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마 산업, 말 복지에서 출발한다

마사회 말보건원, 피터 컬 홍콩자키클럽 경마수의복지부서장 초청 ‘말 복지 증진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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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이 1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제2차 말 복지 증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초청강연에 나선 피터 컬 홍콩자키클럽 경마수의복지 부서장(사진)은 “말에게 좋은 것은 경마산업에도 좋다”며 경주마의 동물복지가 경마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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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동물복지 요구한다..홍콩자키클럽 8대 동물복지 주안점은

피터 컬 수의사는 “대중이 경마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에 따라 경마산업의 지속성이 결정된다”며 “시민들이 ‘잔인한 스포츠’로 바라보게 된 그레이하운드 레이싱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경마산업의 핵심문제인 약물남용과 동물복지를 적극 개선하면서, 이들 노력을 사회에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사육되는 경주마에게 ‘가축’과 같은 성격이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경주마의 종부와 사육은 가축과 마찬가지로 ‘성적’에 초점을 맞춘다. 대량 사육되는 돼지나 닭보다는 윤택한 관리를 받지만, 성적이 떨어지거나 부상당하면 처분되기 쉬운 것은 매한가지다.

피터 컬 수의사는 “경마 성적과 동물복지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홍콩자키클럽이 경주마 복지 증진을 위해 채택한 8대 주안점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 넘는 훈련·경주를 하지 않으며 ▲국제협정기준에 따라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약물을 사용하며 ▲잔인하거나 부적절한 방법으로 말을 다루지 않으며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 위험을 방지하며 ▲조기진단·조기치료 원칙에 따라 예방에 초점을 맞춘 수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며 ▲은퇴 후 커리어를 가능한한 오랫동안 보장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인도적이며 스트레스 없는 안락사를 실시한다.

이 같은 경주마의 동물복지는 철저한 기록관리와 약물관리를 토대로 한다.

모든 경주마 개체의 훈련양을 기록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과도한 훈련으로 인한 부상을 사전에 방지한다.

모든 약물은 클럽 수의사의 처방 없이는 투약할 수 없다. 피터 컬 수의사는 “약을 처방하면, 투약 후 빈병이나 주사바늘까지 다시 봉인해 반납해야 한다”며 “말 관리인이나 마사에는 주사바늘 하나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약물관리는 조기진단을 통한 부상 예방에도 직결된다. 가령 관절 소염제 주사를 남용하게 되면 가벼운 초기 부상은 잘 드러나지 않게 돼, 골절 등 큰 부상의 위험성을 오히려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사진 : 피터 컬 수의사 발표자료)
(사진 : 피터 컬 수의사 발표자료)

은퇴 후 관리가 최대 과제..’경주마 은퇴관리 프로그램’ 눈길

경주마 동물복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은퇴 후 관리’다. 경주마로서의 커리어가 끝난 말들이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문제다.

은퇴 경주마가 건강하고 성향이 적합하다면 승용마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용도를 찾지 못해 결국 안락사되는 경우도 많다.

피터 컬 수의사는 이날 마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은퇴 후 관리에 활용하는 홍콩자키클럽의 ‘경주마 은퇴관리 프로그램(Retired Racehorse Program Contribution Scheme)’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피터 컬 수의사는 “새로운 경주마가 클럽에 들어오면 마주로부터 66,000HKD(한화 1천만원 가량)의 기부금을 받는다”며 “마주가 직접 말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 주면 이 돈을 그대로 돌려주지만, 그렇지 못하고 클럽에 관리를 위탁하면 이 기부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천만원여의 금액으로도 경주마의 은퇴 후 관리에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피터 컬 수의사는 “분명한 것은 새 보금자리 찾기가 최우선이며 편의주의적으로 안락사를 수행해선 안 된다”면서도 “관리가 안돼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경주마의 축산 용도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피터 컬 수의사는 “홍콩은 애초에 말고기를 먹지 않지만, 설령 먹는다 하더라도 퇴역 경주마를 도축하는 정책은 절대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마나 승마에 쓰인 말이 결국 고기용으로 소비된다면, 대중들이 아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경마 산업, 말 복지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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