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실습후기 공모전] 방역 최전선, 역학조사과/충북대 김성일

등록 : 2019.11.26 06:05:45   수정 : 2019.11.25 17:10:51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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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동기

종강을 하는 날이었다. 필자가 속한 대학교 공지사항에 ‘농림축산검역본부 기술위탁교육’이라는 내용의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역학조사과를 포함해 세균질병과, 해외전염병과 등이 있었다.

나는 평소에 수의역학을 전공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데일리벳에서 관심있게 읽었기 때문에 역학조사과를 선택했다. 또, 공지된 실습 스케쥴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드론 실습’이라는 내용이 흥미를 끌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과연 ‘드론을 이용한 역학’이란 무엇일까, 목장에서 드론을 날리면서 동물 수를 세는 것일까, 아니지 아무래도 역학하면 AI니까, 철새를 드론으로 쫓아가면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내는 것 아닐까?

결론만 말하자면 둘 다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 실습을 꼭 해야만 할 것 같았고, 개강 전 2주간의 방학기간을 경상북도 김천에서 보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원방법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여름방학에만 실습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1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수의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하면 된다.

아쉽게도 검역본부에서 숙식을 따로 제공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Airbnb를 통해 2주간 머물 숙소를 예약했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실습생 분이라면 노르웨이 계정 할인 쿠폰을 써서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한 계정당 약 5만원 정도를 할인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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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내용

역학조사과에서의 실습은 특별히 충남에 위치한 오리농가에 갔던 현장실습이나 해외역학연구자 Marius Gilbert박사님이 오신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오전 : 전날 배운 역학개념 복습 + 개인프로젝트(역학연구과제) 수행

오후 : 역학조사과 주무관님의 역학강의

실습 내용은 1) 역학개론을 듣다 2) 학생과제 3) Gilbert박사님과의 만남 4) 드론을 활용한 역학실습 등 4개 꼭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1) 역학개론을 듣다.

“역학이란 무엇일까?” 처음 역학조사과에 발을 디딘 날, 실습생 교육을 담당하는 유대성 주무관님이 물었다. 생각보다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함께 실습을 온 친구가 ‘Population’과 ‘Movement’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자 주무관님은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역학에 대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개념은 ‘전염병을 통제하거나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Population’을 다루는 의학에 가깝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 보다도 만성질환에 대한 역학이 더 큰 분야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총 10일에 걸쳐 샘플링 방법, 가설검정, 유의수준, 메타분석, 공간분석, QGIS 시스템 활용법 등에 대한 강의들이 이어졌다.

평소에도 역학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Coursera(해외대학 인터넷강의 사이트)등 여러 방법으로 독학을 시도해 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곤 했던 필자로서는 귀한 기회였기에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해가며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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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에 관한 수업으로 인해 머리가 과부하에 걸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서는 철새 관련 연구를 하시는 강성일 박사님이 ‘철새 위치추적 데이터’와 조류인플루엔자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다.

‘Animal Migration and Infectious Disease Risk’라는 제목의 페이퍼(보러 가기)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Migration을 하는 동물들의 이주 패턴과 그에 따른 전염병 패턴을 분석한 페이퍼였는데, 동물들이 Migration을 함으로서 전염병의 Virulence를 낮추거나 혹은 전염병의 Virulence가 높아지면서 동물들의 Migration이나 Breeding패턴을 바꾸는 것을 군주나비의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평소 전염병의 생태학적 특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위 페이퍼를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엑셀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모습

엑셀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모습

2) 학생과제

실습 3일차가 되자 직접 역학 연구를 디자인해보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실습 기간동안 배운 역학 분석법을 사용하여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데이터를 모아보고 그것을 분석하는 과제였다. 과제는 [연구주제 정하기 → Sampling → Data처리 → Cleansing → 검증]순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필자는 연구주제를 ‘미세먼지가 우결핵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여부’로 정했다.

간단한 과제라고 생각했으나 데이터를 샘플링하고 모으는 첫 과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미세먼지라고 하면 초미세먼지를 포함시킬 것인지, 미세먼지 농도를 척도로 할 것인지, 나쁨 일수를 척도로 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이 있었다.

주무관님은 고민하며 끙끙거리는 나에게 ‘역학연구는 원래 데이터를 수집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라고 독려해 주셨다.

