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장동물 수의사 77% ‘항생제 감수성 검사 안 한다’

소·돼지·가금 수의사 170명 항생제 신중사용 인식·실천 설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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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장동물 수의사 4명 중 3명은 항생제 감수성 검사 대신 경험에 의존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장동물 수의사가 항생제를 신중히 사용할 수 있도록 축산농가 인식부족, 국가적 제도·관리 미흡 등 방해요인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천명선 교수팀은 ‘한국 농장동물 수의사의 항생제 신중사용에 대한 인식과 실천’ 연구결과를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KJVR) 온라인판에 6월 30일 발표했다.

 

유명무실한 수의사처방제 문제 크지만..

농장동물 수의사의 신중사용도 중요

축산에서 ‘항생제 신중사용(prudent use of antimicrobials, PUA)’은 동물치료와 건강유지·복지를 위해 필요한 항생제의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책임 있고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2011년 항생제 배합사료 첨가를 금지하고 2013년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했다.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항생제는 반드시 수의사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처방대상 항생제의 범위도 점점 늘어나 현재는 모든 동물용 항생제가 처방대상으로 당연지정됐다.

하지만 수의사처방제는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게 수의업계의 중론이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의사 진료·처방 없이 농가의 판단만으로 항생제를 구입·사용할 수 있다. 수의사의 처방전은 동물약품판매업소와 결탁한 수의사들의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농장동물 수의사의 항생제 신중사용은 동물용 항생제 사용관리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오남용 위험이 큰 농장 자가진료보다야 낫겠지만, 수의사들도 항생제를 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 돼지, 가금 임상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항생제 신중사용에 대한 인식과 믿음, 행동, 자기효능감 등을 조사했다.

설문조사는 2020년 10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소임상수의사회, 돼지수의사회, 가금수의사회 회원 1,531명에게 배포됐다. 회신된 응답 170건을 분석했다.

축종별로는 혼합이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육우(42), 양돈(33), 젖소(21), 양계(11) 순으로 이어졌다.

Yoojin Choi, Seola Joo, Sang-Won Lee, Hong-Jae Lee, Myung-Sun Chun. Korean farm animal veterinarians’ perception and practice of prudent use of antimicrobials. Korean J Vet Res. 2023;63(2):e17.

신중사용 인식 높지만..’감수성 검사 안한다’ 77%

경험, 학술자료, 동료의견에 의존

응답자 대다수가 항생제 신중사용과 내성 감소를 위한 농장동물 수의사의 역할에 동의했다.

항생제 처방 시 정해진 양과 투여방법을 준수하고,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는 반드시 수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95%를 넘었다.

농장동물에 대해 적절한 진단·처방을 내리고 필요하다면 농민을 교육하거나 신중사용을 위한 정보를 취득하는 등 자기효능감도 높았다.

적정 투여용량과 휴약기간 준수를 권고하고, 농장사양관리를 통해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노력도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하고 있었다.

다만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기 위해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실시하는지에 대해서는 77%의 응답자가 하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농장에서 검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거나, 검사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실험실 검사결과에 따라 처방해도 치료에 효과가 없어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신 항생제를 선택할 때는 주로 기존에 사용했던 항생제(79명)나 학술지 등 전문정보를 참조(72명)하여 선택한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경향이 해외 연구와도 유사하다면서도, 저렴하고 신속한 검사법 개발이나 검사 지원 등 감수성 검사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수의사들이 학술지 등 전문자료를 참고하는 만큼 국내 내성현황이나 질병별 유효한 항생제 등 최신 정보를 수의학 저널에 게재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아울러 항생제 신중사용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촉구했다. 축산농가의 인식 부족, 잦은 질병 발생, 국가적 제도와 관리 미흡 등을 주요 방해요소로 꼽았다.

연구진은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 수의사의 안정적 진료·처방을 위한 지원, 축사환경 개선, 정확한 기록 유지를 위한 감시 시스템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KJVR 온라인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농장동물 수의사 77% ‘항생제 감수성 검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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