사가 수행할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농식품부령(수의사법 시행규칙)에서 다루게 되므로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인턴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

인턴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의사의 경우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전문의까지 수료한 채 필드에 나온다. 하지만 수의사는 대부분 필드 로컬 동물병원에서 인턴생활을 거친다.

따라서 같은 인턴수의사라고 하더라도 근무 환경이나 배우는 내용, 특히 수행하는 업무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수의사는 인턴 때부터 야간 당직을 서기도 하고, 분과된 병원에서 각 과를 돌며 경험을 쌓지만 진료에는 1년 내내 투입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3개월 차임에도 원장과 함께 웬만한 수술까지 경험하는 인턴수의사도 있는 것이다.

인턴 때 수행하는 업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의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봉급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동물병원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연봉 적게 주는 병원에는 지원하지 말자”는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 어떤 수의사에게는 급여보다 다른 경험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수의사 채용을 하지 않고, 최소 2년차 이상의 수의사만 채용하는 한 로컬 동물병원 원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을 뽑아봐야 1년 내내 가르치다가 시간이 가버린다. 차라리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수의사를 채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연봉을 2400만원 주면서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수의사를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대학 동물병원에서 임상수의사로 진로를 결정한 모든 인턴수의사들을 커버할 수도 없다. 대학 동물병원이지만 진료 케이스가 거의 없는 곳도 있을 뿐 더러, 현재 대학 동물병원에서 수련생활을 하는 수의사들은 오히려 로컬 동물병원보다 대우가 대부분 더 나쁘다.
  

수의사 대우 문제와 수의대 정원 조절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 갈등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수요공급에 따라서 알아서 연봉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알아서 조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의계 전체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데일리벳에서 3년 5개월 만에 다시 ‘임상수의사 첫 월급은 얼마가 적당한가요?’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아래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시고,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설문조사 참여하기(클릭)

1년차 임상수의사(인턴수의사)연봉 2400만원 논란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