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습후기 공모전] 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동물병원/충남대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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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계기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저는 말과 같은 대동물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봄 산과실습으로 방문한 렛츠런팜 장수목장과 복용승마장에서 400KG이 넘는 말을 치료하는 말 전문 수의사님들을 보고 소동물의 진료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는 달리, 사람 신장의 2~3배가 넘는 대동물을 다루시는 수의사들의 진료는 위험해 보였지만 제가 모르는 수의사의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여 더 구체적인 면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학교의 임상교육과정은 대부분 소동물에 국한되어 있고, 말수의사에 대해서 더 자세한 지식과 경험을 얻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말과 함께 지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말 수의사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렛츠런팜 제주목장 동물병원 실습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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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팜 제주목장

렛츠런팜 제주 동물병원은 렛츠런팜 목장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목장이 있는 제주 조천읍 교래리는 여러 오름들과 사려니 숲길 같은 유명한 숲길들이 있습니다. 또한 아침저녁으로 끼는 안개가 자연친화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직원식당과 본관을 잇는 길 한편에는 해바라기 밭이 펼쳐 있어서 여름에는 관광지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큰 목장과 쾌적한 숙소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가장 멋진 것은 평일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목장과 자유롭게 풀을 뜯거나 뛰어놀고 있는 말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고 휴일에는 아름다운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한 달의 실습기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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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이 하는 일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많은 학생들은 아직 부족한 임상지식 때문에 망부석 마냥 병원 구석에서 서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을 가지고 실습을 시작했지만 이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실습 첫 날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 렛츠런팜 목장 동물병원은 하루하루 아주 바쁘게 돌아갑니다. 가장 바쁜 시기는 말의 교배기인 봄이지만, 조금 늦게 태어난 망아지들이 소화기나 호흡기질병으로 병원을 찾았고 산통(Colic)으로 인한 응급수술도 잦았습니다.

실습생으로서 저의 하루 일과는 대체로 오전 9시 출근 → 스크럽과 안전화 착용 후 오전 입원마 투약 → 오전 진료 보조 → 12시 점심시간 → 1시 오후 진료 및 수술 보조 → 4~5시 오후 입원마 투약 및 다음 날 투약 준비 → 오후 6시 퇴근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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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약

제가 실습생으로서 주로 하는 일은 투약입니다. 소동물과 달리 말에게 투약을 하기 위해서는 말들이 입원해 있는 마사로 직접 찾아가야 하고, 대량의 약물과 주사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사로 이동하기 전 준비작업이 필요합니다.

50cc주사기 사용에 적응이 안 된 저는 입원마가 10마리가 넘을 때 투약준비에만 1시간씩 걸리기도 했습니다.

투약 시에는 관리자분께서 말을 안전하게 잡아 주시고 나서, 말의 TPR(Temperature, Pulse, Respiratory Rate)과 말의 기본 활력상태를 확인한 후 투약합니다.

미리 장착된 카데터를 통해 정맥내투여하거나, 목·엉덩이 근육에 접종하거나, 말의 주둥이를 잡고 연하작용을 유도하며 경구투여를 합니다. 그리고 CBC와 Chemistry등을 확인하여 내과적 치료를 계획하거나 수액처치나 투여약물을 조정합니다.

2) 진료보조

새로 진료하러 말이 오면 역시 기본적인 TPR과 채혈을 돕고 x-ray, 초음파, 위루관 등 다양한 진단과정과 처치를 돕습니다.

연습과정을 거치면 진정제 투여 등 간단한 처치를 직접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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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술보조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산통(colic) 수술이었는데요, 산통은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처치해야만 하는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저녁이나 주말에도 모든 수의사분들이 나오셔서 수술을 진행하셨습니다.

보통 장의 꼬임을 풀어주고 대장의 내용물을 제거하면 수술이 마무리 됩니다.

기억에 남는 수술 중 하나는 역시 한 산통마였는데, 이 말은 대장이 아닌 맹장에 내용물이 가득 차있어서 맹장의 절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소화기수술은 장내 세균총에 의한 복강내 오염을 최소화하여야 하는데, 맹장은 해부학적 특징 상 절개 시 절개부와 복강과의 거리가 가깝고, 통상적으로 안전한 수술방식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도 이 말의 회복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상황임에도 수의사분들의 침착한 수술과 집중적인 술후처치를 통해 몇 주 뒤 환자는 무사히 호전되어 퇴원했습니다.

이 수술을 통해 저는 수의사의 경험과 노력이 충분하다면 비관적으로 보이는 환자의 상태일지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에도 탈장, 관절 수술 등 많은 수술들이 있었고 수술 보조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처치, 마취모니터링 등 전반적인 수술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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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표

2주에 한 번씩 수의사분들께 공부한 내용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말의 신부전과 탈수 시 수액치료를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도 되고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내가 공부해서 발표해도 수의사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발표시간은 제가 수의사분들께 무엇인가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지도를 받는 자리가 아닌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함께 공부하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2주간 급하게 찾은 자료들임에도 불구하고 수의사분들은 제 말에 경청해주시고 궁금한 부분을 물 어보시고, “실제 치료에 이런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지난 케이스에서는 이런 이유였을 수도 있겠다” 라며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려는 모습에 제가 공부한 자료들과 노력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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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팜 제주 동물병원 실습의 장점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 렛츠런팜 제주목장 동물병원 실습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말에 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단순한 실습생이 아닌 한 명의 예비수의사로서 역할을 할 기회가 많다는 점입니다.

실습을 담당하시고 저를 지도해주신 진동욱 수의사님도 단순히 관찰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실습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실습이 되길 바라셔서 발표한 내용을 직접 적용해 볼 기회도 주시고, 진단과 치료결정에 제 의견을 물어보고 수용하려고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 학기동안 배웠던 임상지식을 총동원해서 실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투약방법, CBC와 Chemistry해석부터 수술 시 무균원칙, 수술기구들, 수술방법들, 마취모니터링, 전마취와 마취시에 쓰이는 약물들, 항생제와 소염제들 등등 몇 달 전에 배웠던 외과, 내과, 임상병리지식들을 머릿속에서 꺼내 바로 실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어떤 시험 공부보다도 확실한 공부가 되었고 수의학적 지식을 직접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경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말 수의사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한 진로탐색과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말수의사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다른 소동물병원에서의 실습보다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습 장소 : 제주 렛츠런팜 목장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25-2)

실습 기간 : 4주 (1회차 7월, 2회차 8월)

실습 인원 : 회차당 1명

실습 내용 : 동물병원실습(진료참관 및 현장실습), 케이스레포트 작성 및 발표

대상 학년 : 본과 3학년, 본과 4학년

지원 방법 : 지원기간 내에 실습신청서 이메일 발송

담당자 메일 : pionjean@kra.co.kr

실습기간 중 식비 및 숙소 지원

[2018 실습후기 공모전] 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동물병원/충남대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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