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교육에 반려동물 임상만 중요한가’ 지적에..
‘수의사 정체성은 진료..사회적 요구 큰 반려동물 임상 교육부터 개선해야’
“수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답변은 ‘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가진 자’다. 과거에는 농장동물, 현재는 반려동물 진료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됐다”
1월 22일(수) 분당 스카이파크 센트럴호텔에서 열린 3주기 수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 2차 공청회에서는 지난달 1차 공청회 이후 수렴된 의견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학장은 수의사, 동물병원장은 임상교수
3주기 기준안은 수의과대학 학장과 부속동물병원장에 대한 자격요건을 신설했다. 학장은 수의사인 교수로, 동물병원장은 임상과목 교수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이미 비(非)수의사 교수가 수의대 학장을 맡거나, 임상과목이 아닌 교수가 동물병원장을 맡은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수의사가 아닌 수의과대학 교수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학장 임용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연구진은 “수의사가 학장이어야 한다는 것은 해외 수의학교육 인증에는 이미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의과대학의 경우에도 당연히 의사인 교수가 학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려동물 임상에만 무게?
‘수의사의 정체성은 진료..현재는 반려동물에 대한 요구 크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3주기 기준안이 임상교육, 그 중에서도 반려동물 임상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3주기 기준은 학생이 기본진료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상수의학 교육과정을 편성할 것은 주문하면서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가 제시하는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과 ‘수의기본임상술기지침’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수협 교육위원회가 2021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두 지침은 반려동물 임상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타 축종은 소에 대한 내용을 일부 포함하는 정도다.
3주기 기준은 학생 현장실습 1,200시간 이상을 요구하면서 이중 600시간 이상을 대학동물병원 임상로테이션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 임상로테이션을 900시간 이상 운영하면 ‘우수’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장실습에는 비단 반려동물 임상뿐만 아닌 연구소나 야생동물구조센터 등 여러 수의학 분야가 포함될 수 있도록 했지만, 대학동물병원이 사실상 반려동물 위주로 진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임상에 무게를 실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2차 공청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도 반려동물 임상으로의 수의사 쏠림 현상이 있는만큼 타 축종 임상이나 다른 수의학 분야의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차 공청회 이후 수렴된 의견에서도 비임상분야 교육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임상분야 진출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분야의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인증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의 이기창 전북대 교수는 “인증기준이 요구하는 최소한(minimum)을 넘어 균형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도 “인증기준에서부터 종합적인 교육을 (최소조건으로) 요구하면 대학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사회적 요구가 크고 수요가 높은 반려동물 임상 교육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3주기에도 각 대학이 반려동물 외에 반추류, 말, 돼지, 특수동물 등의 진료건수나 부검건수 등을 산출해보도록 할 것인만큼 4주기 이후에 강화될 인증기준에서는 보다 넓은 분야의 교육여건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한수협이나 수의교육학회에서 내부적으로 수의사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면 ‘수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첫 답변은 ‘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가진 자’”라며 “과거에는 농장동물, 현재는 반려동물 진료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됐다. 어쩔 수 없이 반려동물 임상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도 이를 원한다”고 말했다.
타 축종 진료에 대한 내용도 3주기 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농장동물·야생동물 진료와 축산물 위생 분야 교육을 위해 야생동물진료센터나 도축장에서 실습을 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예·결산 실적을 요구한다. 대학동물병원이 외부진료 전용 차량을 자체로 보유하고 이를 수의학교육에 활용하도록 한다.

수의과대학 교원 확충 근거 고심
연구진은 수의대 교원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이날 2차 공청회에서도 활발히 논의됐다.
고등교육법령에 따른 수의과대학 교수 숫자는 제한적이다. 수의대 편제 정원을 40명으로 가정하면 자연과학계열인 예과에서는 4명(학생20명당 1명), 의학계열인 본과에서는 20명(학생8명당 1명)의 교원이 요구된다.
향후 수의대가 통합 6년제로 전환할 경우 필요 교원수는 30명으로 늘어나지만, 역량 있는 수의학 교육을 실시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진이 수의대 대학원생까지 적정 교원 산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공청회에서는 학부생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인증에 적합치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다만 수의학교육 인증을 지렛대로 수의대 교원이 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었다.
실습지도자 비율이나 국가시험 교과목별 전임교원 확보 등 3주기에 반영될 정량평가지표와 연계해 고등교육법상 최소기준보다 더 나아간 적정 교원을 요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은 2차에 걸친 공청회를 거쳐 의견수렴을 마치고 질의응답자료를 서면으로 작성해 배포할 계획이다.
내달 수인원 기준위원회 검토를 거쳐 3주기 인증평가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인증기준 항목별 세부적인 판정 기준은 올해 교육부 지원예산을 활용한 평가편람 개발연구를 통해 구체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