아쉽게도 나는 엑셀을 다루는 데에도 미숙함이 있었기에, 데이터를 엑셀에 옮겨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에만 수일이 걸렸다. 결국 실습이 끝나갈 즈음 데이터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과제의 결론을 짓지는 못했다.

Gilbert 박사의 논문 중 발췌

Gilbert 박사의 논문 중 발췌

3) Gilbert 박사님과의 만남.

실습 2주차에는 Spatial Epidemiology를 다루는 Spell이라는 연구소의 Marius Gilbert 박사님이 역학조사과를 방문하셨다.

Spatial Epidemiology란 직역하면 공간역학인데,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질병 전파 양상을 시각적으로 보기 편하게 지도위에 표시하는 분야라고 여겨졌다.

위 사진은 실제로 길버트 박사님이 발표하신 자료 중 하나이다. 왼쪽은 고병원성 H5Nx 발생 지역을 붉은색으로 표시해두고, 오른쪽에는 그 지도에 Anatidae sp. 철새의 이동경로를 덧씌운 것인데, 이것을 보면 철새와 AI의 상관관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길버트 박사님은 우리가 궁금해하는 부분들 (국외에서 역학관련 석/박사를 할 수 있는 코스나 재정지원등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부분도 친절히 알려주셨다.

또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석사과정 없이 바로 박사과정에 가는 루트에 대한 말씀도 해 주셨다. 하지만 역학관련 툴을 아무것도 다룰 줄 모르는 상태로 박사학위를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arius Gilbert 박사(가운데)

Marius Gilbert 박사(가운데)

4) 드론을 활용한 역학실습

실습 8일차, 기다리던 드론실습을 하는 날이 왔다. 역학조사과에는 3대의 드론 (Inspire 1, Phantom 4, Inspire2)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중 Inspire 2 모델로 실습을 진행했다.

드론실습은 홍성근 연구사님이 진행했다. 실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사님은 드론을 활용한 조사업무를 위해 드론조종 자격증도 획득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역학조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참 여러가지 능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실습에서는 드론 조립 방법과 드론 조종법, 드론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보내는 방법을 다뤘다.

이전에 드론을 다루어 본 적이 있어 우쭐한 마음으로 접근했으나, 드론을 조립하는 것도 일이었다. 고가의 장비이다 보니 조심해서 다루어야 했고,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드론에 카메라를 결합하는 모습

드론에 카메라를 결합하는 모습

드론 조종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되어 꼭 2인 1팀으로 수행해야 했다. 초보 조종사일수록 컨트롤러를 보는데 급급하여 드론 주변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동장의 골대 위로 드론이 한번에 정확하게 날아가도록 조종하는 것에 대해서도 실습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드론을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로 확인해 보니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실습이 끝나고, 구글지도를 쓰면 될텐데 왜 굳이 드론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연구사님은 ‘농장과 주변 구조물들이 공사 등 구조개편으로 바뀔 수도 있고, 역학조사를 나간 당시 현장의 항공뷰가 필요하기 때문에 드론이 필요하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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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을 마무리하며

1) 역학과 조금 친밀해진 계기

실습을 시작할 때는 역학이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실제로 어려운 것은 맞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실습기간동안 열심히 수업을 듣기는 했으나, 통계학적 이론들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역학이라는 학문을 활용해서 뭘 알고 싶은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생과제를 하면서 데이터를 다 모았을 때 희열과 행복감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실습을 통해서 역학을 전공하고 그 매력에 빠지는 수의사 선배님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2) 공무원 수의사의 삶 체험해보기

말로만 들었던 공무원 수의사로서의 삶을 체험해보는 좋은 계기였다. 또 검역본부에 들어오고 나서 인사발령이나 유학휴직 등 실제로 접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웠을 내용들도 접하게 돼 다행이었다.

참고로 검역본부의 밥은 이렇게 나온다

참고로 검역본부의 밥은 이렇게 나온다

당시에는 그저 ‘ASF가 터지면 어떡하죠?’ 라고 농담 반으로 물었는데 정말로 ASF가 한국에 들어오고 말았다.

검역본부로 실습을 가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 갔을텐데, 실습을 다녀오고 나니 ASF뉴스를 볼때마다 격무에 시달리실 역학조사과 선생님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른다.

또 역학조사과 뿐 아니라 여러 수의사선배님들이 지금도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고 계실 것을 생각 하게 되었다. 그분들의 격무가 줄어들도록, ASF가 잠잠해지길 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실습후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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