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5년 만에 다시 꿈꾸는 통일돼지의 꿈:통일돼지 아빠 김준영

등록 : 2019.06.24 10:33:19   수정 : 2019.06.24 10:43:39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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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6년 4월 7일, 남쪽 돼지가 북쪽 금강산으로 입식 된 지 꼭 6개월 만에 북한 땅 금강산이 있는 곳 북 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양돈장에서 11마리의 아기돼지가 탄생했다. 일명 통일돼지였다.

2005년 10월 7일 남한의 종돈장 (주)다비육종에서 기부한 후보돈 24두와 듀록 웅돈 2두가 북한으로 보내졌는데, 그 후보돈과 듀록 웅돈(수퇘지)이 교배하여 첫 새끼가 탄생한 것이다.

필자(김준영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사업팀장, 현재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는 출산 하루 전인 2006년 4월 6일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을 방문했었다. 당시 분만 예정인 초산 모돈이 새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분만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었는데, 그 다음주 초(4월 10일경)에 현대아산으로 전달된 팩스를 통해 출산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팩스 내용은 2006년 4월 7일 저녁 늦은 시간에 성북리 양돈장에서 새끼돼지가 태어났는데 총 11마리이고, 평균 체중이 약 1.3kg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주에 통일농수산사업단 이태현 국장(현재 통일농수산 공동대표) 일행이 찍은 새끼돼지 사진을 보내왔다(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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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통일돼지 사진은 감격 그 자체였다. 이 첫 번째 ‘통일돼지’ 11두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통일돼지 탄생 13주기를 맞아 이분들의 노력을 되새기며 북한 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및 금천리, 삼일포리에 펼쳐졌던 금강산 양돈사업을 뒤돌아본다.

2003~2004년 사료 지원으로 시작…이후 성북리 양돈장 건설

북한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성북리에 남쪽에서 양돈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003~4년에 (사)통일농수산사업단(통일농수산포럼)이 북측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를 통해 양돈 사료를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사료는 도드람양돈조합(조합장 진길부, 2018년 작고)에서 지원하였고 2009년 5월까지 도드람양돈조합에서 정기적으로 사료를 공급했었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금 도드람양돈조합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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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도 땅 북고성군 고성읍에 위치한 성북리 양돈장은 2004년 12월에 건평 100평에, 상시 사육두수 280여두 규모로 계획이 수립됐다. 2005년 4월부터 바닥공사 착수, 6월부터 기초공사 자재에 대한 승인요청, 2005년 10월 초 완공까지 약 7개월이 걸렸다.

2005년 7월 중순경 토목 및 건축기초공사용 자재가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2005년 8월 중순에는 남측에서 시공기술자를 파견해 북측 강원도 일꾼들과 함께 공사를 했다. 그리고 2005년 10월 초 기존 양돈장 옆에 신축 돈사를 완공하였다. 특히 별도의 사무실과 교육동을 마련함으로써 남측의 양돈기술을 공유하여 북측에도 양돈전문기술인력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양돈장 북측 직원들과 면담 중인 김준영 수의사(사진 왼쪽)

양돈장 북측 직원들과 면담 중인 김준영 수의사(사진 왼쪽)

신돈사 건립 기간에 필자(김준영 양돈사업팀장)가 8월과 9월에 성북리 양돈장을 방문하여 양돈장의 북측 직원 4명과 면담을 하고 교육을 했다. 남측 입식 돼지에 대한 설명과 방역개념을 교육하고, 면담을 통하여 역할분담의 필요성에 대해 주지시켰다. 이때 북측 성북리 양돈장 직원들은 열심히 메모도 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를 보여주었었다.

그 후 그들은 자체적으로 일과표를 만들어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여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정해진 시간에 청소, 사료 주기, 기술학습 등을 하며 양돈장을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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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육종에서 지원한 종돈 26두…北측 “어데서 이런 돼지들을 구해왔습네까. 예술입네다”

2005년 10월 7일에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남북한의 검역절차와 반출절차를 통해 남한의 종돈장인 ㈜다비육종에서 지원한 종돈 26두(웅돈(수퇘지) 2두, 후보돈(암퇘지) 24두)가 북쪽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에 도착했다. 분단 이후 최초였다.

이 일은 남과 북 양 검역당국자의 협조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도움을 준 당시 농림부 가축방역과 김창섭 과장과 허송무 수의사 등 직원분들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과 직원들 그리고 검역시행장 지정부터 검역 시행, 규정이 없는 검역 과정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주)다비육종 직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쨌든 고생한 보람 속에 남쪽 돼지가 북쪽에 도착하였고 북쪽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북측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남에서 북으로 왔으니 ‘월북돼지’라고 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가 하면, 북측 검역담당 수의사로부터 “어데서 이런 돼지들을 구해왔습네까. 예술입네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처음 북측 양돈장 사람들은 남측 돼지품종에 대한 기초지식과 방역의식이 미흡했고, 일지 작성도 서툴고 용지 자체도 조달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1회용 주사기가 부족하여 주사기 하나로 바늘도 바꾸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사용하거나,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어 예방접종약을 그냥 방안 창가에 보관해 두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북쪽 양돈장 직원들이 학습(공부)도 하고 교육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이런 결실로 2006년 4월 7일에 열한 마리의 통일 새끼돼지가 태어나고 2009년 5월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필자는 2011년까지 금강산에 잔류했었던 현대 아산 직원을 통해서 돼지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나, 그 이후는 간접적으로 있다는 소식만 확인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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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리 양돈장 건설에 이어, 금강산 금천리·해금강 삼일포에 추가 양돈장 건설

2009년 이후로 대북 양돈 지원 사업 공식중단

당시 북측은 금강산 성북리 양돈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남쪽에서의 북쪽 양돈사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사)통일농수산사업단에서는 부족한 재원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북한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부근 금천리 협동농장 일대에 한곳, 해금강 부근의 삼일포 협동농장 자리에 한 곳 등 2곳에 양돈장을 조성하기로 하여 2006년 금천리 종돈장을 건설하였고 2007년에는 삼일포리에 200두 규모의 양돈장을 건설하였다.

금천리 양돈장은 순종돈 56두를 공급하여 종돈장으로 구성하였다.

북한 강원도 금강산 지역 성북리 양돈장, 금천리 양돈장, 삼일포리 양돈장에서 2006년 280두, 2007년 1,000여두, 2008년 1,400여두, 2009년 약 1,400여두를 생산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2009년 5월까지 공급되던 양돈용 사료마저 지원이 중단되어 북한 내 양돈 관련 사업은 공식중단 되었다.

10년이 지난 2019년 6월 현재 북한 강원도 금강산에 돼지를 보내는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아직은 꿈이지만 곧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올해 하반기에는 북한 강원도 고성군 성북리, 금천리는 물론 나아가 멀리 백두까지 ‘통일돼지’의 꿀꿀 울음소리가 울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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