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관 대구시수의사회 신임회장 `단합,단결,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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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대구광역시수의사회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통해 이상관 제11대 대구시수의사회장 당선자가 정식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이상관 회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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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저는 원래 대구근교의 시골에서 태어나고 쭉 자랐습니다. 책이라고는 학교에서 주는 교과서가 전부였지만 자고 일어나 잠들 때까지 자연이 저의 놀이터이자 친구였던 참 재미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어린 시절 동물과 얽힌 기억에 남는 사연들이 한두 가지 정도 있을 텐데요, 저 역시 어린 시절 식구들 몰래 동생이랑 길고양이를 데려와 방에서 키우다 깔끔쟁이 사춘기누나들에게 엄청 혼나고 결국 그 고양이를 밖으로 다시 내보내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모친께서 허락해주셔서 그나마 집에서 따뜻했던 부엌에서 얼마간 잘 지냈는데, 어느 날 아침 부엌 부뚜막에서 연탄가스 때문에 축 늘어진 고양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병원도 가까이 없는 시골이었기 때문에 동물병원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고양이가 죽는 걸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가에 묻어주고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훗날 고학년으로 진학할 때가 되어보니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대학교의 여러 생소한 여러 과목이나 전공들보다, 매일 보고 듣고 만진 동물에 관한 공부를 하는 수의학과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 만해도 동물은 가축의 개념이 컸기에 소, 닭, 염소 같은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만 생각하고 ‘대학에 가서 공부하더라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 는 정말 단순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촌놈의 무식한 배짱이었지만 그만큼 동물에 대한 스스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길고양이를 주어다 키운 시간이나 집의 가축들을 돌봤던 시간들은 현재 병원을 운영하며 보호자나 동물들과 소통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수의학과 학생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떤 활동을 했고, 또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어했나요?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에는 대학은 거의 신세계 같았습니다. ​하루 두어 번만 버스가 들어오는 시골에서 살다가 시내 한복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학교 안팎 어느 하나 저에게는 재미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에 빠져 이것저것 하느라 (제 성격이 한 번 시작하면 뭐라도 무조건 끝까지 가보는 단순 무식함이 있거든요) 전공도 뒷전일 때도 많았고 학과와 무관한 곳에 열정을 쏟느라 하루하루가 무척 바빴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동아리는 아틀라스(atlas)라는 학과 내 임상동아리였는데, 이 아틀라스 동아리의 유대감은 아직도 어디에서라도 자랑할 수 있는 남부럽지 않은 탄탄한 정을 쌓고 있는 동아리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제대 후에 조금 철이 든 건지 ‘내가 선택한 이 공부도 끝을 한 번 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여러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의 권유도 있어서 대학원 진학 후 유학준비를 하며 학교에 남아 학자의 길을 갈까 많이 고심하였습니다.

결국 그 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접고, 임상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개원 후에도 제 나름 열심히 계속 공부해서 학위도 받고 종종 외래 교수로 모교에서 후학양성의 기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하게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슷하게 이룬 것 같아 만족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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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구시수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구시수의사회가 경북수의사회에 분리되어 운영되어 온지 30년 되었습니다. 제가 개원하여 임상에 몸 담은 건 20년이 조금 더 되었고요.

대구는 지역출신 선후배가 수의사회의 회원의 대부분이라 수의사회의 일이라 하여 특별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모두 선후배, 동료들이 하는 일들이라 저는 당연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한다는 마음으로 일반이사를 시작했고, 그 뒤로 산악회 총무, 학술위원장, 권익옹호 위원장, 상무이사를 거치며 20여 년간 대구시수의사회일을 해왔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지금처럼 온라인이나 네트워크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임상에 뛰어든 저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잘 운영 해 나갈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큰 일등공신이 바로 수의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받은 제가 수의사회 일을 통해 나도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마음이나 열정이 사라지기전에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제 마음을 전해들은 주위 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며 최선을 다해 잘해보라는 격려가 저를 출마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Q. 신임회장으로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가요?

현재 사회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나게 관심 받고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와 더불어 우리 수의사들의 위상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교하자면 아직 터무니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대구시 수의사회의 사회적 위상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공원 등 길고양이 집단 서식지에 대한 TNR사업의 주도적 역할수행으로 공무원, 시민, 동물애호가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한 사회적 지지기반 강화하고 공무원 회원들과의 협력체제 구축하여 동물보호 및 복지 분야에서 우리 수의사들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여 스스로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대외적으로 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1인 병원들의 초진권을 보장하고 회원 간의 불신을 줄이고 서로의 진료가 보장되도록 하겠습니다.

자가진료 철폐로 인한 동물판매장소에서 행하여지는 불법진료 근절을 위하여 대외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1인 동물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24시간 케어환자, 야간응급진료를 시행함으로써 수의사 복지를 향상시키고, 수익환급을 받을 수 있는 공적인 동물응급의료센터를 설립하여 병원간의 상생을 원칙으로 하는 양질의 치료과정이 연속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안건들을 할 수 있겠는냐 의문을 가질 분들도 계시겠지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원 모두가 관심가지고 같이 해나간다면 분명히 제 임기 중 목표했던 안건들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 간의 단결과 화합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때입니다

서로가 경쟁의 대상이 아닌 동료로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할 계획입니다.
 

Q. 대구시수의사회가 그간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갈등이라고 하기에는 좀 표현이 그런데요(웃음).

우리 모두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니다보니까 똑같지 않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은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명 시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아프지 않고 사는 삶이 없다’고.

지금까지 대구시 수의사회는 많이 흔들리고 아팠으니 그 속에서 피어날 고운 꽃망울만 남지 않았을까요?  
 

Q. 마지막으로 대구시수의사회 회원 및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수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시장이 엄청나게 관심 받고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와 더불어 우리수의사들의 위상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교하자면 아직 터무니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을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하나는 우리 수의사들끼리 지나친 경쟁으로 동료들을 서로 너무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자존감을 갖는데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역시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나보다 별로 나을게 없던 친구들이 개업 후 더 잘나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부러운 생각도 들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나 고민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고민들을 모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가 아니라 평생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 마치 운동회 때 이인삼각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기술의 혁신이나 환경의 변화가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 즉 화합과 신뢰가 가장 큰 성공의 변수가 될 거라고 미래학자들이 내다보았습니다.

제가 대구시수의사회장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회원들 서로가 단합하여 더 큰 시너지효과로 모두에게 골고루 발전된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체, ​그런 대구시수의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열심히 해나 갈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이상관 대구시수의사회 신임회장 `단합,단결,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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