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 학생은 불만 많은데‥교수진은 문제인식 부족

수의정책연구소, 수의사 국가시험 현황 분석 및 개편 필요성 조사..후속 연구 이어간다

등록 : 2020.02.19 11:14:47   수정 : 2020.02.19 11:14:4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을 바라보는 학생과 교수들의 인식에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학교육의 핵심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 되지 못한 채 출제내용 분배, 난이도 조절이 주먹구구식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수의대 교수들의 인식은 ‘현행 국시가 전반적으로 잘 관리되어 있다’는데 머물렀다.

대한수의사회 산하 한국수의정책연구소(소장 류판동)는 1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기획위원회를 열고 지난해부터 진행된 ‘수의사 국가시험 현황 분석 및 개편 필요성 조사’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연구진이 실시한 최근 국시생 인터뷰에서 지적된 현행 국시의 문제점

연구진이 실시한 최근 국시생 인터뷰에서 지적된 현행 국시의 문제점

시험 방향성도 출제 기준도 모를 국시..수의대 교수진은 후한 자평

한국수의교육학회(회장 이기창)가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최근 국시 응시생들은 현행 국시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지적했다.

과목별 표준 교육내용이 없는데 국가시험의 출제 기준이나 문제은행이 없어 방대한 시험범위를 대비하기 어렵고, 연도별 출제위원에 따라 출제 분야의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졸업생이 가져야 하는 최소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닐 뿐더러 ‘모르모트’라 불리는 검역본부 공중방역수의사로 난이도를 평가하는 주먹구구식 시험에 머물러 있다.

시험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고, 무슨 과목을 어느 수준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은 결국 기출문제에 매달린다. 그 마저도 문제가 공개되지 않아 선배 응시생들이 음성적으로 복원한 ‘족보’에 기대고 있다.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진이 평소 내던 시험문제와 비슷하면 쉬운 문제, 많이 다르게 출제되면 어려운 문제가 되는 꼴이다(본지 2020년 1월 13일자 ‘수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 따라 문항·난이도 출렁인다’ 참고).

현행 국시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높은데 반해,  수의대 교수진 12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현행 국시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높은데 반해,
수의대 교수진 12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수의대 교수진의 설문조사에서는 국시 개선의지를 엿보기 어렵다.

연구진이 국내 수의대 교수진 1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행 국시 출제과정은 적절하다(3점) ▲현행 국시 문항의 타당성(수의사 면허취득에 필요한 지식을 질문)은 잘 관리되고 있다(2.95점) ▲각 시험 문항에 대한 분석과 심사과정은 적절하다(3점) 등 대다수 항목이 5점 척도에서 3점 내외를 기록했다.

응시생들의 문제의식에 비하면 자못 후한 자기평가다. 서술식 설문에서 문항관리나 실기시험 도입 등 일부 개선방향도 제안됐지만, 전반적인 문제인식 수준은 낮은 셈이다.

게다가 학생들은 출제기준 명확화, 문제은행화를 바탕으로 한 문제 공개를 요구하는데 반해 교수들은 문항 비공개(3.31점), 출제자 비공개(3.81점)에 더 무게를 뒀다.

류판동 위원장은 “국시에 대한 수의대 교수진의 인식이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한 지점”이라며 “이번 연구가 학생과 교수진의 인식차 문제를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조만간 한국수의과대학협회를 통해 전국 수의과대학에 발송될 예정이다.

수의사회-수의과대학-국시 트라이어드 구성과 역할 (자료 : 연구보고서 중 발췌)

수의사회-수의과대학-국시 트라이어드 구성과 역할
(자료 : 연구보고서 중 발췌)

국가시험 조직·예산 확보해야..구체적 대안 후속연구 이어간다

연구진의 남상섭 교수는 “응시생, 교수진 등 이해당사자 조사를 통해 현행 국시의 문제점과 개편 당위성을 조사했다”며 “국시 관리조직 신설, 문제은행화, 실기시험 도입 등 이번 연구에서 도출한 비전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후속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국시 운영기관인 검역본부는 사고 없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별다른 예산·조직 지원 없이 3박 4일 합숙으로 벼락치기 출제가 강요되는 현 상황에서는 국시 개편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과대학협회,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제3기관 형태의 국가시험 운영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의사, 치과의사 등의 국가시험을 담당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으로의 의뢰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독립된 조직이든 국시원으로의 의뢰든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시원 예산의 절반이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되는 만큼, 수의사 국가시험 개편에도 농식품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국가시험 조직은 항시조직으로 최소 5명 이상의 인원과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직·예산이 확보되면 출제·검토에 참여하는 인력과 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법으로 국시 문제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개발하고 있는 수의학교육 학습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국시 문제를 출제하여 출제기준 미흡·출제범위 편차 문제를 개선하고, 박사급 출제위원을 확충하여 문제후보군을 늘리는 등 문제은행 형태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천명선 교수는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국가시험이 바뀌어야 수의학교육이 개선될 수 있다’는데 기반하고 있다”며 “수의사집단과 사회의 요구에 의해 대학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바깥으로부터의 압력으로 국가시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는 한국수의정책연구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으면 곧장 2년차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가시험 관리조직과 국시 개편, 실습시험 도입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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