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방역에 힘쓰다가…파주시 정승재 수의사 심근경색으로 사망

경기도수의사회, 유족 위한 성금 모금

등록 : 2020.03.31 07:27:51   수정 : 2020.03.31 09:26:09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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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청에서 수의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정승재 수의사(사진, 52세)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힘쓰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故 정승재 수의사는 20여 년간 경기도 광명에서 소동물 임상에 종사하며 지역수의사회 임원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다 2년 전부터 파주시 수의직 공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파주시에 따르면, 故 정승재 수의사는 지난해 9월 18일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최일선에서 방역 업무에 종사하다가 지난 3월 20일(금) 사무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일산 백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10일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슬하에는 고등학생 아들 2명이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故정승재 주무관은) 가축방역 전문가인 수의직 공무원으로서 남다른 책임감으로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방역 최일선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최근에도 매몰지 관리와 민통선 내 야생 멧돼지 차단방역 등을 담당하며 소임을 다한 모범 공무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중한 업무로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하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최종환 파주시장 페이스북

최종환 파주시장 페이스북

경기도수의사회(회장 이성식)는 성금 모금에 나섰다.

경기도수의사회는 30일 회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발송하고 “한창 정신적으로 힘들고 괴로울 나이의 자녀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남은 가족들이 슬픔을 잘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수의사회 성금 모금 계좌 : 농협 690-02-004186(이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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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은 언제….2019년 채용에서 TO 60%도 못 채워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7년 포천시에서 축산방역팀장으로 근무하던 故 한대성 수의사가 고병원성 AI 방역에 힘쓰다 과로로 숨졌을 때,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안타깝고 미안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족을 돕겠다. AI 방역에 힘쓰시는 관계자들의 노고를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하시고 도와주셔야 한다”고 말했고,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지자체 가축방역조직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수의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해 지방 수의직 공무원 채용의 경우, 총 377명 공고에 224명이 합격하며 전체 TO의 60%도 채우지 못했다.

경기(30명 모집 17명 합격), 강원(38명 모집 28명 합격), 충북(17명 모집 10명 합격), 충남(53명 모집 32명 합격), 전북(19명 모집 7명 합격), 전남(49명 모집 18명 합격), 경북(77명 모집 50명 합격), 경남(22명 모집 16명 합격) 등 서울, 부산, 인천, 광주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의직 공무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수의사 의료업무 수당이 일부 인상되긴 했지만, ▲과도한 업무량 ▲방역에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근무환경 ▲열악한 진급 가능성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본지 설문조사에서 63.3%의 수의사가 “수당 인상을 해도 시군 수의직 공무원으로 근무하지 않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 수의직 공무원은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 6년제 수의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